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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 숲이 숨쉬고, 동굴 안엔 시간도 흐른다”…울산의 일상, 자연과 문화가 겹쳐지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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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 숲이 숨쉬고, 동굴 안엔 시간도 흐른다”…울산의 일상, 자연과 문화가 겹쳐지는 순간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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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울산을 찾는 이들이 도심 한복판에서도 ‘여유’를 느낀다고 말한다. 예전엔 산업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도시의 또 다른 얼굴이 일상의 일부가 됐다.

 

29.5도의 흐린 하늘 아래, 태화강 국가정원을 따라 걷는 산책은 많은 이들의 루틴이 되고 있다. 넓게 뻗은 강변길에선 바람이 불 때마다 십리대숲의 대나무 잎이 흔들리며 잔잔한 소리를 만든다. 퇴근 후 저녁 산책길, 또는 주말 이른 아침에 나서는 산책 인증샷 역시 SNS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밤이면 은하수길이 조성돼, 도심 속에서 야경과 함께 낯설면서도 편안한 울산의 감성을 더한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울산바위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울산바위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관광공사는 계절마다 울산 국가정원 방문객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래를 테마로 한 장생포고래문화마을 역시 가족 단위 방문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과거 고래잡이 역사를 품은 이곳에서는 옛 장생포 어촌의 정취와 해양도시 울산만의 독특한 풍광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울산 울주군 상북면의 자수정동굴나라도 색다른 매력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 동굴 안 2.5km 구간을 따라 펼쳐진 시원한 바람과 보랏빛 자수정 전시장은 도시에서 찾기 힘든 이색적인 공간이 돼 준다. 특히 동굴 수로 위를 보트로 누비는 체험은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두 처음에는 약간 어색하다가 곧 동굴 특유의 조용함과 아름다움에 빠진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산업 도시라 불리던 울산이 최근 자연과 문화의 조화를 앞세운 도시 재생의 대표 사례로 거듭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산책과 쉼, 사색을 위한 공간이 도심 곳곳에 넉넉히 마련된 덕에, 지역 주민이나 여행자 모두 일상에서 지친 마음을 재충전할 수 있게 된다는 해석이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태화강변 자전거 코스는 계절마다 색이 달라서 네 번 가도 네 번 새롭다”, “장생포고래문화마을엔 추억이 있고, 자수정동굴나라에선 시원함을 만끽했다”는 경험담이 인상적으로 이어진다. 반복되는 일상이 답답할 때, 어딘가 먼 곳이 아닌 도심 가까이서 찾을 수 있는 자연이 위로가 되고 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울산의 풍경은 이제 지친 하루를 무심코 달래주는 새로운 일상, 그 자체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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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태화강국가정원#장생포고래문화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