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부산을 향해 고개 숙였다”…제19회 유엔 참전용사 추모식, 22개국 희생 기려
묵념의 1분이 부산을 비롯한 전 세계를 감쌌다. 11일 오전 11시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열린 ‘제19회 유엔 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 기념식에서 22개국 유엔 참전용사와 그 후손, 외교 사절, 6·25 참전 유공자 등 800여 명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기념행사와 맞물려 부산 전역에는 추모 사이렌이 울리며, 시민들 역시 가슴 깊이 묵념을 이어갔다.
이날 유엔기념공원은 21발의 예포를 발사하며 유엔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공헌을 상기시켰다. ‘턴 투워드 부산’으로 널리 알려진 이 행사는 6·25전쟁에 참전한 22개 유엔 참전국, 총 198만여 명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자리다. 2007년 캐나다 참전용사 빈센트 커트니가 제안했고, 국가보훈처가 2020년 공식 법정기념일로 지정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기념식은 참전 국기 게양으로 시작해 1분간의 묵념, 헌화, 각국 대표 인사말, 추모 공연과 국가보훈부 장관의 추모사, 주제 영상, 헌정 공연 순으로 이어졌다. 국방부 의장대와 부경대학교 학생 24명이 엄숙하게 참전 국기를 게양했으며, 추모 공연에서는 TV 경연 프로그램 출신 트로트 가수 마리아 엘리자베스 리스가 ‘어메이징 그레이스’로 현장 분위기에 깊이를 더했다. 마리아 엘리자베스 리스 역시 조부와 큰조부가 유엔 참전용사인 점이 알려져 의미가 겹쳤다.
6·25전쟁 당시 유엔군은 16개국이 전투를, 6개국이 의료 지원에 나섰다. 참전 인원 198만8천400명 중 4만803명이 전사 또는 사망했고, 부상자는 10만3천460명에 달했다. 실종자 3천950명과 적군에 포로로 잡힌 5천819명의 기록도 함께 소개되며 전쟁의 후유증을 알렸다.
정치권과 외교계는 이번 추모 행사가 유엔 참전용사와 유가족은 물론 국민 모두에게 한반도 평화와 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계기라고 평가하고 있다. 부산 유엔기념공원이 세계 유일의 유엔묘지라는 점에서, 11월 11일 오전 11시에 맞춰 세계가 동시에 부산을 향한 묵념을 진행하는 의미도 부각됐다.
기념식이 국가법정기념일이 된 후 각국 정부 대표와 시민 참여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국제협력을 통해 참전국과의 우호를 더욱 다지고, 보훈 정책 강화에도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