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비비에 가방 대가성 수수 의혹 수사”…김건희특검, 본사·백화점 압수수색
정치적 충돌 지점과 특검 수사가 맞붙었다. 대통령 배우자와 여당 대표를 둘러싼 명품 선물 의혹이 강제수사 단계로 번지면서 여권을 향한 수사 정국이 다시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20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명품 브랜드 로저비비에 본사와 이 브랜드가 입점한 서울 시내 한 백화점을 압수수색해 구매자 명단과 매출 전표 등을 확보한 것으로 21일 법조계에서 전해졌다. 김건희 여사가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의 배우자로부터 로저비비에 클러치백을 받았다는 의혹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한 강제수사 조치다.

특검팀이 확보한 자료는 시가 170만∼180만원대로 알려진 로저비비에 클러치백의 실제 구매자와 결제 내역, 선물 전달 경위를 추적하는 데 쓰일 전망이다. 수사팀은 가격대와 결제 시점, 수령인과 전달 경로를 교차 검증해 대가성 여부를 따질 계획으로 관측된다.
민중기 특검팀은 이보다 앞선 6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클러치백과 함께 김기현 의원 배우자가 작성한 감사 편지를 확보했다. 특검팀은 이 가방이 2022년 3월 8일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를 전후해 진행된 통일교인 집단 입당과 연관된 대가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7일 정당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된 김건희 여사의 공소장에는 그가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성배 씨와 공모해 통일교인들을 집단 입당시켜 김기현 의원을 당 대표로 밀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특검팀 조사 결과 당시 입당한 통일교인은 240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통일교인 동원 규모와 시기, 김 여사와 김 의원 측의 접촉 여부를 면밀히 대조하며 선물 제공이 정치적 지원의 대가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따지고 있다. 고액 선물이 대통령 배우자에게 전달된 만큼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판단도 함께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현 의원은 선물 의혹이 불거진 뒤 8일 입장문을 통해 정면 반박했다. 그는 "신임 여당 대표의 배우자로서 대통령 부인에게 사회적 예의 차원에서 선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여당 대표로 당선된 저나 저의 아내가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청탁할 내용도 없었고, 그럴 이유도 없었다"며 "사인 간의 의례적인 예의 차원의 인사였을 뿐 그 이상 그 이하의 의미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김 의원 배우자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이미 입건한 상태다. 특검 수사팀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 분석을 마치는 대로 김 의원 배우자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선물 제공 경위와 당시 정치적 상황, 통일교 측과의 연관성 등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강제수사는 대통령 배우자 관련 수사가 여당 핵심 인사까지 뻗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 파장이 커지고 있다. 여권은 정치 보복 수사라는 인식을 내비치고 있고, 야권은 권력형 비리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향후 특검 소환 조사 과정에서 여야 공방이 한층 거세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특검 수사 결과에 따라 청탁금지법 위반뿐 아니라 정당법 위반 혐의의 적용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수사 진전 속도에 따라 국회와 여야 지도부의 대응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한 만큼, 향후 특검의 추가 압수수색과 소환 일정에 정치권 이목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