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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익스트랙션RPG 접는다”…크래프톤, 어비스오브던전 서비스 종료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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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게임 서비스 전략이 속도전에서 선별·집중 체제로 재편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크래프톤이 다크앤다커 모바일로 알려진 어비스오브던전의 내년 1월 서비스 종료를 공식화하면서, 글로벌 소프트 론칭을 거친 타이틀도 성과와 완성도 기준에 따라 과감히 접는 기조가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대형 게임사의 라이브 서비스 포트폴리오 재편 경쟁이 본격화되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크래프톤은 최근 어비스오브던전 공식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혼돈을 다스리는 자 시즌을 마지막으로 내년 1월 21일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서비스 완성도와 장기 운영 방향성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 끝에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 종료에 따라 미사용 유료 재화와 지난달 이후 구매된 모든 유료 상품에 대해서는 환불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어비스오브던전은 크래프톤 산하 블루홀스튜디오가 개발한 모바일 익스트랙션 RPG다. 특정 구역에 진입해 전리품을 확보한 뒤 안전 지점으로 탈출하는 구조를 기반으로 한 장르로, 짧은 플레이 타임 안에서 높은 몰입도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으로 꼽혀 왔다. 초기에 다크앤다커 모바일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지만, 원 IP 보유사인 아이언메이스와의 지식재산 모바일 게임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이 올 초 종료되면서 현재 명칭으로 변경됐다.

 

크래프톤은 2023년 8월 아이언메이스와 다크앤다커 지식재산 모바일 게임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북미 시장을 시작점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테스트를 진행한 뒤 2024년 6월에는 인도네시아, 태국, 브라질, 멕시코 등으로 소프트 론칭 지역을 확대하며 글로벌 정식 출시를 준비해 왔다. 소프트 론칭은 정식 서비스 전, 주요 지표를 점검해 서버 구조와 과금 체계, 이용자 유지율 등을 검증하는 단계라는 점에서 사실상 상용화 직전 절차에 해당한다.

 

하지만 크래프톤은 지난 8월 돌연 어비스오브던전 글로벌 사전 등록을 중단하며 출시 계획을 전면 재검토했다. 당시 회사는 소프트 론칭 결과에 따라 전반적인 서비스 전략을 재구축하고 출시 계획을 조정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 테스트와 소프트 론칭을 통해 여러 국가 이용자들로부터 관심을 받았지만, 장기 관점에서 더 완성도 높은 게임과 서비스에 집중하겠다는 내부 판단이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어비스오브던전 종료 결정은 글로벌 라이선스 구조 변화와 라이브 서비스 리스크 관리 전략이 겹친 결과로 해석된다. 원 IP 라이선스가 종료된 상황에서 장기간 서비스에 필요한 업데이트 방향성과 BM 재설계, 마케팅 투자 등 요소를 다시 맞춰야 하는 만큼, 크래프톤이 기대 수익과 운영 비용, 브랜드 관리 측면을 종합적으로 따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유사 콘셉트의 하드코어 RPG가 다수 경쟁하는 가운데, 라이선스 기반 대신 자체 IP 중심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렸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는 이미 이러한 선별적 셧다운과 재투자 전략이 일반화된 상황이다. 북미와 일본의 대형 퍼블리셔들은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초반 성과 지표가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정식 론칭 시점을 미루거나 특정 지역 서비스를 조기 종료하고 차기 프로젝트로 리소스를 이동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개발 기간과 마케팅 비용이 커진 만큼, 대규모 업데이트 로드맵을 감당할 수 있는 타이틀에 자원을 몰아주는 구조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국내 규제 측면에서는 온라인·모바일 게임 서비스 종료 시 이용자 보호 의무가 중요 변수로 작용한다. 미사용 유료 재화 환불, 사전 공지 기간, 데이터 백업 및 이전 등 절차가 법적·약관상 쟁점이 될 수 있어, 대형 게임사는 서비스 종료를 결정할 때 재무적 부담과 평판 리스크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번에 크래프톤이 미사용 유료 재화뿐 아니라 최근 구매분에 대한 환불 계획을 명시한 것도 이러한 규제 환경과 이용자 반발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어비스오브던전 종료를 크래프톤의 중장기 포트폴리오 조정 신호로 본다. 기존 배틀로열 중심 구조에서 PC·콘솔·모바일을 아우르는 멀티플랫폼 전략과 신작 개발에 역량을 재배치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동시에 IP 라이선스 기반 프로젝트보다는 자체 IP 확보와 장기 라이브 서비스 가능성이 높은 타이틀에 투자를 강화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하드코어 유저 타깃 익스트랙션 RPG는 초반 지표가 괜찮더라도 대규모 콘텐츠 업데이트와 장기간 운영 계획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수익성과 유지율 관리가 어렵다며 대형사가 소프트 론칭 이후에도 과감히 방향을 틀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사례에서 확인됐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어비스오브던전 종료 이후 크래프톤이 어떤 신규 프로젝트로 글로벌 경쟁에 대응할지, 그리고 선택과 집중 전략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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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어비스오브던전#다크앤다커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