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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 체제 법치주의 논란” 김종철, 방미통위 소송 리스크 진화 예고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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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미디어와 통신 규제 체계를 책임질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수장 인선을 둘러싸고, 전임 방송통신위원회의 2인 체제 운영과 법치주의 논란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합의제 규제기관이 정상 정원보다 축소된 상태에서 주요 의사결정을 강행한 결과, 제재와 허가 등 핵심 규제조치 상당수가 법적 다툼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향후 방미통위 출범 시에도 유사한 인사 공백과 소송 리스크가 반복될 경우, 방송과 온라인 플랫폼, 통신 인프라 투자까지 정책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는 1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과거 방송통신위원회가 2인 체제로 운영되며 각종 의결을 단행한 데 대해 “소송 문제로 전개된 부분에 대해 안타깝다”며 “임명된다면 법치주의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해 소송으로 비화되지 않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방송·통신·OTT·플랫폼 규제 권한을 승계할 방미통위가 출범 단계부터 법적 정당성 논란에 휘말리지 않도록 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질의를 진행한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 하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장기간 2인 체제로 운영된 점을 집중 거론했다. 조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2인 체제에서 2년 반 동안 229건 처리했다”며 “합의제 기관에 대한 기본 원칙마저 무시해버린 결과”라고 지적했다. 합의제 위원회는 원칙적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와 정치적 균형을 반영하도록 설계된 만큼, 위원 구성이 미완성인 상태에서 중대 사안을 의결하는 것은 제도 취지에 반한다는 주장이다.

 

조 의원은 이어 “이렇게 의결하다 보니까 그 의결들에 대한 논란과 다툼들이 끊이지 않았다. 소송으로 직행한 것만 88건”이라고 밝혔다. 방통위 제재와 행정처분 상당수가 직권남용 여부, 절차적 정당성,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 등을 두고 행정소송으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그는 “방미통위는 불필요한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고, 소송 비용으로 예산 낭비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여기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법무부도 한 번 방송 제재 관련 항소 포기를 지도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2인 체제에서 내려진 방송 제재나 인허가 관련 결정은 절차적 흠결이 향후 취소·무효 소송에서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 구성 미완성 상태에서 내려진 합의제 결정이 법원에서 반복적으로 뒤집힐 경우, 방송사와 통신사업자,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사업자의 중장기 투자계획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제재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규제 방향성이 정권·인사 상황에 좌우된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어서다.

 

김 후보자는 답변에서 현행 제도 구조에 대한 법학자로서의 문제의식을 재차 드러냈다. 그는 “방통위 체제가 5인 상임위원으로 구성되는 합의제 체제인데도 어떤 이유에서건 2인 체제라는 완전하지 못한 조건 속에서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사안들에 대해 많이 처리했다”며 “그게 소송 문제로 전개된 부분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표현의 자유를 직접 제한하거나 간접적으로 위축시킬 수 있는 행정처분일수록, 위원 구성과 표결 절차의 정당성이 더 엄격히 요구된다는 취지다.

 

이어 그는 “개인적으로 헌법학자로서 이런 비정상적인 체제에서 많은 행정처분이 내려지는 것에 대해 법치주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학자로서의 소신을 언론 기고나 논문 등을 통해 밝혔다”고 설명했다. 방통위 시절부터 인사 공백 상태에서의 강행 의결을 비판해 왔다는 점을 내세우며, 향후 방미통위 운영에서는 절차 합리성과 법적 안정성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지고 방송과 통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생성형 인공지능 기반 콘텐츠까지 경계가 허물어진 상황에서 규제기관 수장의 법치주의 인식은 산업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동일한 발언에 대한 제재 수위나 심의 기준의 일관성이 떨어질 경우, 방송사뿐 아니라 동영상 플랫폼, 뉴스 앱, 커뮤니티 서비스 제공 기업도 콘텐츠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설계하기 어렵다. 소송이 잇따르면 규제 기준은 법원의 판결에 의해 사후적으로 형성되고, 규제기관의 정책적 설계 권한은 축소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방송·통신·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통합하는 방향으로 기구 개편이 진행 중이다. 유럽연합은 디지털서비스법과 디지털시장법을 통해 대형 플랫폼의 콘텐츠 책임과 시장 지배력 규제를 강화했고, 미국과 일본도 통신·플랫폼 규제기관의 역할 조정을 논의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방미통위 출범을 계기로 미디어 규제체계 전반을 재설계하는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어, 초대 위원장의 법리 인식과 운영 철학이 미디어·통신 산업의 규제 예측 가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향후 방미통위가 과거 방통위 2인 체제에서 내려진 각종 의결의 법적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지도 주목하고 있다. 기존 사건의 소송 대응 방향, 제재 기준의 재정립, 심의 절차의 투명성 강화가 병행되지 않을 경우, 표현의 자유 위축 논란과 정치적 편향 시비가 반복될 수 있어서다. 산업계는 김종철 후보자가 강조한 법치주의 원칙이 실제 의결 구조와 집행 관행에 얼마나 반영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규제 불확실성이 줄어들 수 있을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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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윤석열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