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로 흉부 판독 자동화"…딥노이드, 의료현장 정밀 진단 가속
생성형 인공지능을 접목한 의료 영상 판독 기술이 병원 현장의 진단 패턴을 바꾸고 있다. 국내 1세대 의료 AI 전문기업 딥노이드는 뇌혈관·흉부 영상 분야에서 임상 재현성과 정확도를 동시에 높이는 솔루션을 선보이며 국내외 학회와 공공 연구 과제를 통해 기술력을 입증하는 중이다. 업계는 딥노이드가 주도하는 멀티모달 초거대 AI 개발이 의료 AI 산업의 차세대 경쟁 구도를 가를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딥노이드는 2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의료AI 산업 대상 시상식에서 성장가능성부문 우수 기업으로 선정돼 벤처기업협회장상을 수상했다. 이번 행사는 뉴시스가 주최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벤처기업협회가 후원했으며, 실제 의료현장에서 검증 가능한 기술력과 혁신성을 기준으로 유망 기업을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수상의 배경에는 최근 북미영상의학회 RSNA 2025에서 거둔 연구 성과가 자리한다. 딥노이드는 세계 최대 영상의학 학술대회로 꼽히는 이 자리에서 연구 초록 5편이 채택됐다. RSNA 2025에는 157개국 5만 1000여 명의 회원과 700여 개 기업이 참여해 의료 AI 최신 트렌드를 공유하고 있다. 딥노이드가 발표한 연구는 흉부 X선 판독 오류 보정, 뇌동맥류 자동 탐지, 폐결절 CADx 다기관 임상시험 등으로, 영상 내 병변 인식뿐 아니라 판독 과정의 오류를 줄이고 임상 현장에서 반복 검증 가능한 재현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딥노이드는 RSNA 전시 부스에서 뇌혈관 진단 보조 솔루션 딥:뉴로와 흉부 X선 판독 소견서 초안 자동 생성 솔루션 M4CXR를 공개했다. 딥:뉴로는 CT나 MRA 등 뇌혈관 영상에서 주요 혈관 구조를 자동으로 분리하고 시각화해 영상의학과·신경외과 의료진이 뇌동맥류, 협착, 기형 등을 보다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보조 도구다. M4CXR는 의료 영상과 보고서를 동시에 학습한 비전언어 모델 기반 솔루션으로, 흉부 X선 영상에서 병변 후보를 추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판독 소견서 초안을 자동 작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딥노이드는 RSNA 현장에서 글로벌 병원과 솔루션 업체들을 대상으로 PoC와 공동 연구 가능성을 논의하며 해외 시장 교두보를 넓히는 데 집중했다.
국내에서도 대한영상의학회 KCR 2025에서 딥노이드의 흉부 X선 AI 진단 기술 관련 다수의 연구 초록이 채택됐다. 이 가운데 2편은 M4CXR 적용 기술을 다룬다. 하나는 비전언어 모델을 활용한 흉부 X선 이중판독 시스템으로, AI가 1차 판독을 수행하고 사람이 이를 검증하는 구조를 통해 판독 누락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연구다. 다른 하나는 실제 임상 데이터를 활용해 AI가 생성한 판독 소견서 초안을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평가한 결과를 분석하는 내용으로, 향후 상용화를 앞두고 임상 유용성과 안전성을 기반으로 한 인허가 전략 수립에 활용될 수 있다.
M4CXR는 현재 41종의 흉부 X선 병변 판독을 지원하며,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받아 다기관·후향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후향적 임상은 실제 진료에서 축적된 영상을 기반으로 AI의 성능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병원 환경과 장비 조건에서 알고리즘이 얼마나 일관된 성능을 내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검증을 통해 생성형 AI 기반 판독 지원 솔루션이 단순 자동화 도구를 넘어 임상 워크플로우의 일부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딥:뉴로의 핵심 기반 기술인 뇌혈관 세분화 AI 모델 ARG DeepNeuro 역시 글로벌 무대에서 검증을 거쳤다. 딥노이드는 의료영상 AI 대회 TopBrain Challenge에서 CTA 부문 1위, MRA 부문 2위를 기록하며 ARG DeepNeuro의 정밀 세분화 성능을 입증했다. 이 모델은 뇌 주요 40여 개 혈관을 픽셀 단위로 분할하고, 혈관 간 연결 관계와 전체 구조의 완성도를 정량 평가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기존에는 숙련된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수작업으로 분할과 측정을 수행해야 했던 영역으로, AI 적용 시 분석 시간 단축과 검사 간 편차 감소 효과가 기대된다.
