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보고 20쪽→5쪽”…통일부, 핵심 간추려 국회 제출 논란
북한인권 현안을 둘러싼 통일부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치열하게 맞서고 있다. 통일부가 올해 ‘북한인권 증진 추진현황’ 국회 보고 분량을 대폭 줄이면서 논란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분량뿐 아니라 내용과 절차도 달라져, 정치권의 반발과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통일부는 9일 외교통일위원회에 제출한 2025년 ‘북한인권 증진 추진현황’에서, 올해 7월 말까지 북한이탈주민 3919명을 대상으로 인권 실태를 조사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조사 대상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41명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 요약 내용은 단 한 페이지에 담겼다. 여기에는 접경지역 통제가 지속되고, 강제북송 과정에서 열악한 구금 실태 등이 포함됐다.

작년과 비교하면 변화가 두드러진다. 작년에는 188명에 대한 조사 결과가 4쪽에 걸쳐 다뤄졌으나, 올해는 241명을 추가 조사했음에도 보고서 내 상세 내용은 대폭 축소됐다. 나머지 4쪽에는 민간단체 지원, 북한인권증진위원회 운영, 북한인권 국제 공론화 등 정책 추진 실적이 간략히 정리됐다.
보고 절차도 바뀌었다. 작년에는 국회 보고 전 북한인권정책협의회를 대면 개최했지만, 올해는 서면 심의만 거쳤다. 통일부는 공식적으로 국회 보고 자료 자체도 언론에 별도로 알리지 않았다.
통일부는 보고 축소 배경에 대해 “핵심 성과와 객관적 팩트 중심으로 간략히 기술했다”며, “법 정한 보고 의무사항은 충실히 담겼다”는 설명을 내놨다. 통일부는 또한 기존의 공세적 북한인권정책이 실제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진단, 향후 실태조사 결과를 따로 공개하는 보고서는 내지 않기로 방침을 밝힌 상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법적·제도적 한계도 짚었다. 그는 8일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야당이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이행하라”고 질의하자, “북한인권법 제정이 적절치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사 추천에 대해 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을 포함한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부가 북한인권법에 따른 최소한의 보고 절차와 정보 공개 의무까지도 축소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민간단체와 일부 전문가들은 보고서 분량 축소가 북한 주민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 감시와 국내 정치적 공감대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정부가 북한인권 관련 보고와 정책 방향을 변경하면서, 향후 국회 논의는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외교통일위원회는 이번 보고 축소와 통일부 공식 입장 변화를 계기로 북한인권법 및 관련 정책 전반에 대한 점검을 본격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