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AI 대전환 시동”…정부, 과기장관회의 재가동해 컨트롤타워 노린다
인공지능 중심의 국가 전략을 다루는 컨트롤타워 회의가 4년 만에 재가동되며 정부 AI 정책의 분기점이 열렸다. 이재명 정부가 첫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인공지능과 AX를 전 부처 정책의 최우선 의제로 끌어올리면서, 향후 과학기술과 디지털 전환 정책이 이 회의를 중심으로 조정될 전망이다. 민생 서비스부터 국방, 제조, 중소기업 지원까지 포괄하는 10개 안건이 한 자리에서 논의되며 ‘국가 AI 대전환’을 위한 범정부 실행 구도가 가시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제1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개최했다. 과기장관회의는 지난 2021년 마지막 회의 이후 중단된 상태였으나, 약 4년 만에 재개됐다. 이 회의는 과학기술과 인공지능 정책을 범부처 차원에서 총괄하고 조정하는 최고 수준의 공식 논의체로, 이번 회의를 기점으로 다시 상시 가동 체계를 갖추게 된다.

과기장관회의에는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비롯해 기획재정부, 교육부, 외교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환경·기후 관련 부처,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참여한다. 여기에 금융위원장, 개인정보보호위원장, 국무조정실장, 과학기술혁신본부장, AI 수석, 국가안보실 제3차장,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 등까지 포함해 총 20인으로 구성된다. 첫 회의인 만큼 김민석 총리가 직접 회의를 주재하며 상징성을 더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 10월 정부조직 개편으로 신설된 과학기술부총리 제도를 기반으로 한다. 과학기술부총리가 과기정통부 장관을 겸직하며, 과기장관회의 의장을 맡아 과학기술과 인공지능 관련 정책을 범부처 차원에서 통합 조정하는 구조다. 2004년 부총리급 회의체로 처음 만들어졌던 과기장관회의는 부총리 제도 폐지로 한 차례 중단된 뒤 2018년에 총리급 회의체로 복원됐고, 2021년까지 운영됐다가 다시 멈춘 바 있다. 이번 재가동으로 한국의 과학기술 거버넌스가 다시 부총리 중심으로 축 조정에 나섰다는 점에서 제도적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날 회의에는 모두 10건의 안건이 상정됐다. 핵심은 국가 AI 대전환을 뒷받침할 각 부처의 AI와 AX 전략이다. 각 부처는 민생 서비스, 국방 체계, 제조 현장, 중소기업 디지털 전환, 연구개발 생태계, 인재 확보 등 분야별 AI 활용 전략을 제시하고 상호 연계 방안을 논의했다. AI 민생 10대 프로젝트 추진방안, 국방 AX 전략, 제조AX 추진 방향, 과학기술과 AI를 연계한 국가전략 등은 실제 현장에 적용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 성격을 띤다.
상정된 안건은 AI 민생 10대 프로젝트 추진방안, 국방 AX 전략, 제조AX 추진방향, 과학기술과 AI 연계 국가전략, AI 분야 한유에이 연계 국빈방문 성과 및 후속조치 추진계획, 중소기업 AI 활용·확산 지원방안, 연구개발 생태계 혁신방안, 과학기술 인재 확보 전략, 아페크 AI 이니셔티브 채택 보고,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 운영방안 등 10가지로 구성됐다. 민생과 안보, 산업 경쟁력, 국제 협력, 인재 정책, 거버넌스 재편을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국가 AI 정책의 방향을 읽을 수 있는 목록으로 평가된다.
AI 민생 10대 프로젝트는 행정·복지·의료·교육 등 국민 생활 전반에서 인공지능을 실질적으로 체감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국방 AX 전략은 전장 정보 분석, 장비 운용, 사이버 방어 등에서 AI를 접목해 국방 운영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청사진이다. 제조AX는 현장 생산 설비 데이터 분석, 고장 예측, 공정 최적화 등에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인력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다. 중소기업 AI 활용·확산 지원방안은 AI 도입 비용과 전문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대한 인프라·컨설팅·교육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이 중심으로 다뤄졌다.
연구개발 생태계 혁신과 과학기술 인재 확보 전략은 AI 경쟁력의 기반을 다지는 정책 축에 해당한다. 데이터 활용 규범, 연구비 지원 구조, 산학연 협력 모델을 재정비해 연구 현장에서 AI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에서 활동할 고급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방식이 논의됐다. 아페크 AI 이니셔티브 채택 보고와 한유에이 협력 후속조치는 글로벌 AI 규범 형성과 국제 협력 네트워크 속에서 한국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외교 전략과 연결된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회의에서 인공지능을 새로운 성장 엔진이자 국가 대전환의 강력한 동인으로 규정했다. 그는 인공지능이 우리 경제의 혁신을 촉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 핵심 기술이라고 강조하면서, 한 부처가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전 부처가 합심하는 협업의 현장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한국이 과학기술과 인공지능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 부처의 단발성 정책이 아니라 정부 전체의 역량을 결집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회의를 시작으로 미래 기술 경쟁에서 한국이 흔들림 없이 도약할 수 있도록 부총리로서 조정과 통합의 중심에서 정책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부총리 중심의 회의체가 재가동된 만큼, 각 부처에 흩어져 있던 AI 관련 사업과 예산의 중복과 비효율을 줄이고, 전략 방향을 일원화하는 역할이 기대된다.
국제적으로는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요국이 이미 AI와 첨단기술을 국가 안보와 산업 전략의 중심에 두고 거버넌스와 규범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이 이번 과기장관회의를 통해 민생과 산업, 안보, 외교를 포괄하는 국가 AI 전략을 재정비한 만큼, 향후 구체적인 실행력과 규제 정합성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와 연구계는 과기장관회의가 단기 과제 나열에 그치지 않고, 예산과 제도 변화로 이어지는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