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세계속으로, 불가리아의 낮은 숨결”…로도피 산맥 너머 만난 삶의 깊이→여행의 본질은 무엇일까
유럽 지도 끝자락, 익숙함을 벗어던진 길 위에서 ‘걸어서 세계속으로’는 불가리아의 깊은 산과 풍성한 삶을 따라간다. 트라키아인의 오랜 숨결과 로마, 비잔틴, 오스만제국이 얽힌 흔적 위에 피어난 마을의 일상, 그리고 산골짜기를 메우는 전통 음악 소리가 필름을 감싼다. 현지 치즈 장인이 펼치는 느린 손놀림, 사라져가는 호로춤 위에 얹힌 마을의 온기가 조용하게 번진다. 유럽 여행의 공식에서 한 발짝 물러서, 발칸의 전설을 품은 로도피 산맥을 걸으며 시청자는 오랜 시간을 건너온 토속문화와 장수 마을의 깊이를 함께 체험한다.
카메라는 울창한 산정을 오르내리며 하이킹과 말 타기, 그리고 세월이 빚은 울로비차 동굴의 어둠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산에서 내려와 만나는 흑해 연안 도시 부르가스의 햇살, 해수에 몸이 엉기는 붉은 호수의 풍경, 모두가 긴 여름의 한 단면을 이룬다. 바이킹 전설을 닮은 선상에서 마주한 저녁 바람과, 짜짜와 맞물린 바삭한 현지 음식을 맛보는 순간은 낯선 시간을 친근하게 만들어준다. 여름 밤을 채우는 식탁 위에는 시간의 결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걸어서 세계속으로’는 불가리아를 향한 두 번째 시선으로, 여행이라는 행위의 본질을 조용히 다시 묻는다. 이미 알려진 도시가 아닌, 낯선 자연과 살아가는 사람들 안에서 시청자는 풍경 너머의 마음과 깊은 공명을 만난다. 발칸의 산과 흑해의 바다, 잊혀진 전통과 지금을 살아내는 얼굴들이 하나의 긴 시처럼 스며든다. 새로운 만남과 기억을 담으려는 여정은 결국 우리 존재의 출발점과 다르지 않다. 개성 넘치는 촬영진의 여정은 9월 13일 토요일 오전 9시 40분 ‘걸어서 세계속으로’를 통해 다시 시작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