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안긴 내장산”…정읍에서 만나는 가을 정취, 느긋한 산책의 즐거움
요즘 초가을의 정읍을 거니는 이들이 하나둘 늘었다. 예전엔 멀게만 느껴지던 내장산의 하늘과 나무, 그리고 고즈넉한 산사와 유서 깊은 서원은 이제 일상 속으로 스며들며 가을을 만끽하는 이들의 쉼터가 되고 있다.
정읍의 오늘 아침 기온은 22.7도, 한낮에는 29도까지 오른다. 구름이 많고 습도가 높은 날씨지만, 산책하기엔 딱 좋은 계절이다. 특별히 강수 걱정 없는 날씨에 내장산을 찾은 여행객들은 걷기만 해도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낀다. SNS에서는 ‘#내장산단풍길’, ‘#정읍오브제’ 해시태그가 가을의 분위기를 가득 담은 인증샷으로 채워지고 있다.

가을이 시작되는 이 시기, 내장사 경내를 걸으면 고요한 산사와 사찰을 감싸는 청명한 공기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백제 시대부터 이어져 온 내장사는 계곡물과 새소리가 어우러져, 도심의 빠듯함과 먼길도 느끼지 못할 만큼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다. 순한 산세를 따라 걷다 보면, 화려한 단풍이 채색될 시절의 기다림 또한 여행의 설렘이 된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가을철 국내 여행 설문에 따르면, 10명 중 7명은 ‘도시 속 자연’을 테마로 한 여행을 원한다고 답했다. 특히 ‘걷는 여행’을 택하는 비율이 늘었는데, 이는 커다란 이동보다 느린 호흡의 머무름을 중시하는 트렌드를 보여준다.
자연과 일상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는 요즘, 식물원 산책 또한 인기다. 정읍오브제에서는 유리 온실과 여러 테마 정원, 그리고 넓게 펼쳐진 산책로를 따라 식물의 향기와 계절의 색을 만나는 발걸음이 많아졌다. 현지에서 만난 한 여행객은 “푸른 잎 사이 햇살이 스미는 순간, 자연에 내 마음을 내려놓게 된다”고 느낌을 전했다.
무성서원은 조용한 풍경 속에서 과거 유학자의 숨결을 전한다. 운치 있는 서원의 담장과 단정한 마당, 그리고 계절마다 달라지는 소나무 숲을 걷는 길은 누구에게나 마음의 균형을 되찾는 시간이 돼준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될 만큼, 이곳을 찾는 이들은 “오래된 시간과 공간이 주는 위로를 알 것 같다”고 표현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한 커뮤니티의 이용자는 “한적한 서원 앞 잔디밭에 앉아 액자 같은 풍경을 보고 있으면, 스트레스도 잠시 사라진다”고 공감했다. “여럿이 오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나만의 시간으로 천천히 걸음하는 게 더 좋다”는 반응도 이어진다.
어느새 바쁜 일상에 지친 마음들은 느릿하게 흐르는 계절, 그리고 자연 속에서 방향을 다시 잡는 중이다. 정읍의 산과 식물원, 그리고 옛 선비의 자취를 따라 걷는 작은 여행은 단지 일상의 소소한 탈출이 아니라, 마음속 리듬을 바꾸는 계기가 되고 있다. 여행은 끝나도 그곳에서 얻은 여운은 오래도록 삶을 따뜻하게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