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비트코인이 투심 선행지표로 작동”…월가, 급반전 속 증시·가상자산 동조화 우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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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20일(현지시각) 미국(USA) 뉴욕 월가에서 뉴욕 증시가 장중 급등에서 급락으로 돌아서는 극적인 변동을 연출했다. 투자자들은 엔비디아의 호실적과 양호한 고용지표에 안도 매수를 쏟아냈지만, 정오 이후 흐름이 급반전하며 위험자산 전반에 투심 냉각이 확산했다. 이번 변동 뒤에는 비트코인 급락을 신호로 삼는 알고리즘 매매가 있었다는 분석이 제기되며, 암호화폐와 증시 간 동조화 심화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현지 매체 씨킹알파는 이날 “뉴욕 증시의 하락 전환에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나온 충격 신호가 작용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장 초반 엔비디아(Nvidia)의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과 9월 고용지표 개선에 힘입어 한때 2%를 넘게 올랐다. 그러나 정오 이후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뒤 2% 넘게 떨어지며 마감해, 하루 동안 약 4%포인트에 달하는 널뛰기 장세를 기록했다. 혼재된 고용지표로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된 점과 함께, 엔비디아 특유의 장중 변동성이 증시 전반의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월가 급반전, 비트코인 급락이 촉발한 ‘투심 냉각’ 우려 확산
월가 급반전, 비트코인 급락이 촉발한 ‘투심 냉각’ 우려 확산

하지만 일부 월가 전략가들은 촉발 요인을 암호화폐 시장에서 찾고 있다. 톰 리(펀드스트랫 리서치 총괄)와 스티브 소스닉(인터랙티브브로커스 최고전략가)은 최근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의 가격 붕괴가 증시 급락의 실제 방아쇠였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소스닉은 CNBC와의 대담에서 “비트코인이 9만달러를 시험하던 순간이었고, 그 지지선이 깨지자 나스닥과 S&P500이 동시에 급락했다”며 “알고리즘 매매가 비트코인을 투기 심리의 선행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 자산의 움직임을 자동으로 추종·역추종하는 알고리즘 매매가 확대되며, 시장 전체의 가격 반응 속도와 민감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당시 비트코인은 3.9% 하락한 8만7,930.40달러까지 밀려났다. 이는 10월 10일 발생한 190억달러 규모 레버리지 포지션 강제 청산 이후 이어져 온 약세 흐름을 다시 한 번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다. 해당 청산 사태 이후 암호화폐 시장 전반은 약 30% 이상 하락한 상태로, 시장 조성자들의 자본 손실이 이어지며 가격 변동성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 조성자는 매수·매도 호가를 제시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지만, 큰 손실이 발생하면 위험 노출을 줄이기 위해 포지션을 축소하면서 되레 추가 하락을 부추기는 구조적 위험을 안고 있다.

 

리 역시 이번 조정을 “10월 10일 충격의 메아리”라고 표현했다. 그는 “유동성 약화가 이어지면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주식시장보다 선행해 움직이고 있다”고 강조하며, 가상자산 시장이 기존 위험자산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리는 2022년 비슷한 상황에서 정화 과정이 약 8주가량 소요됐다고 상기시키며, “현재는 6주 차에 들어선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당시와 유사한 기간의 조정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경계심이 번지고 있다.

 

이번 급락으로 나스닥과 S&P500은 4월 초 이후 최악의 한 주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기술주와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그리고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에서도 가격 등락 폭이 눈에 띄게 커졌다. 레버리지·인버스 ETF를 활용한 단기 매매 자금이 급격히 유입·유출되는 모습이 관찰되면서, 개인 투자자와 기관 모두 위험 관리 부담이 늘어나는 국면이다. 뉴욕 증시 관련 주요 매체들은 “AI 대표주와 가상자산이 하나의 위험자산 군으로 묶이며 동조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비트코인은 그동안 ‘디지털 금’과 ‘고위험 투기 자산’이라는 상반된 이미지를 오가며 가격이 요동쳤다. 최근에는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미국 국채 금리, AI 성장 기대 등과 결합한 복합적인 매매 요인이 형성되면서, 가상자산이 주식과 채권, 파생상품 시장을 잇는 또 하나의 변동성 통로로 부상했다. 이번 월가 급반전이 암호화폐 유동성 상황과 맞물려 발생한 만큼, 각국 금융당국과 중앙은행도 시장 상호 연계성에 한층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향후 시장의 관심은 암호화폐 유동성 회복 속도에 쏠릴 전망이다. 비트코인의 단기 지지선 붕괴 여부와 시장 조성자 자본 회복 상황이 증시와의 동조화 강도를 결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동시에 앞으로 발표될 주요 고용지표와 인공지능(AI) 관련 대형 기술주의 실적이 다시 한 번 위험자산 선호를 자극할지, 아니면 변동성 확대 국면을 고착화할지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국제사회와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번 조정 국면이 일시적 진통에 그칠지, 새로운 변동성 시대의 신호탄이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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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비트코인#나스닥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