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하건이, 분남 씨 거북이 걸음”…깡통 소년의 여름→가장 느린 희망의 손길
깡통 가득 희망을 담은 소년 하건이의 환한 미소, 그리고 천천히 이어지는 할머니 분남 씨의 걸음은 어느 여름날 서울 반지하에서 시작돼 긴 하루로 번졌다. ‘동행’은 스스로의 아픔보다 가족의 밥상과 웃음을 먼저 생각하는 분남 씨와, 그 곁을 어린 나이에도 묵묵히 지키는 10살 손주 하건이의 삶을 바라본다. 둘이 손을 맞잡고 걷는 골목길은 세상 누구보다 느리고 조심스럽지만,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반짝인다.
분남 씨는 세 살 무렵 떠난 엄마 대신 스스로를 붙들고 살아온 하건이를 위해 경북 영주의 삶을 뒤로하고 서울의 낯선 골목으로 들어왔다. 교통사고로 굳어가는 두 다리와 해결되지 않는 우울, 심지어 대장암과 전립선암을 연달아 마주한 아들의 병세까지, 삶의 무게는 하루도 가볍지 않았다. 생활비와 치료비를 걱정하는 하루 속에서도 손주가 아플까 두려운 마음을 먼저 챙긴다.

하건이는 할머니가 깡통을 줍는 모습이 한때 창피했지만, 이제는 세상에서 가장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친구들에게 응원을 받고, 집안 사정 탓에 문제집을 살 수 없는 대신 손수 문제를 내며 꿈을 이어간다. 영리함과 깊은 배려를 지닌 하건이에게 영재 교육의 기회까지 찾아오지만, 쉽지 않은 현실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어린 하건이의 꿈은 흰 가운을 입고 할머니의 붓고 굳은 다리를 고치고, 아빠의 병까지 낫게 해주는 의사가 되는 것이다. 하루하루 깡통을 모으며 그날을 기다린다. 거북이처럼 천천히 움직이는 할머니 곁에서 다정하게 손을 맞잡고, 서로에게 가장 든든한 힘이 돼간다.
반지하에 드리운 여름의 소망과 헌신, 그리고 단단한 가족의 마음은 ‘동행’이 전하는 메시지다. 반복되는 아픔과 환경에도 꺾이지 않는 모정과 손주의 깊은 애틋함이, 또다시 새로운 하루를 살아갈 용기를 던진다.
‘동행’은 여섯 시 저녁 시간, 두 사람이 손을 맞잡은 가장 느린 희망의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조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