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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제품 10월 113개 허가…식약처, 신속심사로 환자 접근성 확대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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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에 사용하는 의료제품 심사가 속도와 안전성의 균형을 모색하는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0월 한달 동안 총 113개 의료제품 허가 성적표를 내놓았다. 허가 숫자는 지난해 월평균과 올해 상반기 월평균에는 약간 못 미쳤지만 희귀질환 치료제와 최소침습 수술기기 등 고난도 제품이 포함돼 실제 환자 치료 현장에서의 체감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규제 기관이 허가 현황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면서 심사 과정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10월 의료제품 허가 건수는 총 113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의료제품 월평균 허가 건수 124개의 91.1퍼센트 수준이며 올해 상반기 월평균 117개와 비교해도 96.6퍼센트에 해당하는 수치다. 품목별로는 의약품 22개, 의약외품 9개, 의료기기 82개 등으로 구성됐다. 전체 숫자는 소폭 줄었지만 희귀질환용 의약품과 특수 수술기기 등 난이도가 높은 품목들이 통과한 점에서 품질 중심 허가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목할 만한 의약품 성과로는 희귀의약품인 만성 섬유성 간질성폐질환 치료제 닌테브연질캡슐150㎎이 허가됐다. 성분은 닌테다닙에실산염으로, 특정 성장인자 수용체를 억제해 폐섬유화 진행을 늦추는 기전으로 알려진 약물이다. 만성 섬유성 간질성폐질환은 폐 조직이 돌처럼 굳어지며 호흡 곤란과 산소 공급 저하가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희귀난치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에는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어서 환자와 의료진 모두 약제 선택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허가로 국내에서도 국제 가이드라인에 포함된 치료제 접근성이 넓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제 임상 현장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기기 분야에서는 손목터널증후군 수술 패러다임에 변화를 예고하는 제품이 포함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한 의료용박리자 Smartwire CTR은 손목터널증후군 수술 시 손바닥 부위의 피부를 넓게 절개하지 않고 경피적 방식으로 횡수근관인대를 절제하는 데 사용하는 기기다. 손목터널증후군은 반복적인 손 사용과 압박으로 정중신경이 눌리면서 손 저림과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약물과 보존적 치료로 호전되지 않는 경우 수술로 인대를 절개해 압박을 해소한다. 기존 개방형 수술은 절개 범위가 넓고 회복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 단점이었다. 경피적 박리 기기는 피부 절개를 최소화해 조직 손상을 줄이고 수술 후 통증과 흉터를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런 최소침습 의료기기는 시술 시간 단축과 입원 기간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의료기관 입장에서도 회전율과 비용 측면에서 이점이 있을 수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일상 복귀까지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 수 있어 직장인과 고령층 같은 주요 환자군의 편익이 커질 수 있다. 다만 숙련된 술기와 영상 유도 장비 등 일정 수준의 인프라가 요구되는 만큼 상급종합병원과 전문병원을 중심으로 먼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희귀질환 치료제와 최소침습 의료기기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미국과 유럽 규제 당국은 희귀의약품에 가격과 허가 혜택을 제공하며 개발을 장려하고 있으며, 수술기기 영역에서도 절개를 줄이는 경피적 기기와 로봇수술 플랫폼이 의료기관 투자 우선순위 상단에 올라 있다. 국내에서도 규제 당국이 희귀의약품과 첨단 의료기기의 허가를 병행해 지원하면서 글로벌 트렌드와의 격차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허가 숫자뿐 아니라 절차와 결과의 투명성 제고를 중장기 전략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허가 현황을 월 단위로 공개하고, 희귀질환 치료제와 같은 사회적 요구도가 큰 품목은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하는 선에서 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도 병행하는 모습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앞으로도 안전하고 유효한 제품을 신속하게 허가해 환자 치료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의료제품 허가 심사 과정과 결과를 정기적으로 제공해 투명성과 신뢰성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업계에서는 의료제품 허가 건수의 단기적 증감보다 어떤 질환 영역에서 어떤 유형의 제품이 통과하고 있는지를 더 중요한 신호로 보고 있다. 희귀질환 치료제와 최소침습 수술기기 허가 사례가 누적될수록 산업 전반의 연구개발 방향과 투자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와 제약바이오 업계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데이터 공개가 늘어날수록 기술 개발과 임상 전략 수립에 참고할 수 있는 정보가 많아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산업계는 앞으로 신속심사와 안전성 검증 간 균형이 어떻게 유지될지, 그리고 이런 허가 흐름이 실제 시장 확산과 환자 치료 성과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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