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법인 구조 재편…SK온, 블루오벌SK 테네시 공장 단독 운영 전환
SK온과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가 배터리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의 지배 구조를 재편해 각자 공장을 분리 운영하기로 했다. 2026년을 목표로 한 이번 구조조정은 북미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을 재정비해 인플레이션 감축법 IRA 환경에 대응하고, 양사 모두 수익성 중심의 투자 전략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SK이노베이션은 11일 공시를 통해 자회사 SK온과 포드가 50대 50으로 출자한 미국 배터리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의 지배 구조를 상호 합의 하에 변경한다고 밝혔다. 합의에 따라 SK온은 블루오벌SK가 보유한 미국 테네시 공장을 단독으로 소유·운영하고, 포드는 켄터키주 1·2공장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 독립 운영하는 체제로 전환한다.

지배 구조 조정은 포드가 보유한 블루오벌SK 보통주 50%에 대한 유상감자 방식으로 진행된다. 감자가 완료되면 블루오벌SK의 자본금은 현재 약 9조520억원에서 4조5천26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양측은 감자 기준일을 2026년 3월 31일로 설정했으며, 실제 감자 집행 시점과 세부 일정은 계약 이행 상황과 미국 및 관련 당국의 인허가 절차에 따라 변동될 여지가 있다.
SK온은 구조 재편과 맞물려 블루오벌SK가 보유한 켄터키 공장 부지와 건물을 포함한 유형자산 약 9조8천862억원어치를 포드에 매각하기로 했다. 켄터키 1·2공장은 포드 단독 법인이 운영을 맡게 되면서, 포드 입장에서는 전동화 전략의 핵심 기지 중 하나를 자체 통제하에 두는 구조를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자산 이전 절차가 마무리되면 테네시 공장은 SK온 북미 생산 거점 내에서 단일 지배 구조 하에 편입된다. SK온이 직접 의사결정과 사업 전략을 수립·집행하는 체제가 구축되면서, 설비 투자와 제품 포트폴리오 조정, 고객 다변화 등에서 보다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SK온 관계자는 이번 재편에 대해 운영 효율성 제고를 위한 전략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45GWh 규모 테네시 공장에서 포드뿐 아니라 다양한 글로벌 완성차와 에너지저장장치 ESS 수요처를 겨냥해 공급을 확대하고, 북미 시장에서 수익성 중심의 내실 경영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정 합작 구조에 얽매이지 않고 생산능력과 고객 구성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합작법인 분리가 미국 IRA 규정에 부합하는 투자 구조를 정비하고, 북미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을 장기적으로 안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배터리·완성차 간 합작 모델이 투자 리스크 분산과 초기 시장 선점에 유리했지만, 최근에는 각사가 정책 변화와 수요 변동에 맞춰 자산과 생산 규모를 보다 유연하게 조정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SK온이 테네시 공장을 단독 운영하면서 공장 운영의 유연성과 의사결정 속도를 끌어올릴 여지가 커졌다고 본다. 전기차 판매 성장세가 완만해지고 보조금 규정이 수시로 조정되는 상황에서, 고객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제품 라인업을 고도화할 수 있다면 수익성과 위험 관리 측면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설비투자와 운영비 부담이 온전히 SK온 재무구조에 반영되는 만큼, 수주 확보와 가동률 관리가 핵심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제도·정책 측면에서는 IRA가 요구하는 북미 내 생산 비중과 핵심광물 요건이 여전히 강화된 환경이어서, 단독 공장 체제는 향후 제도 변화에도 비교적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로 평가된다. 정부와 업계는 미국 현지 생산 확대, 원자재 공급선 다변화, 세제 혜택 활용을 중심으로 한 대응 전략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번 합작법인 재편도 이런 흐름 속에서 이뤄진 결정으로 풀이된다.
블루오벌SK는 2022년 SK온과 포드가 각각 50%씩 출자해 설립한 합작법인으로, 미국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 생산 거점을 구축해 왔다. 합작법인 체제는 종료되지만, SK온은 테네시 공장을 기반으로 포드와 전략적 협력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테네시 공장은 포드의 전동화 차량 및 부품 클러스터인 블루오벌 시티 내에 위치해 있어 포드 전기차 생산라인에 배터리를 적기에 공급하기에 유리한 입지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향후 북미 전기차 수요 흐름과 미국 정책 환경 변화에 따라 SK온과 포드의 단독 공장 전략이 어떤 성과를 낼지, 글로벌 배터리·완성차 업계의 합작 모델에도 변화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