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버스 탑승, 더 엄정히 보라"…김민석, 육군 법무실장 경징계 취소 지시
정치적 충돌 지점과 군 지휘 책임 문제가 맞붙었다. 비상계엄 상황에서 계엄 해제 조언을 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불거진 육군 고위 법무 장교에 대한 징계를 두고 국무총리와 국방부가 다시 칼을 빼든 모양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27일 이른바 계엄 버스에 탑승했다가 근신 처분을 받은 육군 법무실장 김상환 준장에 대한 국방부의 징계를 취소하고 재심을 지시했다. 김 총리는 이날 이재명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국방부 장관에게 김 준장에 대한 근신 10일 징계처분을 즉시 취소하라는 긴급 지시를 내렸다고 국무총리실이 전했다.

김 총리는 안규백 국방부 장관에게 "징계 절차에 즉각 다시 착수해 신속하게 마무리하라"고 주문했다. 경징계 수준에 머문 기존 판단을 뒤집고, 사안의 책임과 법적 의무 위반 여부를 다시 따져보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김 총리는 특히 김상환 준장의 직책과 당시 상황을 문제 삼았다. 그는 "김 준장은 군 내 법질서 준수에 중대한 책임을 지는 육군 법무실장으로서 당시 참모총장이자 계엄사령관이었던 대장 박안수에게 지체 없는 계엄 해제를 건의하거나 조언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점이 있음을 알면서도 계엄 버스에 탑승하는 등 중한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육군 법무실장은 군 내 법률 자문과 군사 법집행의 최종 심사 역할을 맡는 자리다. 이에 따라 김 총리는 계엄 해제 가능성을 검토하고 적법성을 따져야 할 핵심 참모가 사실상 계엄 유지 쪽에 가담했다는 점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국방부가 징계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미처 살펴보지 못한 사안이 없도록 엄정하게 재검토해달라"고 거듭 요구했다.
김상환 준장은 박안수 당시 육군참모총장 겸 비상계엄사령관의 지시로 지난해 12·3 비상계엄 당시 서울행 버스에 탑승한 육군본부 참모 34명 가운데 한 명이다. 이들이 탄 버스는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뒤인 지난해 12월 4일 새벽 3시쯤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서울로 출발했다가 약 30분 뒤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신 처분은 군 징계 체계에서 견책 다음 수준의 경징계에 해당한다. 따라서 국무총리가 대통령 재가까지 받아 징계 취소를 지시한 것은 계엄 사태 관련 책임자를 보다 엄정하게 가려야 한다는 최고위 권력의 인식이 반영된 조치로 해석된다. 계엄 해제 결정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비칠 소지가 있는 행위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 추궁이라는 판단도 깔려 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한편 국방부는 곧바로 후속 조치에 착수할 방침을 밝혔다. 국방부는 "국무총리의 지시에 따라 육군 법무실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다시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기존 근신 처분보다 상향된 징계 수위가 논의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치권에서는 계엄 사태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문책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국회 국방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중심으로 국방부 징계 절차의 적정성, 군 법무라인의 책임 범위, 계엄 해제 의결 이후 지휘 체계 작동 여부 등에 대한 추가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향후 회기에서 계엄 관련 조사와 징계 과정을 점검하며 군 수뇌부 문책 범위와 제도 개선 방향을 놓고 본격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