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1인 1표제 졸속 추진 우려 크다"…정청래, 친명계 비판에도 정면 돌파

문수빈 기자
입력

당내 권력구조를 둘러싼 갈등과 정청래 지도부가 맞붙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약으로 내세운 이른바 1인 1표제 당헌·당규 개정을 두고 우려와 반발이 잇따르며 당내 친명계까지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2일 정 대표가 추진하는 1인 1표제 개정을 둘러싸고 최고위원 간 공방이 이어지며 논란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정 대표 측은 절차에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하며 강행 의지를 보이고 있고, 반대 측에서는 숙의 부족과 정당성 결여를 지적하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지난 17일 1인 1표제 도입 방침을 공식화한 뒤 전 당원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정 대표는 조사 결과 1인 1표제 관련 안건에 찬성이 86.8%로 집계되자 이를 토대로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헌·당규 개정 추진안을 의결했다. 그는 이 수치를 두고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평가하며 개정 추진에 속도를 냈다.

 

그러나 최고위원 내부에서는 이 과정이 졸속에 가깝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21일 본인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재고를 요청했다. 그는 특히 전 당원 여론조사에 대해 투표권자의 16.8%만 참여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참여율이 이 정도인데도 '압도적 찬성'이라며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정청래 대표 측은 곧바로 진화에 나섰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2일 사회관계망서비스 글에서 이언주 최고위원의 주장을 겨냥해 "사실과 다른 인식"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 최고위원과 한준호 최고위원, 황명선 최고위원이 대의원 제도와 전략 지역 보완 대책 마련을 제안하시면서 '숙의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주셨고, 정 대표는 그 의견들을 경청하며 '대의원 역할 재정립' 태스크포스 구성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결 과정에 대해 "한준호 최고위원이 '반대' 의견을 남기고 이석했고, 이언주 최고위원은 의결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정 대표가 '반대'로 기록하는 게 맞겠다고 정리해 의결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찬성 7 대 반대 2로 의결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1인 1표제 당헌·당규 개정은 "지난 8·2 전당대회를 관통한 화두이자 당원의 합의였고, 당 대표의 공약"이라고 재차 부각했다.

 

그러나 정 대표 측 설명에도 불구하고 비판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당내 강성 친명계 모임으로 분류되는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이날 '당원들이 원하는 건 진짜 당원주권'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지도부를 강하게 겨냥했다. 이들은 "권리당원의 압도적 다수인 83.19%가 여론조사에 불참했다"며 "압도적 찬성이라는 지도부의 자화자찬이 낯 뜨겁다"고 지적했다.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정청래 지도부의 행보에 대한 당원들의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인 1표제 개정안에 대해 "대의원과 당원 모두 1인 1표로 하자는 취지는 좋으나, 의견수렴 방식, 절차적 정당성, 타이밍 면에서 '이렇게 해야만 하나'라는 당원들의 자조 섞인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들려온다"고 했다. 특히 당원 여론조사 시점을 거론하며 "이재명 대통령이 G20 해외순방에 나선 기간이어야만 했는가"라고 반문하며 정치적 파장 가능성도 언급했다.

 

당내 비판은 제도의 방향성보다는 방식과 시기에 집중돼 있다. 반대 진영에서는 1인 1표제 도입 시 대의원 제도가 사실상 무력화되면서, 당원 규모가 절대적으로 큰 호남 지역과 특정 성향 지지층의 의사가 당내 의사 결정 과정에서 과도하게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또한 전당대회 직후 정청래 체제가 공고화되는 가운데, 개정안이 정 대표 연임용으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실제 당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을 주도해야 할 시점에 정 대표가 당권을 둘러싼 자기 정치에 치중하면서 이른바 명청 갈등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감지된다. 이언주 최고위원과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의 공개 비판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정청래 대표는 논란에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이날 전남 나주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에서 진행한 특별 강연에서 "대통령이 잘하고 있으니 당이 화답해야 한다"며 "당원 주권 시대를 열어 지방선거에 승리하자"고 말했다고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전했다. 대의원 중심 구조에서 권리당원 중심 의사 결정 체제로 전환해 향후 지방선거 승리를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24일 당무위원회, 28일 중앙위원회를 각각 열어 1인 1표제 도입을 포함한 당헌·당규 개정안을 최종 의결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다만 여론조사 참여율 논란과 당내 계파 반발이 이어지는 만큼, 의결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수반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이후 논의 과정에서 대의원 역할 재정립 태스크포스 논의와 추가 의견 수렴을 병행하며 당내 갈등을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문수빈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정청래#더불어민주당#1인1표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