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은 내란”…국민 64% 인식, 민주주의 영향엔 엇갈린 평가
비상계엄을 둘러싼 평가와 정치권 대응을 향한 여론이 다시 격돌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1년을 맞아 실시된 전국지표조사에서 국민 다수는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인식하면서도, 민주주의에 미친 영향과 향후 과제에 대해서는 상반된 시각을 드러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과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 4개 사가 공동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 결과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의 성격을 묻는 질문에 ‘내란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은 64%로 집계됐다. ‘내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7%에 그쳤다.

연령별로는 모든 연령대에서 내란에 해당한다는 인식이 과반을 웃돌았다. 이념 성향별로 보면 진보층과 중도층에서는 내란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으나, 보수층에서는 ‘내란이 아니다’라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계층에 따라 책임 규명에 대한 인식과 정치적 판단 기준이 다르게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비상계엄 사태가 한국 민주주의에 미친 영향에 대한 평가는 보다 복합적이었다. ‘한국 민주주의가 발전했다고 본다’는 응답이 47%로 가장 높았다. 반면 ‘퇴보했다고 본다’는 평가는 27%,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응답은 23%로 조사됐다.
연령대별로는 30세 이상 전 연령층에서 민주주의가 발전했다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18∼29세에서는 발전, 퇴보, 변화 없음 응답 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돼, 청년층이 비상계엄 사태의 정치적 의미를 보다 유보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향후 과제를 둘러싼 인식은 다시 강경한 쪽으로 기울었다. 비상계엄 진상 규명과 사회 통합 중 어느 쪽을 우선해야 하는지 묻자, ‘사회 통합보다 진실 규명과 관련자 처벌이 우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52%로 집계됐다. ‘수사와 재판을 마무리하고 사회 통합에 나서는 것이 우선이다’는 답변은 42%였다.
이념 성향별로는 진보층과 중도층에서 진실 규명과 처벌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반면 보수층에선 사회 통합을 먼저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책임 추궁의 강도와 시기를 둘러싸고 정파별 인식 차가 뚜렷해 향후 정치권 논의에서도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정당별 대응 평가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대한 여론이 극명하게 갈렸다. 12·3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이후 각 정당의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묻는 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대응이 ‘적절했다’고 답한 비율은 58%였다. 반면 국민의힘의 대응이 ‘적절했다’는 응답은 13%에 그쳤다.
국민의힘의 대응에 대해서는 ‘부적절했다’는 부정 평가가 80%에 달했다. 조사는 모든 계층에서 부정적 인식이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둘러싸고 여야 간 대응 전략이 달랐던 만큼, 그에 대한 평가도 뚜렷하게 엇갈린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수치를 두고 공방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민주당은 비상계엄의 내란성 인식과 여론의 진실 규명 요구를 근거로 추가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주의 발전을 긍정 평가한 비율과 사회 통합 필요성을 강조하며, 더 이상의 정치적 공세는 국론 분열을 키운다는 논리를 내세울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조사는 2025년 12월 8일부터 12월 10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4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국내 통신 3사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가상번호 100%를 활용한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18.8%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비상계엄을 둘러싼 내란성 논쟁과 진실 규명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회는 향후 관련 상임위원회와 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후속 조사와 제도 개선 논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은 책임 규명과 사회 통합이라는 두 과제를 두고 정면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어, 향후 국정 운영과 정당 지지율 흐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