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성장률 5% 안팎 달성 가능”…중국, 적극 재정·완화 통화로 내수 부양 기조 지속 전망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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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6일, 중국(China) 베이징에서 중앙재경위원회 판공실의 고위 책임자가 인터뷰를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정부 목표인 ‘5% 안팎’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언은 내수 위축과 부동산 침체 속에서도 성장 목표를 고수해 온 중국 정부의 정책 기조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내년에도 정부 주도 경기 부양을 이어가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책임자는 이날 중국 주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중국의 주요 거시지표가 당초 예상에 부합하고 있다”며 연간 성장률이 5% 안팎을 기록해 세계 주요국 가운데 선두권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올해 중국의 경제 총량이 약 140조위안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하며, 고용이 전반적으로 안정된 가운데 무역이 빠르게 증가해 수출 다변화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올해 성장률 5% 안팎 전망…140조위안 경제 규모·내수 부양 기조 유지
중국, 올해 성장률 5% 안팎 전망…140조위안 경제 규모·내수 부양 기조 유지

중국의 공식 연간 성장률 수치는 내년 1월 발표될 예정이며, 중국 정부는 관례적으로 확정치 공표에 앞서 고위 당국자의 예상치를 통해 시장에 방향성을 제시해 왔다. 중국 정부는 내수 부진과 장기화된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성장률 목표를 ‘5% 안팎’으로 제시해온 만큼, 목표 달성 여부는 국제 금융·무역 시장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미국(USA)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무역 갈등 재점화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관세 부담이 일부 완화된 점이 대외 수요를 떠받친 요인으로 지적된다.  

 

올해 중국의 분기별 성장률은 1분기 5.4%, 2분기 5.2%를 기록한 뒤 3분기 4.8%로 둔화됐으며, 1∼3분기 누적 성장률은 5.2% 수준을 나타냈다. 성장 흐름이 점진적으로 약화하는 가운데서도 연간 수치로는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것이 중국 당국의 판단이다.  

 

국제기구들도 최근 중국 성장 전망을 잇따라 상향 조정했다. 세계은행(WB)은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4.5%에서 4.9%로 올렸고, 국제통화기금(IMF)은 10월 제시했던 전망치를 이달 들어 5.0%로 0.2%포인트 상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9월까지는 4.9%를 제시했으나 이달 전망치를 5.0%로 조정했다.  

 

세계은행과 IMF는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가 내수 부진과 디플레이션 우려 등 구조적 불균형을 안고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미중 무역 전쟁이 휴전에 접어들고 대중국 관세 부담이 완화된 점이 성장 모멘텀을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이들 기구는 부동산 시장 조정과 인구 구조 변화, 생산성 둔화가 중장기 리스크로 남아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당국자는 이번 성장 전망의 배경으로 ‘더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적절히 완화적인 통화정책’ 병행을 꼽았다. 그는 올해 중국이 처음으로 보다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본격 시행하고, 14년 만에 완화 기조를 명시한 통화정책을 함께 운용해 경기 회복과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중앙경제공작회의 결정에 따라 내년에도 적극적이고 실효적인 거시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재정 측면에서는 지방정부의 재정난 해소를 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세입 확대와 지출 효율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메커니즘을 구축해 지방 재정의 자립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는 부채 부담에 시달려온 지방정부의 재정 구조를 정비해, 경기 부양 과정에서 누적된 위험을 관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지급준비율(RRR)과 정책금리 인하 같은 전통적 수단뿐 아니라 단기·중기·장기 유동성 공급 도구를 유연하게 조합해 운용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내수 확대, 과학·기술 혁신, 중소기업 지원 등 중점 영역에 유동성을 집중해 실물경제를 직접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조치는 민간 부문의 신용 경색을 완화해 투자와 소비를 동시에 자극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내년 경제 운용의 최우선 과제로 내수 진작을 재차 강조한 점도 눈길을 끈다. 책임자는 도시와 농촌 주민의 소득을 늘리기 위한 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양질의 충분한 일자리 확대와 기초 양로금 지속 인상을 통해 소비 여력을 키워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가사 서비스, 여행, 건강, 양로 등 약 1조위안 규모로 추산되는 신성장 소비 영역을 육성해 새로운 내수 동력을 발굴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투자 측면에서는 중앙정부 예산, 초장기 특별국채, 지방정부 특별채권 등을 활용해 정부 투자 규모를 확대하는 한편, 철도·원자력 등 인프라 분야에 민간 기업 참여를 허용해 민간 투자를 끌어들이겠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계획은 공공 인프라 확충과 함께 민간 자본을 동원해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읽힌다.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로 반복 지적돼 온 지역 간 시장 분절과 ‘내권’ 경쟁에 대해서도 대책을 내놨다. 그는 일부 지방정부가 투자 유치 과정에서 세금·토지·전기 비용에 대한 불법적 우대나 차입을 통한 보조금 지급 등 ‘변칙적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며, 중앙정부 차원의 집중 단속을 예고했다. 이어 생산요소, 자격 획득, 조달 절차 등에 관한 통일 기준을 마련해 지역 보호주의를 차단하고, 전국 단일 시장을 형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전기차와 태양광, 배달 플랫폼 산업에서 확산된 저가 출혈 경쟁도 정비 대상에 포함됐다. 그는 신용 감독, 가격 단속, 반독점 조치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경쟁 질서를 바로잡고, 시장 메커니즘과 ‘우승열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그간 플랫폼·신에너지 기업을 상대로 규제를 강화해 온 흐름과 맞물려, 산업 구조 재편이 더욱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동산 부문과 관련해 그는 시장 ‘위기론’에 선을 그었다. 부동산 개발 투자가 감소세를 이어가는 것은 각 지역이 재고를 줄이기 위해 신축을 엄격히 통제한 결과이자, 부동산 업체들이 현 시장 상황에 맞춰 합리적으로 조정한 선택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부동산 업황 둔화가 소비와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파장이 여전한 만큼, 국제 투자자들은 중국의 정책 대응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앞으로는 부동산 기업이 ‘신축 위주 판매’ 모델에서 벗어나 자산을 보유하며 고품질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제시됐다. 그는 지난해 기준 중국 인구의 실질적인 도시화율이 약 67% 수준이지만, 행정상 도시 호적을 가진 인구 비율은 50%에 못 미친다면서 도시에 정착하지 못한 농민공과 대학 졸업생 등 ‘새로운 시민’의 주택 수요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여러 지역에서 기존 주택 거래가 늘어나고 있는 점을 긍정적 신호로 평가하면서, 이런 수요와 거래 확대가 부동산 시장의 구조 조정과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 참여자들의 자발적 조정과 정부의 선별적 지원을 통해, 재고 해소와 가격 안정이 병행되도록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국제 사회에서는 중국의 성장률 회복이 글로벌 경기 둔화를 완충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내수 중심 성장 전략이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공급망 재편, 무역 구조 변화와 어떤 상호작용을 낳을지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적극적인 재정·통화정책을 통해 단기 성장 방어에는 성공하더라도, 부동산 의존 탈피와 생산성 제고, 인구 구조 대응 등 구조 개혁 과제가 남아 있어 정책 지속 가능성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번 성장 전망과 내년 거시정책 기조가 실제로 어떻게 이행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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