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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동네 위험도 판독한다”…네이버, 초단위 날씨안전 서비스 확대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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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기반 초단위 위험 분석 기술이 생활 밀착형 기상 안전 서비스로 확장되고 있다. 네이버가 날씨 플랫폼에 도입한 AI 안전리포트는 단순한 강수 예보를 넘어, 기후변화로 국지화·비정형화된 폭설과 호우 위험을 읍면동 수준에서 해석해 보여준다. 이용자는 기존의 “눈이 온다”는 정보 대신 “내가 사는 동네에 언제, 얼마나 쌓이고, 출근길 결빙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확인할 수 있어, 산업계에서는 생활·도시 인프라 전반의 리스크 관리 패턴을 바꿀 수 있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는 19일 자사 날씨 서비스에 AI 안전리포트 베타 버전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안전리포트는 네이버가 구축한 인공지능 분석 엔진을 통해 읍면동 단위의 악천후 위험을 실시간 탐지하고, 그 결과를 설명형 리포트 형태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현재 전국 약 400여 개 읍면동에서 시범 운영 중이며, 성능 고도화 이후 단계적으로 적용 지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기술의 핵심은 초지역 단위 데이터 융합과 자연어 생성에 있다. 안전리포트는 기온, 풍속, 강수량, 적설량, 예비 특보 정보, 재난 경보, 보건 지수 등 다양한 기상·환경 데이터를 통합 수집한 뒤, AI 모델이 지역별 위험 패턴을 분석한다. 이렇게 도출된 결과를 사용자가 이해하기 쉬운 문장으로 자동 생성해 보여주는 방식이다. 네이버는 위험 요소 탐지부터 리포트 생성, 노출 여부 결정까지 전 과정을 약 30분 내외 주기로 자동화했다. 같은 시간대에도 몇 정거장 차이로 폭설과 진눈깨비가 갈리는 상황에서, 동네별 위험 차이를 반영해주는 구조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숫자 중심 기상 정보의 한계를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온라인 날씨 서비스가 온도와 풍속, 강수량, 적설량을 수치 위주로 보여주면서, 짧은 시간 안에 급변하는 위험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안전리포트는 “오늘 밤 우리 동네에 눈이 최대 어느 정도 쌓일지”, “출근 시간대 도로 결빙을 얼마나 우려해야 할지”, “이 시점에 미리 대비해야 하는지” 등을 서술형으로 전달해, 수치 해석 능력이 낮은 사용자도 대응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네이버는 안전리포트를 자사 날씨 서비스 내 오픈톡인 제보톡과 동일한 맥락에서 접근하고 있다. 제보톡은 현재 날씨와 기상 현상을 주제로 이용자들이 사진과 텍스트로 상황을 공유하는 창구로, 2021년 8월부터 올해 12월 4일까지 약 58만 건의 제보가 누적됐다. 올해 3월 경북 지역 산불 당시 일주일간 5만4000건 수준의 제보가 몰린 점을 감안할 때, 제보톡은 이미 재난 상황의 실시간 관측 네트워크로 기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집단 지성 기반 데이터가 향후 AI 안전리포트의 정밀도를 높이는 학습 자원으로 활용될 여지가 크다고 본다.

 

현재 안전리포트는 악천후로 인한 실제 위험이 감지된 지역에만 노출된다. 네이버 날씨 홈 화면에서 동별 페이지에 접속하면, 위험 발생 또는 임박 시 안전리포트 카드가 현재 날씨 하단에 나타나고, 사용자가 카드를 누르면 보다 상세한 내용이 담긴 대형 카드로 확장된다. 여기에는 위험 요인의 유형과 강도, 예상 시간대와 지속 시간, 생활·교통·야외활동에 미치는 영향, 행동 요령 등이 포함된다. 대형 카드의 자세히 보기 메뉴로 들어가면 타임라인 형식의 전체 리포트를 확인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날씨 지도와 인근 대피소 위치 등 추가 정보도 함께 제시된다.

 

네이버가 읍면동 단위의 실시간 안전 정보를 강조하는 이유는 기후변화로 인한 국지성 악천후의 빈도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시나 행정구 안에서도 동네마다 강설량과 강우량, 돌풍 강도가 크게 다른 사례가 반복되면서, 광역 단위 예보만으로는 주민 보호에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재난 정보 전달에서 상대적으로 사각지대가 발생하기 쉬운 외곽 지역과 소규모 거주 지역은 세밀한 위치 정보와 빠른 알림이 생명과 직결될 수 있어, 초지역 단위 인공지능 분석이 공공 안전 인프라의 보완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해외에서도 기상청과 민간 기술 기업이 고해상도 기상 예측과 AI 기반 위험 경보 시스템을 결합하는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수백 미터 단위 격자의 수치예보모델과 딥러닝을 결합해 홍수, 강풍, 폭염 위험을 지역별로 재해석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네이버의 안전리포트는 이 같은 글로벌 흐름 속에서 한국 이용자의 생활 패턴과 모바일 사용 행태에 맞춘 민간형 서비스라는 점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다만 국내에서 기상·재난 정보는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영역인 만큼, 민간 AI 기반 안내 서비스와의 역할 분담 및 책임 범위를 둘러싼 제도 논의가 뒤따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공적 경보 체계와 다른 내용이 노출될 경우 혼선이 발생할 수 있어, 향후 서비스 확대 과정에서 관련 기관과의 데이터 연계, 표준 문구 정립, 알림 위계 설정 등이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베타 기간 동안 모델의 예측 정밀도를 높이고, 위험 판단 기준과 표현 방식을 고도화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용자 반응과 제보 데이터를 바탕으로 재난 유형별 문장 구성과 알림 시점을 조정하면서, 대상 지역과 적용 기상 현상 범위를 점차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기후 리스크가 상시화된 상황에서, 검색·지도·포털 플랫폼 사업자가 보유한 데이터와 AI 역량을 생활 안전 분야로 연결하는 시도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 산업계는 네이버의 AI 안전리포트가 실제 재난 대응 체계 속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편입될지, 그리고 민간 플랫폼 기반 기상 안전 서비스가 하나의 시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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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ai안전리포트#네이버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