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전 대통령 내달 17일 재소환 통보"...김건희 특검, 여론조사·뇌물·군용자산 의혹 동시 압박
정권 핵심을 겨냥한 특검 수사와 수사 과정에서 발생한 사망 사건이 맞물리며 정국 긴장이 커지고 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다시 출석을 통보하는 한편, 양평군 공무원 사망 사건 진상조사 결과도 곧 내놓기로 하면서 정치권 공방이 격화될 전망이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26일 윤 전 대통령에게 다음 달 17일 오전 10시까지 특검 사무실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당초 윤 전 대통령에게 이날 출석을 요구했으나, 윤 전 대통령 측이 재판 일정을 내세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일정을 다시 조율해 왔다.

윤 전 대통령이 실제로 조사에 응할 경우 지난 7월 2일 특검팀이 수사를 정식 개시한 뒤 약 5개월 반 만에 첫 대면 조사가 된다. 특검 출범 이후 핵심 피의자인 전직 대통령이 수사팀과 마주 앉는 첫 장면인 만큼, 조사 내용과 이후 수사 방향이 정국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정치권에서 제기된다.
윤 전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가 명태균 씨로부터 2억7천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공범으로 지목됐다. 또 김상민 전 부장검사로부터 1억4천만 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그림을 제공받았다는 의혹과 연계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공범 여부도 조사 대상에 올라 있다.
정치 행보와 관련한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도 수사 선상에 있다.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을 둘러싸고 "한 넉 달 정도 위탁관리를 맡겼는데 손실이 났다"고 발언했다. 특검팀은 이 발언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따지고 있다.
김 여사가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과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으로부터 인사 청탁을 대가로 고가의 귀금속을 받았다는 의혹에 윤 전 대통령이 관여했는지도 특검 수사 대상이다. 더불어 2023년 8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해군 지휘정인 귀빈정을 이용해 파티를 즐기며 군용 자산을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안 역시 특검팀이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은 현재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 수사와 관련해 지난 7월 10일 재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용 중이다. 신병이 확보된 상태에서 이뤄지는 특검 조사인 만큼, 소환 통보에 불응할 경우 강제구인 등 추가 조치 가능성도 법조계에서 거론된다.
민중기 특검팀은 이미 윤 전 대통령에게 두 차례 출석을 요구한 바 있다. 특검팀은 지난 7월 29일과 30일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연이틀 출석을 통보했지만 그가 끝내 응하지 않자,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구인을 시도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이 완강히 거부해 당시 대면 조사는 무산됐다. 특검팀이 다시 소환장을 발부한 만큼 과거와 같은 강대강 대치가 재연될지 주목된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조사에 앞서 김건희 여사 조사에도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특검 측은 김 여사를 내달 4일과 11일 두 차례에 걸쳐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여론조사 수수, 귀금속 및 그림 수수, 군용 자산 사용 등 의혹 전반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와 별개로 특검 수사 과정에서 발생한 피의자 사망 사건도 특검팀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민중기 특검보는 지난달 양평군 공무원 A 씨가 피의자 조사를 받은 뒤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내부 진상조사 결과를 오는 27일 발표한다고 밝혔다. 수사팀이 감찰에 준하는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지 한 달 반 만에 내놓는 첫 공식 결과다.
A 씨는 지난달 2일 김 여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특검팀 조사를 받은 뒤, 같은 달 10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 직후 공개된 A 씨의 자필 메모에는 특검팀이 강압과 회유를 통해 특정 진술을 유도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이 메모가 알려지면서 특검 수사 방식과 인권침해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과 시민사회 전반으로 번졌다.
특검팀은 사건 발생 직후 수사 방식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담당 수사팀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될 경우 상응하는 조처를 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진상조사 결과의 구체적 내용과 책임 소재에 따라 특검의 도덕성과 정당성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어, 여야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를 향한 특검 수사,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인권 논란이 맞물리면서 여야 간 공방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당은 수사의 공정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크고, 야당은 전직 권력 핵심에 대한 엄정 수사를 촉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민중기 특검팀은 앞으로 김 여사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를 차례로 진행한 뒤 관련 의혹들에 대한 법리 검토에 착수할 전망이다. 국회와 정치권은 특검 수사 결과와 양평 공무원 사망 사건 조사 결과를 토대로 향후 책임 공방과 제도 개선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