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려도 경기 브레이크 아니다”…일본은행, 인상 시사에 시장 출렁
현지시각 기준 1일, 일본(Japan) 아이치현 나고야시에서 열린 강연에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가 이달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발언 직후 일본 금융시장에서 국채 금리와 엔화 가치가 뛰고 주식시장이 약세로 돌아서며, 장기 초저금리 체제 조정 여부를 둘러싼 긴장이 커지고 있다.
현지시각 1일 열린 강연에서 우에다 총재는 이달 18∼19일 예정된 금융정책결정회의와 관련해 “인상 여부에 대해 적절히 판단하고자 한다”고 말하며 정책금리 조정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일본 기업들의 임금 인상 움직임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향후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기 위해 관련 정보를 계속 수집하겠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금융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현재 약 0.5% 수준인 기준금리를 0.75% 안팎으로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우에다 총재는 “정책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완화적 금융환경의 조정이며 경기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인상이 단번에 긴축 전환을 뜻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너무 늦지도, 너무 빠르지도 않게 완화 정도를 적절하게 조율할 것”이라며, 적정 수준의 금리 인상이 중장기적인 경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견해를 거듭 밝혔다. 장기간 이어진 엔화 약세와 물가 흐름을 감안해, 초완화 기조의 속도 조절을 검토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엔화 약세의 영향에 대해 우에다 총재는 “물가 상승, 하락 양쪽의 요인이 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엔화 약세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소비자물가도 상승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며, 환율 변동이 통화정책 판단의 중요한 변수임을 시사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USA) 대통령 행정부가 추진한 관세 정책과 관련해서는 “영향이 그다지 현저하지는 않다”고 평가하면서, 관세가 일본 기업 수익에 미치는 부담은 제한적이라는 인식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지통신은 최근 일본은행 간부들이 잇달아 조기 정책 변경 가능성을 언급해 온 점을 들어, 12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실제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한층 강화됐다고 전했다. 통신은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선호하고 있다며,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용인할지가 정치·경제 양측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지지통신은 또 일본은행이 정부의 압력에 밀려 금리 인상을 주저할 경우, 시장에서 엔화 약세가 다시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은행의 독립성과 정부의 재정 운용 전략 사이에서 정책 조합을 어떻게 맞출지가 향후 일본 경제 운용의 시험대가 되는 셈이다.
우에다 총재는 강연 후 기자회견에서 완화적인 금융정책이 과도하게 장기간 유지되면 “미국이나 유럽처럼 높은 인플레이션이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적절한 시점에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며, 글로벌 주요국이 겪은 고물가 국면을 일본이 되풀이하지 않도록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지난달 다카이치 총리 등 정부 측과의 면담에 대해서도 “여러 논점에 대해 솔직하게 좋은 이야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정부와 중앙은행 간 소통이 원활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은행은 지난 1월 하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 정책금리를 ‘0.25% 정도’에서 ‘0.5% 정도’로 인상한 뒤, 이후 6차례 연속 동결해 왔다. 이번 발언은 그동안 유례없이 완화적이었던 통화정책의 추가 정상화를 예고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에다 총재의 발언 직후 일본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89% 하락한 4만 9,303에 마감하며 급락세를 기록했다. 향후 차입 비용 상승과 기업 실적 압박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해석된다.
도쿄 채권시장에서는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장중 한때 1.875%까지 치솟아 2008년 6월 이후 약 17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리 인상 기대가 채권 매도세로 이어지면서 수익률이 빠르게 뛰어오른 것이다.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3시 36분 기준 직전 거래일 대비 약 0.42% 하락한 155.6엔대를 기록해, 엔화 가치가 강세로 전환되는 흐름을 보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우에다 총재의 발언이 “이달 금리 인상을 염두에 둔 신호”로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 해석되면서, 금리 상승과 엔화 강세, 주가 하락이 동시에 진행됐다고 전했다. 일본은행의 향후 결정에 따라 글로벌 채권·외환시장의 자금 흐름과 아시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이 12월 회의에서 실제 인상에 나설 경우, 마이너스 금리 철폐와 장기 초완화 정책의 종료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인상 속도와 추가 조정 경로에 따라 엔화 환율과 글로벌 자금 이동이 크게 요동칠 수 있어, 국제사회는 이번 발표와 그 실질적 이행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