이 기술을 적용한 상용 솔루션 딥:뉴로는 2023년 혁신의료기술로 선정되고 건강보험 비급여 코드를 획득하며 국내 임상 도입 단계에 올라섰다. 혁신의료기술 지정은 기존 진료 방식으로는 제공하기 어려운 새로운 의료 가치를 인정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비급여 코드 부여는 환자 본인부담을 전제로 실제 진료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의료기관 입장에서 경제적 타당성을 따져볼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딥노이드는 개별 솔루션을 넘어 의료 특화 초거대 AI 인프라 구축에도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이 주관하는 총 116억 원 규모 의료 특화 멀티모달 초거대 생성형 AI 기술 개발 과제에서 주관연구개발기관으로 선정된 것이다. 향후 5년간 딥노이드는 의료영상, 심전도·심박 등 생체신호, 전자의무기록 EMR 데이터를 함께 활용하는 멀티모달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추진한다. 멀티모달 모델은 영상, 텍스트, 수치 데이터를 동시에 이해해, 예를 들어 CT 영상 소견과 진료 기록, 검사 결과를 통합 분석하는 형태의 정밀 예측·진단이 가능해지는 방향을 지향한다.
딥노이드는 이 과정에서 HL7, FHIR, SNOMED CT와 같은 국제 의료 데이터 표준을 설계 단계부터 반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HL7과 FHIR는 의료 데이터 교환 프로토콜과 구조를 정의하는 표준이며, SNOMED CT는 질병·처치·임상 소견 등을 코드로 체계화하는 의학 용어 체계다. 표준을 기반으로 모델을 설계하면 국내 병원뿐 아니라 해외 의료기관, 의료정보시스템과의 연동성이 높아지고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과 수출 과정에서 규제 대응이 수월해질 수 있다. 딥노이드는 개발, 실증, 상용화에 이르는 단계별 로드맵을 제시하며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동시에 고려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생성형 AI를 활용한 의료 텍스트 생성, 진단 보조, 임상 요약 등 다양한 시도가 진행 중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와 의료정보시스템 업체들이 대형 언어모델을 EMR에 접목해 의무기록 자동 작성, 진료 요약 생성 서비스를 시험 적용하고 있다. 다만 규제 측면에서는 환자 안전성과 개인정보 보호, 책임 소재 등 이슈가 남아 있어 영상 판독 보조와 같은 고위험 영역은 보수적인 접근이 유지되는 분위기다. 국내에서 딥노이드가 식약처 감독 아래 다기관 임상과 인허가 절차를 병행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환경을 반영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딥노이드의 행보가 국내 의료 AI 산업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뇌혈관과 흉부 영상 같은 중증·고빈도 질환 영역에서 임상 검증을 거친 AI 솔루션이 상용화 단계로 진입할 경우, 다른 질환 분야로의 확산과 보험 제도 반영 논의가 속도를 낼 수 있어서다. 동시에 멀티모달 초거대 AI 과제를 통해 구축되는 데이터·알고리즘 인프라는 향후 약물 반응 예측, 수술 전후 합병증 예측 등 정밀 예후 분석 영역으로 확장될 여지도 제기된다.
딥노이드는 딥:뉴로와 M4CXR 등 기존 솔루션 고도화와 더불어 신규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외 의료현장에서 AI 기반 정밀 진단과 예측 솔루션 확산을 추진할 계획이다. 최우식 딥노이드 대표는 의료AI 산업대상 수상과 관련해 그동안의 기술 축적보다 앞으로 열어 갈 미래를 더 높이 평가받은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생성형 AI 기반 의료기기 M4CXR의 인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가까운 시일 내 실제 진료 현장에서 기술이 입증될 경우 이번 수상이 더 큰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계는 딥노이드의 기술이 규제와 보험, 의료 현장의 수용성이라는 세 가지 관문을 넘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