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나무 숲길 따라 걷다”…부안에서 만난 여름의 고요와 자연의 힘
요즘 부안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 예전엔 서해의 조용한 시골이라 여겨졌지만, 지금은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힐링 여행지의 일상이 됐다. 맑은 하늘과 초록이 짙어진 계절, 부안은 여름 특유의 생명력으로 여행자들을 끌어당긴다.
변산반도 국립공원의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이곳. 30도를 훌쩍 넘는 한여름 날씨에도 내소사의 전나무 숲길을 걷는 이들은 “습도도, 더위도 나무그늘 아래선 흐릿해진다”고 느낀다. 천왕문을 지나면 울창하게 늘어선 숲길이 시작되고, 싱그러운 향과 새소리, 가지마다 드리운 경건함이 조용히 마음을 씻는다. 오래된 느티나무와 봉래루, 섬세한 대웅전 꽃문살을 지나며, 사찰의 단아함과 평온함이 시간에 스며든 듯한 감정을 남긴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부안군 관광통계에 따르면, 가족 단위 체험 여행 수요가 해마다 늘고 있다. 현지의 부안청자박물관은 고려청자 전시와 더불어 흙을 직접 만지고 청자를 빚는 프로그램이 마련돼,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역사와 예술을 놀이처럼 체험하는 공간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한 방문자는 “도자기를 빚는 이 시간이 가족과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고백했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오감형 여행의 확산’으로 부른다.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김도연 씨는 “자연의 촉감, 사찰의 고요, 박물관의 흙냄새를 직접 느끼는 여정은 심신의 리셋 효과를 준다”며 “반복된 일상이 주는 피로를 자연으로 녹여내는 데 부안처럼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지역이 점점 주목받는다”고 진단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부안 명소 사진이 올라오면 “직소폭포의 물소리만 들어도 더위가 날아가는 것 같다”, “내소사 숲길은 마음의 소음까지 잠재운다”는 공감 섞인 글이 잇따른다. 실제로 폭포 주변의 계곡 산책로와 시원한 물줄기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자연이 주는 환대를 만끽했다”는 방문 후기가 많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자연과 역사를 만끽하는 오후, 부안에서 누린 ‘조용한 들어줌’은 끝나고 나서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