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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단고기 연구 지시 아냐”…김남준 대변인, 이재명 발언 논란 진화 나섰다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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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관을 둘러싼 논쟁과 대통령의 발언이 맞붙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업무보고 발언을 두고 야권 공세가 거세지자 대통령실이 직접 해명에 나서면서, 역사 인식 논란이 정국의 또 다른 쟁점으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은 14일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 업무보고에서 환단고기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 학계 판단에 반하는 입장을 취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김남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 주장에 동의하거나 그에 대한 연구나 검토를 지시한 것이 아니다"라며 "국가의 역사관을 수립해야 하는 책임 있는 사람들은 그 역할을 다해주면 좋겠다는 취지의 질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12일 교육부 등 업무보고 자리에서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게 "역사교육과 관련해 무슨 환빠 논쟁 있지 않으냐"고 먼저 문제를 제기했다. 박지향 이사장이 잘 알지 못한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환단고기를 주장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을 보고 비하해서 환빠라고 부르지 않느냐"며 "고대 역사 부분에 대한 연구를 놓고 지금 다툼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당시 대화에서 박지향 이사장은 "소위 재야사학자들보다는 전문 연구자들의 주장이 훨씬 설득력이 있기에 저희는 그 의견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역사는 사료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문헌 사료를 저희는 중시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 대통령은 토론 과정에서 "환단고기는 문헌이 아니냐"고 질문을 던지며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대화를 정리하는 과정에서는 "결국 역사를 어떤 시각에서, 어떤 입장에서 볼지 근본적인 입장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고민거리"라고 말해 논쟁의 폭을 넓혔다.

 

이 발언이 알려진 뒤 야권을 중심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학계에서 위작으로 판단된 환단고기를 신뢰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역사 인식이 국가 교육 정책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야권 일각에서 제기됐다.

 

이에 대해 김남준 대변인은 대통령 발언의 취지를 역사 논쟁 구조에 대한 질의로 재규정했다. 그는 "역사를 어떤 시각과 입장에서 볼지가 중요하고, 그 가운데 입장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결론이었다"며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논란을 인지하는지, 역사관을 어떻게 수립할 것이냐의 질문 과정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더 나아가 논란의 범위를 다른 역사 쟁점으로 확장해 설명했다. 그는 친일에 협력한 인물들의 주장,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자발성' 주장, 독도 영유권을 부정하는 주장 등을 언급하며 "마찬가지로 그 주장이 어느 문헌에 나오는지와 어느 전문 연구가가 주장하는지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환단고기를 둘러싼 논쟁 역시 그런 맥락 속에서 검증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취지다.

 

대통령실은 이 발언들을 종합해 "환단고기의 역사관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역사관이 필요한 지점과 관련해 엄밀한 논리가 세워져 있는지를 물어봤던 것"이라는 방향으로 해석했다. 김 대변인은 "논란이 벌어진다면 짚고 넘어가야 하고, 역사관을 연구하는 곳이라면 명확한 입장이 있는 게 맞다고 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환단고기라는 표현을 직접 사용한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은 선을 그었다. 김 대변인은 "문제가 있다면 짚고 넘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 대통령은 지금까지 문제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특정 사안을 해결해온 분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논쟁적 사안을 언급하는 것보다 덮어두는 태도가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논리다.

 

한편 대통령실은 같은 업무보고 과정에서 불거진 또 다른 논란에도 진화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거칠게 질책했다는 지적에 대해 김 대변인은 "야당 출신이라 고압적인 자세를 취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 것 같은데, 그렇게 바라보니 그렇게만 보이는 것 같다"며 "정상적인 질의응답 과정이었다"고 반박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언급된 이른바 책갈피 달러 밀반입 수법과 관련해 "범죄 수법을 구체적으로 말해 범죄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데 대해 김 대변인은 "이런 수법이 있다는 것을 공개하고, 이를 막겠다는 담당 기관의 발언을 들을 수 있었기에 오히려 예방 효과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의 연이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야권과 역사학계 일부에서는 추가 설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정치권은 이재명 대통령의 역사관과 소통 방식, 공기업 인사에 대한 태도를 둘러싸고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다. 국회는 향후 상임위원회와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관련 질의를 이어가며 대통령실의 입장과 정책 방향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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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대통령#김남준대변인#환단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