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대중대 제외된 채 통합 논의 마무리 단계”…목포·순천대, 18일 새 교명 확정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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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지역 대학 통합을 둘러싼 갈등과 전남 정치권의 제안이 맞붙었다. 목포대학교와 순천대학교 통합 교명을 어떤 이름으로 정할지에 대한 논쟁이 거세지는 가운데, 최종 결정은 18일로 다가왔다.

 

11일 목포대학교와 순천대학교에 따르면 두 대학 통합공동추진위원회는 전날 제8차 회의를 열어 통합 교명 후보와 선정 일정을 논의했다. 추진위원회는 복수의 교명 후보를 정리한 뒤 오는 17일 두 대학 교수와 직원, 학생 등 구성원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하고, 18일 최종 교명을 발표하기로 했다.

정치권과 지역사회 관심을 끌었던 국립 김대중대학교 명칭은 교명 후보군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공동추진위원회 내부 논의 과정에서 제외된 셈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남 지역 국회의원 10명은 9일 통합 교명으로 국립 김대중대학교를 제안했다. 전남을 대표하는 정치인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름을 통합 국립대에 붙여, 지역과 민주주의의 상징성을 살리자는 취지였다.

 

특히 순천이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은 국회 교육위원회 활동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 제안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김문수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딴 국립대학은 특정 진영의 기념물이 아니라 세계가 인정한 보편 가치의 교육적 계승이라는 공적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합 대학의 위상 제고와 국제적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주장했다.

 

전남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제안이 "압력이나 개입이 아닌 의견 제시"라고 선을 그으며 대학 자율성 침해 우려를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이 실명과 직함을 내걸고 교명까지 구체적으로 제안한 상황이라, 학내외에선 정치권이 통합 과정에 지나치게 관여한다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됐다.

 

정치권 제안이 알려지자 온오프라인에서는 지지와 반대 여론이 즉시 맞섰다. 호남의 정치적 상징성을 고려할 때 김대중 전 대통령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주장과 함께, 특정 정치인의 이름을 국립대 교명에 쓰는 것은 세대 갈등과 정치적 편향 논란을 키운다는 반론이 격렬하게 부딪쳤다.

 

두 대학에는 항의와 반대 의견이 잇따랐다. 대학 관계자들에 따르면 특히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국립 김대중대학교 명칭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표출됐으며, 통합 대학 교명이 그렇게 확정될 경우 집단 시위에 나서겠다는 입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들은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정치적 중립성과 대학 정체성을 훼손하는 명칭은 수용할 수 없다는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공동추진위원회는 논란이 확산되자 구성원 의견을 공식적으로 수렴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추진위원회는 17일 투표 당일 교명 후보를 공개하고, 교수와 직원, 학생 등 구성원의 선택을 최대한 반영해 최종 교명을 확정할 계획이다. 정치권이 먼저 제시한 국립 김대중대학교 명칭이 후보에서 빠졌다는 점은, 통합 과정에서 학내 자율성을 강조하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간 다양한 교명 후보도 공모를 통해 논의돼 왔다. 국민 공모에서는 국립 남도대학교가 최고작으로 선정됐지만, 2000년 8월부터 2008년 2월까지 사용된 전라남도립대학교의 이전 명칭 전남도립 남도대와 겹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역사적 혼동과 브랜드 정체성 혼선을 우려하는 시각이 컸다.

 

목포대학교 학내 공모에서는 국립 전라대학교가 대상에 선정됐고, 국립 김대중대학교가 최우수작으로 꼽히기도 했다. 국립 전라대학교는 전라남도와 전라북도를 포괄하는 지리적 상징성을, 국립 김대중대학교는 민주주의와 인권 가치를 계승하는 이미지를 각각 강조하는 이름으로 논의돼 왔다.

 

하지만 통합 대학 교명은 단순한 지명 결합 수준을 넘어, 지역 정치사와 인물에 대한 평가 문제까지 얽히며 정치권과 학내 구성원 사이 충돌 지점이 됐다. 전남 정치권으로서는 호남 대표 정치인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상징성을 활용해 통합 국립대 위상을 키우려는 전략이었고, 학생과 일부 교수진은 정파성과 정치적 프레임에 대학이 종속되는 현상을 경계하는 입장이다.

 

향후 통합 대학 교명 확정 과정은 단순한 명칭 선택을 넘어, 대학 자치 원칙과 정치권 영향력의 경계 설정 문제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 다만 통합공동추진위원회가 구성원 투표를 통해 교명을 정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만큼, 표심이 최종 결정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치권은 통합 교명 확정 이후에도 대학 통합 과정 전반에 대한 지역 여론을 주시하며 후속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국회는 교육위원회를 중심으로 통합 대학 설립 과정과 예산 지원 문제를 계속 점검할 계획이며, 대학 구성원들은 교명 확정 이후에도 대학 자율성과 정체성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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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김대중대학교#목포대학교#순천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