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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의 나라 희생 잊지 않겠다”…이재명, 튀르키예 한국전 참전기념탑 참배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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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을 둘러싼 기억과 외교적 상징성이 튀르키예에서 다시 맞붙었다. 튀르키예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전 참전기념탑을 찾아 참배하며 한튀 관계의 뿌리를 전면에 세웠다. 참전용사와 유족 앞에서 감사와 위로를 전한 현장은 양국 혈맹 관계를 재확인하는 장면으로 이어졌다.  

 

자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25일 현지시간 오전 부인 김혜경 여사와 함께 앙카라 한국공원 내 한국전 참전 기념탑을 찾았다. 수행 참모들이 동행했으며, 튀르키예 측에서는 군 총사령관과 국방부 장관, 참전용사협회장이 함께 자리해 공식 예우를 갖췄다.  

이 대통령은 검은색 정장에 넥타이를 착용해 엄숙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태극 문양을 더한 헌화용 꽃이 준비됐고, 진혼곡 연주에 맞춰 묵념을 한 뒤 참석자들과 함께 애국가를 제창했다. 한국전 희생자를 기리는 의전 절차를 모두 밟으며 참전 희생에 대한 경의를 표한 것이다.  

 

행사에는 튀르키예 생존 참전용사 4명과 유족 13명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참전용사의 두 손을 꼭 잡고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넸다. 한 참전용사는 "튀르키예 땅에서 뵙게 돼 정말로 기쁘게 생각한다"고 답해, 전장에서 맺어진 양국 간 연대감을 다시 상기시키는 장면을 연출했다.  

 

김혜경 여사는 고령의 참전용사에게 다가가 코트 옷깃을 여며주는 등 세심한 모습을 보였다. 또 남편을 잃은 생존 유족을 깊이 포옹하며 위로했고, 유족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감사의 뜻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튀르키예는 한국전쟁 당시 16개 유엔 참전국 가운데 네 번째로 많은 병력을 파병한 국가다. 이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는 튀르키예를 오랜 기간 형제의 나라로 호명해 왔다. 튀르키예 내에서도 한국전 참전을 계기로 한한국 우호 여론이 형성돼, 이후 경제·문화·안보 협력의 기반이 됐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이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언론발표에서 "튀르키예는 형제의 나라이며 양국은 혈맹"이라고 언급하며 역사적 연대를 재차 강조했다. 한국전 참전기념탑 참배는 이런 메시지를 현장에서 실천하는 행보로 연결됐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한국전 참전국인 튀르키예에 대한 이 대통령의 행보가 향후 방산·재건·경제 협력 확대 논의와도 직결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안보 동맹의 기억을 되살리는 동시에, 국빈 방문 일정 전반에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는 효과를 노린 행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부는 한튀 수교와 참전 70주년 등 주요 계기를 계량화해 양국 교류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외교당국은 튀르키예와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기반으로 국방·인프라·문화 교류까지 협력 폭을 넓혀 나간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어, 관련 논의가 향후 정상외교 실무 협의에서 본격화될 전망이다.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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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김혜경#튀르키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