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론티스, 중동 현지화 본격화”…한미약품, 타북과 공급 계약 체결
호중구감소증 치료용 바이오신약 ‘롤론티스’가 중동·북아프리카 시장(MENA)에 진출한다. 한미약품은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제약기업 타북(Tabuk Pharmaceuticals)과의 공급 계약을 공식화하며 자사 신약의 글로벌 확장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중동은 인구 6억명, 고소득 국가들을 아우르는 신흥 거대시장으로, 이번 공급 계약을 업계에서는 ‘글로벌 시장 다각화 경쟁’의 결정적 분기점으로 평가한다.
한미약품이 8일 밝힌 공급 계약은 지난해 10월 타북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에 이어 확대된 형태다. 타북은 이미 MENA지역 17개국에서 영업망과 유통노하우를 갖춘 현지 전문업체로, 향후 롤론티스의 중동·북아프리카 시장 진입과 현지 안착을 위한 핵심 파트너 역할을 맡는다.

롤론티스(성분명: 에피포예틴 알파)는 호중구감소증 환자를 위한 항암 보조요법 바이오신약으로, 한국 제약사가 항암제 분야 바이오신약으로 미국 FDA 신약허가(BLA)를 취득한 첫 사례다. 2022년 미국 출시 이후 현지 브랜드명 ‘롤베돈’으로 분기당 200억원대 실적, 연간 누적 2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도 2024년 2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6% 성장하는 등 시장성을 입증했다.
기술적 측면에서 롤론티스는 기존 동종 약물에 비해 체내 지속시간과 환자 순응도를 높인 차별점을 인정받았다. 지속형 G-CSF(호중구 증식 인자) 융합단백질로서, 약효 지속시간을 혁신적으로 개선했다는 평가다. 이는 기존 치료제 대비 투약 빈도를 줄이고,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주효했다는 점에서 실효성을 갖춘 신약 기술로도 주목 받고 있다.
MENA시장 진입은 더욱 의미가 크다. 이 지역은 암 환자 등 만성질환자 증가, 보건 지출 확대와 맞물려 첨단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의약품 시장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는 주요 성장 시장으로 꼽히며, 타북은 이러한 시장에서 현지 유통력과 네트워크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한미약품과 타북은 롤론티스뿐 아니라 전립선비대증·발기부전 복합제인 ‘구구탐스’ 등 추가 혁신신약의 중동 진출도 논의 중이다.
글로벌 경쟁 구도에서는 이미 미국 시장에서 가시적 성과를 낸 한미약품이 이제 중동 및 북아프리카까지 활동무대를 넓히면서, 한국 바이오기업의 수출 패러다임에 중요한 전환 신호를 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유럽과 미국을 선점한 글로벌 제약사와의 경쟁에서, 신흥 시장에서의 파트너십 및 진입전략이 새로운 승부처가 됐다.
이 지역의 규제 환경 및 허가 절차, 시장 접근성 등의 과제도 주목된다. 현지 진출을 위해서는 각국 보건당국의 약가정책, 임상데이터 현지화, 의약품 등록절차를 모두 통과해야 한다. 타북은 MENA 17개국에서 축적한 경험을 통한 규제 대응과 유통 체계 구축 등에서 한미약품의 상업화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계약을 통해 한국 바이오신약의 글로벌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본다. 현지 진출에 성공할 경우, MENA 시장에서 축적한 실적을 토대로 향후 인접 국가 확장 및 추가 신약 도입도 기대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산업계는 이번 계약이 한미약품의 미래 성장 동력을 넓히는 계기이자, 실제 중동 시장 내 환자 접근성과 암 치료 생태계 전반의 혁신 가능성을 떠오르게 하는 사건으로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현지화 전략, 산업 구조 변화가 맞물리며 글로벌 바이오시장 지형 재편의 한가운데에 한국 기업이 들어설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