국제

“국채금리 1.8%까지 치솟았다”…일본(Japan) 200조원대 재정대책, 엔화 약세와 시장 불안 고조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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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20일, 일본(Japan) 금융시장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추진하는 약 200조원 규모의 대규모 재정 대책을 둘러싼 우려가 급격히 부상했다. 일본 정부의 재정 건전성 악화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장기 국채 금리와 엔/달러 환율이 동시에 뛰어올라 국내외 투자자들의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일본의 재정 확장 기조와 통화정책 방향, 중일 갈등 심화 우려가 맞물리며 새로운 금융 불안 요인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현지 채권시장에 따르면 20일 일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장중 한때 1.8%까지 상승해 2008년 6월 이후 약 17년 반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뿐 아니라 만기 30년 이상 초장기물에도 매도세가 집중되면서 수익률이 빠르게 뛰는 양상이 나타났다. 30년물 수익률은 전날보다 0.03%포인트 오른 3.37%로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고, 5년물 수익률도 1.3%까지 올라 2008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특히 30년물은 이달 11일부터 18일까지 약 일주일 사이에 0.135%포인트 상승하는 등 가파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 1.8% 급등·엔/달러 157엔대…200조원대 재정대책 부담 부각
일본 10년물 국채금리 1.8% 급등·엔/달러 157엔대…200조원대 재정대책 부담 부각

일본 국채는 정부가 부족한 재정을 보충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일반적으로 연 2회 이자를 지급하고 만기 시 원금을 상환하는 구조를 지닌다. 시장 참여자들이 정부의 상환 능력을 신뢰할수록 낮은 금리로 조달이 가능하지만, 재정 건전성에 의문이 커질수록 투자자들은 더 높은 보상을 요구하게 된다. 일본 경제 전문지 닛케이신문은 만기 10년을 넘어서는 초장기 국채를 중심으로 수익률 상승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전하며, 일본 정부의 재정 상황 악화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경계가 다시 강해진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긴장감은 외환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20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약 2엔이나 올라 오전 11시 10분경 1달러당 157.4엔대에서 거래됐다. 올해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엔화 가치 하락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엔저 흐름이 다시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엔/유로 환율도 전날 종가 대비 약 1엔 상승하는 등 유로화 대비 엔화 가치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닛케이는 재정 확장과 금융 완화에 우호적인 것으로 평가되는 다카이치 내각의 정책 방향이 엔화 약세 기대를 자극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중일 관계 악화가 장기화할 경우 일본 경제 성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까지 겹치면서 엔저가 구조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다카이치 정권하에서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적극적으로 인상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널리 퍼지면서, 금리 차 확대를 노리는 엔화 매도 압력이 꾸준히 유입되는 모습이다.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20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환율 흐름과 관련해 “일방적이고 급격한 움직임도 보여 우려하고 있다”며 “긴장감을 갖고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직접적인 시장 개입 언급은 피했지만, 급격한 엔화 약세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낸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

 

재정 측면에서 일본 정부는 이르면 21일 각의에서 약 21조3천억엔, 우리 돈으로 약 199조원 규모의 종합 경제 대책을 확정할 계획이다. 경기 부양과 물가 부담 완화를 내세운 이번 패키지는 2025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추가경정 예산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2025회계연도 추경 예산 규모가 17조7천억엔, 약 165조원 수준으로 편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2024회계연도 추경 13조9천억엔, 약 129조원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당초 일본 정부는 경제 대책 총규모를 17조엔, 약 158조원가량으로 계획했지만, 여야 정치권과의 협의 과정에서 재정 지출 확대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경기 하방 압력과 물가 부담에 대한 국내 정치권의 우려가 큰 반면, 재정 건전성 개선 과제는 후순위로 밀려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이미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인 일본이 다시 대규모 국채 발행에 나설 경우, 국채 수급 불균형과 금리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일본의 이번 움직임이 글로벌 채권시장에도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본 국채 수익률이 구조적으로 상승할 경우, 일본 기관투자가들이 해외 보유 채권을 줄이고 국내 채권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경우 미국(USA)와 유럽 지역의 국채금리에도 상향 압력이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동시에 엔저가 지속되면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은 높아질 수 있지만,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일본 국내 물가에 추가 압력을 가하는 양면성이 부각되고 있다.

 

해외 주요 매체들은 일본의 장기금리 급등과 엔화 약세를 두고, 장기간 이어진 초저금리·재정 확대 전략이 구조적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과 신용평가사들도 향후 일본 재정 정책의 지속 가능성과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변경 가능성을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카이치 내각의 대규모 재정 대책이 단기 경기 부양에는 일정 부분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국채 발행 확대와 금리 상승, 엔저 심화라는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경고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재정 확대와 통화 완화 사이에서 얼마나 조화로운 출구 전략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향후 국제 금융시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번 일본의 재정·통화 정책 방향이 글로벌 금리·환율 환경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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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사나에#일본국채#엔화약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