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AI 인재 300명 키운다…KAIST, 단과대학 신설로 국가전략 가속

최동현 기자
입력

인공지능 기술 경쟁이 국가 전략의 핵심으로 부상한 가운데, KAIST가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 단과대학을 설립해 학사부터 박사까지 전 주기 AI 인재 양성에 나선다. 정부와 과학기술원이 흩어져 있던 교육·연구 역량을 한데 묶어 체계적인 AI 특화 교육 모델을 구축하고, 이를 전국 과학기술원과 지역 거점국립대로 확산하는 구상이어서 산업계와 학계의 시선이 쏠린다. 특히 반도체·제조·바이오·정책까지 아우르는 융합 커리큘럼을 전면에 내세워, 단순 코딩 인재가 아닌 국가 전략 수준의 AI 핵심 인력 공급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KAIST는 11일 KAIST 이사회에서 AI 핵심 인재 양성을 담당할 KAIST AI 단과대학 설립안을 확정하고 내년부터 학생 모집에 나선다고 밝혔다. 신설 조직은 대학원 중심이 아닌 학사 단계부터 운영되는 독립 단과대학 형태로, KAIST 내에 흩어져 있던 AI 관련 학과·연구조직을 기능별로 재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AI 단과대학 산하에는 AI학부를 중심으로 AI컴퓨팅학과, AI시스템학과, AX학과, AI미래학과 등 4개 학과가 새로 만들어진다. 각 학과별로 5명씩, 총 20명의 전임교원으로 출범한 뒤, 생성형 AI·AI 반도체·AI 윤리 등 분야별 전문 교원을 단계적으로 확충해 나간다. 정부는 이번 KAIST 사례를 국정과제에 명시한 과학기술원 AI 단과대학의 첫 모델로 규정하고, 향후 교육·연구 성과를 다른 과학기술원과 지역 거점국립대에 이식하는 구상을 세웠다.  

 

KAIST AI 단과대학은 학부·석사·박사를 하나의 축으로 엮는 통합형 교육체계를 표방한다. 학부 과정은 2026학년도 봄학기부터 시작된다. KAIST 1학년 무학과 제도에 따라 2026년 2학년 진입 시점부터 학생들이 AI컴퓨팅학과, AI시스템학과, AX학과, AI미래학과 가운데 주전공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전과·복수전공·부전공 등 기존 학사 경로도 그대로 열어 두어, 공학·자연과학·인문사회 전공 학생들이 AI를 결합한 융합 전공을 설계할 수 있는 구조다.  

 

대학원 과정은 2026학년도 가을학기부터 연간 200명 규모로 석사·박사 신입생을 모집한다. 학과별 세부 정원은 연구 수요와 교육 과정 편성을 반영해 추후 확정된다. KAIST는 학부-대학원 연계 커리큘럼과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학술 연구뿐 아니라 산업계 문제 해결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실전형 연구 인력을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AI컴퓨팅학과는 AI 이론과 알고리즘, 수학,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교육해 생성형 AI, 멀티모달 AI, 에이전틱 AI 등 최신 모델을 설계·개발·운영할 수 있는 핵심 개발자를 양성하는 역할을 맡는다. 확률모형·최적화 이론·분산 컴퓨팅 교육을 강화해, 초대형 언어모델과 영상·음성·텍스트를 통합 처리하는 멀티모달 모델, 자율적으로 작업을 분해·실행하는 에이전틱 AI까지 다루는 고급 인력풀을 목표로 한다.  

 

AI시스템학과는 AI 반도체 소자와 패키징, 고속 통신 인터페이스, 전력·열 관리, 시스템 성능 분석까지 포함한 하드웨어 중심 교육을 제공한다. 고연산·저전력 AI 반도체와 고집적 서버·가속기 시스템 설계, 최적화 역량을 갖춘 AI 하드웨어 전문가를 키워, 연산 효율과 전력 소모가 핵심 변수로 떠오른 글로벌 AI 인프라 경쟁에서 국내 기업의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AX학과는 데이터·콘텐츠 AI, 물리·제조 AI, 바이오·소재 AI, AI 지속가능성 등 4개 특화 트랙을 통해 산업·사회 현장에 직접 투입될 응용형 인재를 육성한다. 제조 라인의 공정 최적화, 서비스 산업의 고객 데이터 분석, 신소재 탐색·신약 후보 물질 발굴, 에너지 효율 개선과 탄소 중립 지원 등 구체적인 문제 해결 프로젝트를 커리큘럼에 포함해, 기업과 공동 연구·산학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  

 

AI미래학과는 기술의 사회적 영향과 데이터·알고리즘 윤리, AI 정책·제도 설계, AI 경제와 거버넌스 교육을 맡는다. 초거대 모델이 노동시장과 민주주의, 안보에 미치는 파장 분석부터, 국가 AI 기본사회 전략, 규제 설계, 책임 있는 AI 활용 원칙 수립에 이르기까지 거시적 관점의 교육을 통해 정책·규제·윤리 전담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AI 기술 자체뿐 아니라 법·경제·철학을 아우르는 융합 교육을 통해, 글로벌 AI 규범 경쟁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가 풀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단과대학 신설에 맞춰 KAIST는 학부 100명, 석사 150명, 박사 50명 등 총 300명의 학생 정원을 신규로 확대한다. 기존 학과 정원을 조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AI 특화 인력 규모를 별도로 늘려, 국가 전체의 기술 인력 저변을 키우는 효과를 노린다. 연구 프로젝트와 기업 연계 인턴십, 창업 지원 프로그램도 연계해, 졸업생들이 국내외 빅테크·반도체·바이오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과 공공부문으로 진출할 수 있는 경로를 다변화할 계획이다.  

 

정부는 KAIST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광주과학기술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울산과학기술원으로 AI 단과대학 모델을 확산한다. 호남권은 GIST를 중심으로 에너지와 모빌리티, 동남권은 UNIST를 중심으로 조선·해양, 대경권은 DGIST를 중심으로 피지컬 AI 등 지역 전략산업에 맞춘 AX 교육과정을 구축해, 4개 과학기술원이 4개 초광역권의 AX 혁신 거점 역할을 맡도록 설계했다.  

 

과학기술원 4곳의 AI 단과대학은 교육부가 추진 중인 지역 거점국립대 AI 단과대학과 함께, 지역 균형발전과 인재 양성의 양 축을 형성하게 된다. 과기정통부는 KAIST AI대학에서 선도적 교육 모델을 먼저 완성하고, 나머지 과학기술원과 지역 거점국립대에 단계적으로 이전해 제도 도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원과 지역 거점국립대 간 협의체를 구성해 학점교류를 넓히고, 교원 겸직과 공동지도 체계, 공동 연구과제 참여 기회를 확대한다. 특정 지역 대학에만 한정되지 않은 광역 교육·연구 네트워크를 통해, 학생들이 전국 단위 연구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AI 반도체, 초거대 모델, 디지털 헬스케어, 스마트 제조 등 국가 핵심 프로젝트와 AI 단과대학의 연구 역량을 연계해, R&D 성과의 산업 현장 이전 속도를 높이는 방안도 병행 검토 중이다. 구혁채 과기정통부 제1차관은 KAIST에 AI 단과대학을 설립한 것은 AI 특화 교육과정 구축을 위한 첫걸음이라며, 3개 과학기술원의 AI 단과대학도 추가 설립해 4개 과학기술원이 지역 전략산업 AX 혁신과 균형발전을 선도하는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KAIST 모델이 실제로 고급 AI 인재 부족 문제 해소와 지역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최동현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kaist#과학기술정보통신부#g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