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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연령차단법 강행한호주…메타도동참,글로벌규제확산신호탄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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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호주의 새로운 법이 글로벌 플랫폼 규제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플랫폼이 주도해 온 자율 규제 체계에 정부가 연령 기준을 직접 박으면서, 향후 인공지능 기반 연령 인증 기술과 데이터 규제, 플랫폼 책임 범위를 둘러싼 국제적 논쟁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산업계에서는 청소년 보호라는 공익 목표에 공감하면서도, 우회 접속과 사생활 침해, 서비스 안전성 약화 등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할지가 차세대 인터넷 거버넌스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호주는 12월 10일을 기점으로 X,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스냅챗 등 주요 소셜미디어에 대해 16세 미만 이용자 차단을 의무화한다. 세계 최초로 연령을 기준으로 한 포괄적 소셜미디어 사용 금지법을 적용하는 국가가 되는 셈이다. 법을 위반한 플랫폼에는 최대 4950만 호주달러, 우리 돈 약 493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어,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는 사실상 강제력 높은 규제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메타는 법 시행에 앞서 지난달 27일부터 호주 거주 16세 미만 청소년 계정에 대한 제한 절차를 시작했다. 적용 대상은 인스타그램, 스레드, 페이스북 등 메타가 보유한 소셜미디어 전반이다. 메타 측은 이용자가 16세가 되는 시점에 계정 접근 권한이 자동으로 복원되며, 기존에 올려둔 사진과 게시물도 그대로 보존된다고 설명했다. 호주 내 13세에서 15세 사이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약 35만 명으로 추정돼, 실제로 수십만 계정이 순차적으로 접속 제한을 겪게 된다.  

 

이번 조치는 기본적으로 서비스 수준에서의 접근 차단으로 구현된다. 플랫폼은 가입 단계와 로그인 과정에서 연령 정보를 수집하고, 기존 계정에 대해서는 계정 정보·행태 데이터·위치 정보 등을 조합해 16세 미만으로 추정되는 계정을 찾아내는 방식이 유력하다. 업계 안팎에서는 향후 얼굴 인식, 생체 신호 분석, 문서 인증 등 다양한 인공지능 기반 연령 추정 기술 도입도 논의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생체 정보 수집은 개인정보 보호와 감시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 법적·윤리적 한계가 부각된다.  

 

메타는 법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연령 검증 책임을 전적으로 플랫폼에 지우는 방식에는 선을 긋고 있다. 메타 대변인은 16세 미만 청소년이 앱스토어에서 소셜미디어 앱을 내려받을 때 나이 인증과 부모 승인 절차를 거치게 하고, 이렇게 확보된 연령 정보를 여러 플랫폼이 공통 활용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애플과 구글 등 앱 마켓 사업자가 연령 정보를 매개해 주면, 이용자가 소셜미디어마다 반복해서 민감 정보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고, 플랫폼도 상호 검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다 정교한 안전 장치를 설계할 수 있다는 논리다.  

 

유튜브는 새로운 법이 오히려 청소년 안전을 후퇴시킬 수 있다고 반발했다. 16세 미만이 계정을 만들지 못하면, 개인 맞춤형 보호 설정과 시청 제한 기능을 제공하기 어려워져, 미인증 상태로 접속하는 청소년에게 적절한 필터를 적용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지금까지는 계정 기반으로 연령대에 맞지 않는 콘텐츠를 걸러내거나, 부모가 자녀 계정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안전 장치가 작동했는데, 법 시행 후에는 이런 보호 장치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호주 정부는 이러한 반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애니카 웰스 통신장관은 유튜브가 자체 플랫폼이 안전하지 않고 연령 제한 이용자에게 부적절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고 인정하는 셈이라면, 그것은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이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특정 유형의 콘텐츠를 반복 추천하면서 일부 청소년이 극단적 선택에 이르렀다고 언급하며, 이번 법이 온라인 공간의 해악을 즉시 제거하지는 못하더라도, 청소년들이 더 건강한 자기 인식을 형성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책 영역에서는 향후 연령 인증 방식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가짜 신분증 업로드나 AI로 사진을 조작해 나이를 높여 보이게 만드는 기술이 이미 상용화된 상황에서, 온라인 상에서의 연령 확인은 점점 더 어려운 기술 과제가 돼가고 있다. 호주 인터넷 안전 감시 기관 역시 어떤 기술적 장치도 100퍼센트 완벽할 수 없다고 인정하면서, 플랫폼이 우회 시도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기술과 절차를 개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호주식 규제가 다른 국가로 확산될지가 관건이다. 유럽연합은 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과 디지털 서비스법을 통해 아동 보호 기준을 강화하는 중이며, 미국과 영국에서도 청소년 대상 콘텐츠 규제와 연령 인증 의무화 논의가 잇따르고 있다. 호주의 이번 조치는 연령 기준을 명시해 접근을 일괄 차단한다는 점에서 보다 직접적인 규제 모델로, 플랫폼의 알고리즘 설계와 데이터 수집 관행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선례가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AI 기반 연령 추정 기술, 데이터 최소 수집 원칙, 부모 동의 관리 시스템 등과 결합해 새로운 청소년 보호 패키지 모델이 등장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동시에 청소년의 표현의 자유와 디지털 접근권, 사생활 보호를 어떻게 균형 있게 보장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술 스타트업과 창작자 생태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산업계는 호주의 규제 실험이 실제로 청소년 보호와 플랫폼 책임 강화를 이끌어낼지, 아니면 우회 접속과 규제 회피만 키우는 결과로 귀결될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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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sns연령금지법#메타#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