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칩 판도 흔들렸다”…엔비디아 급락에 뉴욕증시 기술주 조정, 서학개미 투자 전략 시험대
25일 현지시각 기준 미국(USA) 뉴욕증시가 장초반 혼조세로 출발한 가운데, 예상보다 약한 소매판매와 고용 지표, 엔비디아 급락 이슈가 겹치며 기술·반도체 업종이 조정을 받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와 경기 둔화 우려가 동시에 부상하는 가운데, AI 칩 경쟁 구도 변화가 서학개미의 투자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양상이다.
미 동부시간으로 25일 오전 10시 36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500 지수는 0.10% 상승 중인 반면,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종합지수는 0.27% 하락하고 있다.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 지수는 0.61% 오르며 상대적 강세를 보이고 있고, 중소형주 지수인 러셀 2000도 0.71% 상승해 경기민감·가치주로의 분산 흐름을 시사한다. 변동성 지수 VIX가 20선에서 소폭 하락하며,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과도하게 확대된 국면은 아니라는 신호를 동시에 내고 있다.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https://mdaily.cdn.presscon.ai/prod/129/images/20251125/1764081929258_698563108.jpg)
거시 지표는 물가·소비·고용이 서로 다른 방향의 신호를 보여 주고 있다. 잭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에 따르면 9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2% 증가에 그쳐 시장 예상치에 못 미쳤고, GDP 산출에 직접 반영되는 ‘컨트롤 그룹’ 소매판매가 –0.1%로 돌아서며 소비 여력 약화를 드러냈다.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3%로 예상과 일치했지만,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는 0.1%에 그쳐 전망치를 하회했다. 연간 기준 헤드라인 PPI 2.7%, 근원 PPI 2.6%는 여전히 연준 목표를 웃돌지만,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이 완화되는 흐름으로 해석되고 있다.
찰스 슈왑이 전한 ADP 민간 고용 선행 지표는 최근 4주 평균 –1만3,500명 감소로, 직전 주보다도 더 약한 모습을 보였다. 채권 시장에서는 부진한 소매판매와 고용 둔화를 근거로 12월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80%대 초반 수준으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다만 장기 금리가 이미 4%대 초반 박스권에 머물고 있어, 단기 정책금리 인하가 곧바로 장기 금리 하락과 위험자산 랠리로 이어지기보다는, 경제 지표 발표 때마다 변동성이 반복되는 양상이 지속되는 분위기다.
전일 뉴욕증시는 달라스 연방준비은행 제조업 지표 부진 속에서도 성장주 중심으로 강하게 반등했다.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섹터가 3%대 후반 급등하며 지수를 끌어올렸고, 나스닥 지수는 2%대 후반 상승했다. 그러나 이날은 개장 전 선물시장에서 약세가 선반영된 뒤, PPI·소매판매·ADP 지표가 공개되면서 지수별·업종별 차별화가 다시 심화되고 있다. 특히 나스닥이 조정을 받는 가운데 다우와 러셀 2000이 상대적 강세를 보이는 흐름은, 고평가 성장주에서 가치·배당주로 자금 일부가 옮겨가는 월가 포지셔닝 변화를 반영한다는 평가다.
시장의 시선은 무엇보다 AI 반도체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에 쏠려 있다. 핀볼드의 11월 25일자 분석에 따르면, 엔비디아 주가는 개장 전 프리마켓에서 전일 대비 3%대 후반 하락한 175달러까지 밀렸다. 전날 2%대 상승 마감에도 불구하고, 개장 직전 메타 플랫폼스가 내년부터 구글(알파벳)의 자체 AI 칩인 TPU를 데이터센터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투자 심리가 급변했다. 메타가 일부 워크로드에 구글 칩을 도입한 뒤 2027년까지 더 광범위한 배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겹치면서, 엔비디아의 ‘고객 잠금 효과’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찰스 슈왑은 메타의 구글 칩 도입 검토를 AI 인프라 시장 전체 경쟁 구도를 흔드는 잠재 변수로 평가한다. 알파벳 주가는 전일 6% 급등에 이어 이날도 장초반 추가 상승 중이고, 알파벳과의 협업 기대가 커진 브로드컴 역시 전일 11% 급등 뒤 3% 안팎 추가 강세를 보이며 AI 인프라 공급망 수혜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반면 엔비디아와 함께 AI GPU 대표주로 꼽혀 온 AMD는 4% 넘게 하락하며 단기 ‘포지션 청산’성 매도 압력을 받고 있다. AI·반도체 전반이 최근 고평가 구간에 진입했다는 경계감이 이미 형성된 상황에서, 메타의 칩 다변화 뉴스가 즉각적인 차익 실현 매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한국 투자자, 이른바 서학개미가 집중 보유한 미국 빅테크 종목 시세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기준 11월 21일 서학개미 미국 주식 보관금액 상위 10종목은 테슬라, 엔비디아, 팔란티어 테크, 알파벳 A, 애플, 인베스코QQQ, 마이크로소프트, 아이온큐, 뱅가드 S&P500 ETF, 브로드컴 순이다. 이 가운데 알파벳 A, 애플, 인베스코QQQ, 아이온큐, 뱅가드 S&P500 ETF는 같은 날 수백억 원대 순증을 기록한 반면, 테슬라와 엔비디아, 팔란티어, 마이크로소프트, 브로드컴은 보관금액이 줄었다.
