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타고 모기업 교섭”…IT업계, 노사 갈등 대격돌 신호
노란봉투법(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2025년 초 시행을 앞두고 IT업계 내 노사 관계의 판도 변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네이버, 넥슨 등 대형 IT그룹 계열사 노조들이 기존과 달리 모기업을 교섭 상대로 직접 지목하기 시작하면서, 임금·복지·보상 등 사업 전반에 걸친 사용자 범위 논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부도 6개월간의 법 시행 준비기간에 사용자 인정 범위, 노동쟁의 한계 등을 정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지만, 업계에선 “IT산업 경쟁력과 경영 전략에 근본적 영향을 줄 분기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7일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는 경기 성남 네이버 사옥에서 별도 집회를 열고, 자회사 및 손자회사의 임금·복지 격차를 본사가 직접 해결할 것을 요구했다. 네이버가 비용 절감 취지로 설계한 원·하청 이원화 구조에서, 핵심 서비스 개발에 참여하는 계열사 직원들이 주요 처우 차별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그린웹서비스, 스튜디오리코, 엔아이티서비스, 엔테크서비스, 인컴즈, 컴파트너스 등 6개 법인 근로자들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결렬로 모기업의 개입을 촉구하는 상황까지 번졌다. 노조는 “네이버가 실질적 사용자인데도 교섭 책임을 회피한다”며, 최근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를 계기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 등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을 결정·지배하는 자를 ‘사용자’로 간주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이에 따라 자회사·손자회사 구성원이 가진 협상 테이블에 ‘진짜 사장’인 원청 경영진을 앉히겠다는 법적 근거가 넓어진 셈이다. 업계는 이 같은 구조 변화가 모기업의 인사, 성과급, 복지 통제권 행사 관행에 따라 법적 책임 여부로 직결될 수 있다고 본다.
네이버뿐이 아니다. 넥슨의 주요 개발 자회사인 네오플 역시 이익분배율 제도화 및 보상 기준 공개를 놓고 최근 국내 게임업계 최초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네오플 노조도 “실질적 의사결정권을 가진 넥슨이 책임져야 한다”며 넥슨코리아 본사 앞 교섭 집회 등, 모기업 상대 요구를 정면에 내세우고 있다. 파업 후 ‘던전앤파이터’ 20주년 오프라인 행사 취소, 서비스 일정 차질 등 사업 영향력도 커진 상태다. 카카오 등 타 IT그룹의 계열 노조들도 모기업 개입 요구 목소리를 높일 조짐이다.
문제는 노란봉투법이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에 관한 명확한 기준을 법률 미비 상태로 남겨뒀다는 점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사용자 범위와 경영 결정의 한계가 불명확한 채 확대됐다”며, IT산업같이 대규모 계열 구조를 지닌 분야에서 각종 소송 등 노사 분쟁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 우려한다. 법조계 역시 교섭 의제별로 모기업이 실질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려왔는지, 자회사가 독자적 인사·복지 권한을 실질 보유했는지를 두고 판별이 복잡할 것이라 전망한다.
고용노동부는 앞으로 6개월간 사용자 인정 범위, 교섭권 한계, 노동쟁의 대상 사업장 세부 분류 등 가이드라인 수립에 나선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해석 경계가 선명하지 않아 노사 당사자의 분쟁 소지가 상존할 것으로 내다본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현시점에 당장 큰 연관성이 없어 보여도, 가이드라인이 확정되면 즉시 내부 방침과 대응 전략을 점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법 개정이 IT산업 내 단순 교섭구조 변화가 아니라 미래 일자리와 기업 경쟁력, 산업 생태계 안정성 전반에 미칠 파장에 주목한다. 유재원 공인노무사는 “대각선 교섭, 전국 단위 총파업 지원 등 대기업-거대 노총 대립으로 불거지는 이벤트화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법 정책 연구자들은 “모기업 책임 범위와 노동 현장 구조 실태를 중심으로 유기적 해석 체계가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산업계는 법 시행과 별개로, 실제 시장에 어떤 변화가 닥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