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고용 냉각 속 연착륙 기대”…미국 뉴욕증시, 기술주 랠리에 서학개미도 베팅 확대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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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각) 미국(USA) 뉴욕증시는 노동 시장이 과열보다 연착륙에 가까워졌다는 인식 속에 기술주 강세와 광의 시장 약세가 교차하는 온도차 장세로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새로운 고용 지표가 경기 급랭 가능성을 낮추는 동시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완화 전환 기대를 지지하는 신호로 해석하며 위험 자산 선호를 일부 회복했다.

 

에드워드 존스의 애프터마켓 분석에 따르면 이날 시장 흐름은 ‘기술주 강세 대 광의 시장 약세’로 요약된다. 미 동부시간으로 4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1.96포인트(0.07%) 내린 47,850.94에 마감해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반면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종합지수는 51.04포인트(0.22%) 오른 23,505.14, S&P 500 지수는 7.22포인트(0.11%) 상승한 6,856.94를 기록했다.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는 0.86% 오르며 상대적으로 강한 반등세를 보였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1.87% 하락한 15.78로 떨어져 투자자들의 공포 심리가 한층 진정된 모습이다.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

시장의 시선을 끈 것은 노동부가 발표한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였다. 지난주 청구 건수는 19만1천 건으로 집계돼 2022년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 22만1천 건을 크게 밑돌았다. 헤드라인만 보면 고용 시장 과열을 연상시키지만, 월가는 추수감사절 연휴 영향이 겹친 계절적 왜곡 가능성을 강조하며 과도한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에드워드 존스는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은 붕괴가 아닌 냉각”이라며, 노동 시장이 급격한 위축이 아닌 완만한 둔화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실제로 10월 해고 건수가 전월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점도 미국 고용 환경이 연착륙 경로에 근접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셧다운 여파로 일부 공식 통계 발표가 지연되고 연준의 통화정책 회의를 앞둔 블랙아웃(의사 발언 자제) 기간까지 겹치면서, 시장은 뚜렷한 방향성보다 개별 종목 장세에 가까운 흐름을 연출했다. 그럼에도 채권 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가 병존하는 여건에서 성장주, 특히 대형 기술주로 매수세가 유입된 것은 미국 증시의 체력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종목별로 보면 인공지능(AI) 열풍의 중심에 선 엔비디아가 2.16% 오른 183.4달러에 마감하며 AI 반도체 랠리를 재가동했다. 전기차 대표주인 테슬라도 1.75% 상승한 454.54달러로 장을 마쳤다. 메타 플랫폼스는 메타버스 사업 부문 효율화 방침이 전해지며 3.43% 급등해 투자자 기대를 끌어올렸다. 반면 최근 M시리즈 칩 생산 확대 기대감에 급등했던 애플은 1.21% 하락한 280.7달러로 숨을 고르는 양상이다. 인텔은 7.45% 급락하며 변동성을 키웠고, 세일즈포스는 3분기 실적과 4분기 가이던스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3.62% 상승해 소프트웨어 섹터 전반의 투자 심리를 개선했다.

 

한국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투자 흐름도 이날 시장과 맞물려 주목받았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12월 3일 기준 국내 이른바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181조4,031억 원으로, 직전 집계일보다 3조5,752억 원 늘었다. 결제 시차 때문에 실제 4일 장 마감 기준과는 1~2일의 시간 차가 존재하지만, 보관금액 증감은 국내 투자자 매수 강도와 보유 종목 가치 변화를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대표적인 ‘국민 해외주식’ 테슬라의 경우 12월 3일 기준 보관금액이 41조436억 원으로 하루 새 1조6,042억 원 증가했다. 4일 장에서 테슬라 주가가 1.75% 추가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한국 투자자들의 매수 확대와 주가 강세가 서로를 견인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엔비디아는 보관금액이 2,929억 원 소폭 감소했으나, 주가는 2.13% 상승했다. 이는 국내 투자자 일부가 차익 실현에 나섰음에도 글로벌 매수세가 이를 흡수하며 주가를 지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보다 공격적인 투자는 레버리지 상품과 중소형 기술주로 향하고 있다. 양자 컴퓨터 테마주로 꼽히는 아이온큐의 보관금액은 2,033억 원 늘었고, 4일 주가는 12.56% 급등한 54.76달러를 기록했다. 미래 기술에 대한 선제적 베팅이 단기간에 높은 수익으로 이어진 사례다. 반도체 업종의 3배 레버리지 상품인 ‘디렉션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셰어즈 ETF(SOXL)’의 보관금액은 3,238억 원 증가했지만, 4일 주가는 3.05% 하락했다. 서학개미들이 가격 조정을 저가 매수 기회로 인식하는 ‘눌림목 매수’ 전략을 적극 구사하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주가가 내렸음에도 보관금액이 늘었다는 점은 신규 자금 유입이 평가액 감소분을 상쇄하고도 남는 수준이었다는 뜻이다.

 

거시 환경을 보면 12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여전히 높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12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은 87% 수준으로 반영되고 있다. 에드워드 존스는 내년에도 추가 인하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셧다운 여파로 9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발표가 지연되고 있지만, 주거비 둔화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면서 연준의 완화적 스탠스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유럽(Europe)에서는 유로존 소매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해 예상치를 웃돌았다. 국제 유가(WTI)는 미국과 러시아(Russia) 간 평화 협상 결렬 소식 등에 반응하며 상승세를 보였다. 이 같은 글로벌 변수들은 미국 증시와 달러, 원·달러 환율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체적으로 이날 뉴욕증시는 고용 지표의 ‘연착륙 신호’와 기술주 중심 매수세가 맞물리며 상승 마감했지만, 다우 지수 하락과 일부 종목의 차익 실현은 투자자들이 여전히 위험 관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음을 드러냈다. 서학개미들은 테슬라 같은 핵심 성장주 비중을 키우는 동시에, 조정을 받은 레버리지 상품에 과감히 진입하는 양면 전략으로 대응 중이다. 미국 주식 보관금액이 중장기적으로 242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12월 4일 기준 1달러당 1,475원(8.0원 상승) 수준인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손익 관리가 한국 투자자들에게 점점 더 중요한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견조한 기술적 지표와 기업 펀더멘털에도 불구하고, 군중 심리 변화나 돌발 지정학 리스크가 언제든지 시장 방향을 바꿀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고용과 물가 지표가 보여주는 긍정 신호 뒤에 숨어 있는 불균형을 점검하며, 투자 포지션과 리스크 관리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는 조언이 힘을 얻고 있다. 국제사회는 연준의 금리 결정과 미국 증시 흐름이 향후 글로벌 자금 흐름과 환율, 신흥국 금융시장에 어떤 파급 효과를 낳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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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뉴욕증시#테슬라#엔비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