장초반 시세에서는 종목별 희비가 뚜렷하다. 테슬라는 414달러대에서 1% 안팎 하락하며 전일 급등 후 숨 고르기에 들어갔고, 엔비디아는 170달러대 초반으로 4%대 후퇴해 프리마켓 약세가 정규장 초반까지 이어지고 있다. 팔란티어는 1%대 하락세인 반면, 알파벳 A는 320달러 중반에서 1%대 후반 상승하며 메타의 칩 선택 이슈 수혜 기대를 반영하는 모습이다. 애플도 1%대 상승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0%대 후반 하락, 브로드컴은 소폭 상승하며 AI 인프라 체인의 양극화를 보여 준다.
11위부터 20위까지 2선 종목군에서도 위험 선호와 회피가 교차한다. 디렉션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와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1.5배 ETF 등 레버리지 상품이 2%대에서 4%대까지 동반 하락하는 가운데, 아마존과 메타 플랫폼은 0%대에서 1%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동시에 슈왑 미국 배당주 ETF, SPDR S&P500, 아이셰어즈 0~3개월 미국 국채 ETF 등 배당·시장대표·단기채 ETF는 0.1~0.7% 범위의 견조한 흐름을 유지해,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방어형 자산을 활용하는 전략이 병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서학개미의 자금 흐름을 시간대별로 보면, 고위험 성장주 집중에서 플랫폼·배당·지수 ETF로의 점진적인 리밸런싱 조짐이 관측된다. 예탁결제원 집계에 따르면 미국 증시 상위 50개 종목 보관금액 합계는 11월 초 170조원대에서 20일 159조 4,000억원 수준까지 줄어든 뒤, 21일에는 전일 대비 1,576억원 증가로 소폭 반등했다. 연초 1월 166조원에서 출발한 전체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10월 249조원까지 급증했다가 11월 214조원대로 내려온 상태다. 10월 피크 이후 조정 폭이 작지 않지만, 여전히 연초 대비 크게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미국 시장 참여가 구조적으로 위축됐다고 보기는 어렵고, 다만 종목·업종별 온도 차가 한층 뚜렷해진 모습이다.
그 사이 개별 기업 실적도 지수와 업종별 움직임에 미세 조정을 가하고 있다. 잭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는 알리바바가 주당순이익 측면에서는 시장 기대를 약간 밑돌았지만, AI 클라우드 매출 호조로 매출액이 예상치를 상회하며 프리마켓에서 3% 안팎 상승했다고 전했다. 베스트바이, 코울스, 애버크롬비&피치, 딕스 스포팅굿즈 등 미국 소비 관련 종목들도 전반적으로 이익 호조와 가이던스 개선에 따라 개별 주가가 엇갈리고 있다. 슈왑과 웰스파고는 공통적으로 “소매판매 컨트롤 그룹 부진과 ADP 고용 둔화가 연준의 완화 기대를 자극하는 동시에, 소비와 고용 체력에 대한 우려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뉴욕증시는 같은 데이터라도 해석에 따라 상반된 반응이 나오는 전형적인 ‘데이터 의존’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금리 인하 기대가 성장주에 무조건 유리하게 작용하기보다는, 실제 성장성·가격결정력·경쟁 구도에 따라 종목별 ‘옥석 가리기’가 더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테슬라, 엔비디아, 애플,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등 서학개미 최상위 보유 종목들은 여전히 장기 성장 스토리를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메타의 칩 다변화 뉴스가 보여 주듯 단일 이벤트에 따른 단기 변동성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서학개미 입장에서는 11월 중순 이후 미국 주식 보관금액이 고점 대비 감소하는 과정에서, AI·반도체·빅테크 편중 구조와 레버리지 상품 비중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뉴욕증시가 이날처럼 물가·소비·고용 지표와 기업 뉴스, 단기 수급 요인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상황에서는, 헤드라인 중심 매매가 투자 심리를 과도하게 자극해 변동성을 키우기 쉽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번 조정 국면이 서학개미에게 단기 공포를 넘어 보유 종목의 펀더멘털·밸류에이션·경쟁 구도 점검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지, 그리고 AI 칩 경쟁 재편이 글로벌 증시 흐름에 어떤 후폭풍을 낳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