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AI 랠리는 거품 논란 속 후퇴”…뉴욕증시, 엔비디아 급락에 기술주 조정 우려 확산

오태희 기자
입력

현지시각 기준 20일, 미국(USA)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인공지능(AI) 관련주의 거품 논란과 고평가 우려가 재부각되며 뉴욕증시가 장중 급락으로 돌아선 뒤 약세로 마감했다. 이번 흐름은 엔비디아의 호실적이라는 촉매에도 불구하고 기술주 변동성을 키우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경계감을 자극하고 있다.

 

현지시각 20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86.51포인트(0.84%) 떨어진 45,752.26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03.40포인트(1.56%) 내린 6,538.76을 기록했고,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 지수는 486.18포인트(2.15%) 하락한 22,078.05에 마감했다.

뉴욕증시, 엔비디아 랠리 반납하며 급락…나스닥 2.15% 하락 마감
뉴욕증시, 엔비디아 랠리 반납하며 급락…나스닥 2.15% 하락 마감

증시는 전날 장 마감 후 발표된 엔비디아의 호실적에 힘입어 장 초반 강세를 보였다. 엔비디아는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했다고 밝히고, 올해 연간 실적 전망도 시장 컨센서스를 웃도는 수준으로 상향 조정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블랙웰 판매량은 차트에 표시할 수 없을 정도로 높고, 클라우드 GPU는 품절 상태”라고 설명했다.

 

황 CEO는 이어진 기관투자자 대상 콘퍼런스 콜에서 “AI 거품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만, 우리 관점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고 강조하며 성장 전망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투자자들은 초기에는 이러한 발언과 실적에 긍정적으로 반응해, 시가총액 1위인 엔비디아 주가는 장 초반 한때 5% 가까이 급등했다.

 

그러나 오전 중반 이후 매수세가 약화되면서 흐름이 급변했다. 엔비디아의 상승분이 빠르게 줄어든 가운데 AI 관련주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다시 부각되자 S&P 500 지수는 정오 무렵 약세로 전환했다. 나스닥 지수의 장중 고점 대비 저점 낙폭은 5%에 이르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 발표로 변동성이 확대됐던 지난 4월 9일 이후 가장 큰 일중 변동률을 기록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결국 3.15% 하락 마감했고, 장중 고점과 비교한 하락 폭은 8% 수준에 달했다. 반도체 업종 전반으로 매물이 쏟아지며 약세가 두드러졌다. 마이크론 주가는 10.87% 급락했고, AMD는 7.84%, 팔란티어는 5.85%, 인텔은 4.24%, 퀄컴은 3.93% 떨어지는 등 주요 반도체 및 AI 관련 종목이 동반 하락했다. 이 같은 조치는 글로벌 기술주와 성장주의 재평가 가능성을 키우는 신호로 해석된다.

 

한편 이날 발표된 9월 미국 고용지표는 노동시장의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해 증시 조정을 되돌리지 못했다. 9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11만9천 명 증가해 시장 예상을 상회했지만, 실업률이 4.4%로 높아지면서 고용 둔화 우려가 유지됐다. 고용이 늘었지만 실업률이 상승한 엇갈린 지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향후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다우지수 구성 종목인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는 양호한 분기 실적을 내놓으며 6.46% 급등했다. 월마트의 강세는 소비 여력이 일정 수준 유지되고 있다는 신호로도 받아들여지며 다우지수 전체 하락 폭을 일부 상쇄했다.

 

글로벌트 인베스트먼트의 토머스 마틴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엔비디아에 대한 기대가 매우 높았고, 실제로 좋은 실적을 내놓았다”고 평가하면서도 “인플레이션, 고용, 연준 정책, 관세 등에 대한 많은 의문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아직 매도를 마무리하지 않은 상태”라며 “시장은 조정 국면에 있으며, 현재 장세는 조정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고용보고서 발표 이후 금리선물시장에서 연준의 12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소폭 높아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오는 12월 9∼10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40%로 반영해 전날 30%에서 상향 조정했다. 반면 같은 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 확률은 60%로 여전히 더 높은 수준에 머물러, 당분간 긴축 기조 유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AI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술주 랠리가 미국 주식시장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해온 가운데, 이번 조정이 일시적 숨 고르기에 그칠지, 보다 광범위한 밸류에이션 재조정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제사회와 글로벌 투자자들은 연준의 향후 결정과 AI 관련 실적 모멘텀의 지속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태희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엔비디아#뉴욕증시#나스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