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일치 판정쇼크”…임애지, 세계선수권 4강행→올림픽 메달신화 새로 썼다
긴장에 휩싸인 영국 리버풀의 장내, 임애지는 링 위에서 누구보다 묵직한 기운을 드러냈다. 지난 시간을 관통한 훈련의 땀방울이 5-0 전원일치 판정승이라는 결과로 응축됐고, 관람석에 모인 이들은 숨을 죽이며 그 여정을 함께했다. 결정적 순간, 임애지는 복싱 역사에 한 줄의 금을 그었다.
임애지는 10일(현지시간) 영국 리버풀에서 진행된 2025 월드 복싱 제1회 세계선수권 여자 54㎏급 8강전에서 브라질의 타티아나 헤지나 지 지수스 샤가스와 재회했다. 지난해 파리올림픽 16강에서 한차례 격돌해 쓴맛을 안긴 바 있던 지만, 임애지는 이번 맞대결에서 한치의 흔들림 없이 샤가스를 압도했다. 심판 전원일치 판정, 5-0으로 준결승 진출과 함께 메달을 확정지었다.

시작부터 임애지는 거침없었다. 쉼 없는 공세로 샤가스를 몰아세우며, 상대의 반격 시도조차 단호히 봉쇄했다. 체력과 기량의 우위를 십분 드러낸 경기였다. 앞서 16강에서는 개최국 영국의 매키 로렌을 상대로도 3-2 접전 끝에 값진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이번 성과로 임애지는 한국 복싱 사상 처음으로 여자 선수 중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메달을 모두 가슴에 안은 선수가 됐다. 남자 선수까지 확대하면 조석환 이후 역대 두 번째다. 조석환은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 2003년 세계선수권 동메달을 보유했다.
임애지는 13일 오후 7시 30분(한국시간) 대만의 황샤오원과 결승행 티켓을 두고 링에 오른다. 선수는 “기록 이상의 무게를 느낀다”며 각오를 다졌다.
한편, 60㎏급의 오연지 역시 8강에서 선전했지만, 중국 양청위에게 아쉽게 패했다.
숨 가쁜 링 위에서 만들어진 연속의 열기, 선수와 팬 모두에게 오래 기억될 밤이었다. 임애지의 매치업은 9월 13일 저녁, 영국 리버풀 현지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