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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바이오시밀러 경쟁 본격화”…셀트리온, 캐나다 허가로 북미 공략 가속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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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용 바이오시밀러가 북미 시장에서 세를 넓히고 있다. 셀트리온이 블록버스터 안과질환 치료제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 아이덴젤트로 캐나다 품목허가를 확보하며 미국에 이어 북미 양대 시장 진입을 마무리했다. 고령화와 당뇨병 환자 증가로 안과질환 치료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바이오시밀러 확산이 약가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글로벌 제약사의 수익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는 이번 승인을 북미 안과 바이오시밀러 경쟁의 본격적인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셀트리온은 캐나다 보건부로부터 안과질환 치료제 아일리아 성분명 애플리버셉트의 바이오시밀러 아이덴젤트에 대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허가 적응증은 성인 신생혈관성 습성 연령 관련 황반변성, 망막정맥폐쇄에 따른 황반부종, 당뇨병성 황반부종, 근시성 맥락막 신생혈관 등 오리지널 의약품이 보유한 주요 안과 영역을 포괄한다. 제형은 의료진 편의성을 고려해 바이알 주사제와 프리필드시린지 두 종류가 승인됐다.

아이덴젤트는 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 VEGF를 표적하는 단백질 의약품으로, 비정상적인 망막 혈관 신생과 누출을 억제해 시력 저하 진행을 늦추는 기전이다. VEGF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신호 전달을 차단하는 구조는 오리지널인 아일리아와 동등성을 확보하도록 설계됐다. 셀트리온은 글로벌 개발 과정에서 품질 특성, 약동학, 임상 효능과 안전성에서 오리지널과 동등함을 입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국 규제당국 심사를 통과했다는 입장이다. 특히 프리필드시린지 제형은 투약 준비 시간을 줄이고 투여 용량 편차를 낮출 수 있어 대량 투약이 이뤄지는 안과 현장에서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은 이미 아이덴젤트의 상업적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오리지널 아일리아는 2023년 글로벌 매출 95억2300만 달러, 약 13조3322억원을 기록한 대표적인 블록버스터 안과질환 치료제다. 황반변성, 당뇨병성 황반부종 등 만성질환 특성상 장기 반복 투약이 필요해 환자와 보험자의 재정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바이오시밀러 도입 효과가 크다는 평가가 많다. 캐나다는 공적 재정과 민간 보험이 혼재된 구조로 약가 효율화 요구가 높은 국가여서, 향후 급여 등재와 처방 전환 속도가 매출 확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허가는 셀트리온의 글로벌 안과 포트폴리오 전략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셀트리온은 이미 국내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EC, 호주,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아이덴젤트 허가를 잇따라 확보해 왔다. 여기에 캐나다 허가까지 더해지며 북미 전역에서 판매 기반을 구축한 셈이다. 안과 전문 병원과 대형 병원 네트워크가 발달한 미국에 이어 캐나다까지 공략함으로써, 글로벌 판매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한 가격 경쟁 전략과 제품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강조할 수 있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글로벌 경쟁 구도도 점차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아일리아를 겨냥한 다수의 바이오시밀러가 허가되거나 심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국가별로 규제 요건과 보험 재정 상황이 각각 달라 실질적인 처방 전환 속도에는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캐나다는 그중에서 비교적 바이오시밀러 친화적인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정부와 공보험 기관이 바이오시밀러 사용 확대를 유도하며 약가 절감 효과를 재정 운용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정책 측면에서도 캐나다의 행보가 주목된다. 캐나다는 대표적인 바이오시밀러 우호 국가로 꼽히며, 규제기관 차원에서 허가 절차 합리화와 사후관리 기준 개선을 병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적응증 확장 허용 범위, 비교임상 요구 수준 완화 등 제도 개선 가능성을 시사해 글로벌 친바이오시밀러 흐름과 발맞추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런 환경은 셀트리온과 같은 국내 바이오 기업에게 진입 장벽을 낮추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셀트리온이 북미 양대 시장 허가를 바탕으로 실제 상업화 속도를 얼마나 빠르게 끌어올릴지가 관전 포인트로 거론된다. 생산 설비 가동률, 공급망 안정성, 현지 마케팅 파트너십, 보험 등재 전략 등이 매출 성장 곡선을 좌우할 요소로 꼽힌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연이은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해 북미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며, 캐나다 승인을 계기로 남은 상업화 절차를 신속하게 마무리해 매출 확대를 견인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아이덴젤트가 실제 처방 시장에서 어느 정도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를 계기로 안과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본격 성장 국면에 진입할지 주시하고 있다.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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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아이덴젤트#아일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