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데이터로 장보기 습관 읽는다”…네이버, 컬리N마트로 커머스 경쟁 재편 노린다

김서준 기자
입력

데이터 기반 이커머스 전략이 온라인 장보기 시장의 판도를 다시 짜고 있다. 네이버와 컬리가 손잡고 선보인 장보기 서비스 컬리N마트가 출시 한 달 만에 거래액이 50퍼센트 이상 늘며, 검색과 쇼핑 데이터를 결합한 ‘단골 플랫폼’ 실험이 속도를 내고 있다. 양사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축으로 프리미엄 상품 큐레이션과 새벽배송 인프라를 결합해, 기존 단품 검색 중심 이커머스를 반복 구매 중심 장보기 구조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온라인 장보기와 커머스 플랫폼 경쟁 구도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네이버는 25일 지난 9월 출시한 컬리N마트 거래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 론칭 이후 한 달 동안 거래액이 50퍼센트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컬리N마트는 네이버 앱과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통해 접속하는 장보기 전용 서비스로, 컬리의 상품과 물류 인프라를 네이버 쇼핑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인 구조다. 멤버십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2만원 이상 무료배송과 양사가 합작한 프리미엄 상품 큐레이션, 컬리의 새벽배송을 포함한 안정적 물류 인프라가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이 서비스 성장의 기반은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사용자층이다. 지난달 기준 컬리N마트 구매자의 80퍼센트 이상이 멤버십 가입자였으며, 이용자 연령대는 30대와 40대가 70퍼센트 이상을 차지했다. 기존에 온라인 쇼핑 관여도가 높고 구매 빈도가 잦은 집단이 장보기 서비스로 흡수되고 있는 흐름이다. 네이버에 따르면 멤버십 사용자의 재구매율은 비멤버십 고객 대비 약 2배, 5회 이상 반복 구매한 사용자 비율은 15배 이상 높았다.  

 

특히 이번 서비스는 반복 구매를 전제로 한 장보기 경험 설계에 초점을 맞췄다. 네이버는 이달 4일 사용자가 2회 이상 구매한 상품을 자동으로 모아 보여주는 자주구매 탭을 열었다. 검색과 장바구니 기록, 결제 이력 등 네이버가 보유한 쇼핑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별 성향과 구매 패턴을 반영한 장보기 보기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기술적으로는 검색 추천 알고리즘과 개인화 추천 모델을 식료품 카테고리 재구매 상황에 최적화해 적용하고 있으며, 사용자는 반복적으로 찾는 품목을 별도 탐색 없이 빠르게 담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데이터 기반 큐레이션이 온라인 장보기의 진입 장벽인 ‘카테고리 피로도’를 낮추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컬리N마트는 네이버에게 취약 지점이던 신선식품과 배송 안정성을 보완해주는 전략 채널로 작동하고 있다. 네이버는 컬리N마트 도입 이후 과일, 채소, 고기 등 신선식품 거래액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카테고리별 거래액은 축산물류와 냉동 및 간편조리식품, 농산물류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세부 품목 기준으로는 달걀과 쇠고기의 전월 대비 거래액이 각각 2.3배, 1.9배 늘며 일상 장보기 핵심 품목에서 성장세가 뚜렷했다.  

 

단일 상품으로 보면 간편식과 밀키트 상품이 상위권을 형성했다. 재구매율이 높은 샐러드와 도시락류가 두드러졌고 전월 대비 거래액은 약 2배 가까이 확대됐다. 이는 맞벌이 가구와 1인 가구를 중심으로 한 ‘간편식 고관여층’이 컬리N마트로 유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선도와 신뢰도가 특히 중요한 유아식 영역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이유식과 분유 거래액은 전월보다 3배, 아기간식은 2배 증가해, 아이 먹거리를 둘러싼 프리미엄 수요가 온라인 장보기 채널로 이동하는 흐름도 확인됐다.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이미 데이터와 물류를 결합한 장보기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아마존이 프라임 멤버십을 중심으로 홀푸드와 아마존 프레시를 연계해 반복 구매 구조를 구축했고, 중국에서는 알리바바와 징둥이 신선식품 전용 채널과 물류망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네이버와 컬리의 협업은 국내에서도 검색과 멤버십, 프리미엄 식품을 묶은 유사한 생태계 모델을 만들려는 시도로 읽힌다. 오프라인 기반 유통 대기업이 자체 앱과 멤버십을 강화하는 전략과 대비되는, 플랫폼 중심의 데이터 결합형 모델에 가깝다.  

 

네이버는 컬리N마트의 성장 전략으로 멤버십 전용 혜택과 데이터 기반 큐레이션 고도화를 제시했다. 대표 사례로 네플멤 특가전을 운영하며 구매 데이터와 리뷰를 분석해 선호도가 높은 상품을 선별한 뒤 특가로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사용자에게 10퍼센트 추가 할인 쿠폰을 지급해 가격 인센티브까지 결합했다. 장기적으로는 단순 할인보다 구매 빈도와 재구매 주기, 장바구니 구성 패턴 등을 반영한 맞춤형 혜택으로 진화할 여지도 있다.  

 

다만 온라인 장보기 시장은 물류비와 신선식품 폐기율, 공급망 관리 비용이 높아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은 영역으로 꼽힌다. 네이버와 컬리는 데이터 기반 수요 예측과 카테고리별 판매 추이 분석을 통해 재고와 물류 효율을 높이려는 접근을 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달걀과 쇠고기 같은 필수 품목과 유아식, 밀키트 등 반복성이 강한 품목군에서는 수요 패턴 분석을 통해 발주와 배송 동선을 최적화할 여지가 크다. 업계에서는 검색 데이터와 구매력을 가진 플랫폼 사업자가 물류 전문 사업자와 결합할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비용 구조를 안정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규제 측면에서는 온라인 장보기 역시 식품 안전 관리와 소비자 보호, 데이터 활용 범위 등 다양한 이슈를 안고 있다. 신선식품과 유아식의 경우 품질 관리 기준과 이력 추적 시스템 준수가 필수이며, 멤버십 기반 데이터 활용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법과 마케팅 활용 동의 범위 준수가 중요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에 대한 별도 법제보다 식품위생법, 전자상거래법, 개인정보 관련 규제가 적용되고 있어, 향후 데이터 활용과 알고리즘 추천이 고도화될수록 설명 책임과 투명성 논의가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김평송 네이버 컬리N마트 사업리더는 컬리N마트가 장보기 시장에서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생태계를 기반으로 경쟁력을 입증했다며, 거래액과 재구매율 등 핵심 지표에서 성장세가 확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리더는 네이버와 컬리가 향후 사용자 구매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장보기 특화 상품 셀렉션과 혜택을 강화해 단골층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계는 네이버와 컬리의 협력이 단골 중심 데이터 생태계로 실제 수익성과 시장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지, 그리고 국내 온라인 장보기 경쟁 구도를 어디까지 흔들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김서준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네이버#컬리n마트#네이버플러스멤버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