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서 150m 질주한 승합차”…14명 사상 운전자 구속 기로
제주 우도에서 렌터카 승합차가 도보 인파를 잇따라 들이받아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운전자가 구속 기로에 섰다.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하며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운전자는 차량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어 수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26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상) 혐의로 운전자 A씨(62)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안이 중대하고, 도주 우려 및 증거인멸 우려 등이 있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사건은 지난 24일 오후 2시 47분께 제주시 우도면 천진항 일대에서 발생했다. 도항선에서 내려 항만 외부 도로로 진입하던 스타리아 승합 렌터카가 갑자기 빠른 속도로 질주하며 보행자들을 잇따라 들이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차량은 배에서 내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돌연 엔진 회전수가 치솟는 듯한 소리와 함께 약 150m를 질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고로 렌터카에 타고 있던 60대 여성 1명과 길을 걷던 70대 남성 1명, 60대 남성 1명 등 3명이 숨졌다. 또 현장에 있던 관광객과 보행자 등 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제주시는 이후 진료를 받은 헬기 이송 부상자 보호자를 포함해 부상자를 11명으로 집계했다.
사고 당시 승합차는 도항선에서 내려 좌회전한 뒤 곧바로 속도를 높이며 도로를 걷고 있던 사람들을 순차적으로 들이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차량은 이후에도 계속 전진하다가 천진항 대합실 인근 도로표지판 기둥을 들이받고 나서야 멈춰 섰다.
운전자 A씨는 사고로 경상을 입었으며, 사고 당일 오후 9시 34분께 입원 중이던 병원에서 긴급체포됐다. 경찰이 실시한 조사에서 음주 여부를 확인한 결과, A씨는 사고 당시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조사 과정에서 “차량 RPM이 갑자기 올라갔고 그대로 차량이 앞으로 갔습니다”라며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급발진 여부는 그동안 유사 사건에서도 논란이 돼 온 만큼, 이번 사고에서도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도로교통공단에 렌터카 차량에 대한 정밀 감식을 의뢰했다. 특히 사고기록장치(EDR·Event Data Recorder)를 중점적으로 분석해 당시 가속 페달 조작 여부, 제동 장치 작동 상태, 차량 속도 변화 등 급발진이나 차량 결함 가능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현행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한 교통사고에서 운전자의 과실 여부는 향후 형사 책임의 핵심 쟁점이 된다. 급발진이 인정될 경우 제조사나 정비 책임 문제로 이어질 수 있지만, 운전자의 조작 미숙이나 과실로 결론 날 경우 중형 선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번 사고는 관광객과 보행자가 밀집하는 항만 인근에서 차량이 대량 인명피해를 낸 사례라는 점에서 안전 관리 실태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항만 주변 보행 동선과 차량 동선을 분리하는 시설, 과속 방지 장치 등 물리적 안전장치가 충분했는지에 대한 점검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경찰은 향후 목격자 진술과 주변 폐쇄회로(CC)TV, 차량 블랙박스 영상 등을 추가로 확보해 당시 정황을 종합 분석할 방침이다. 또한 렌터카 업체의 차량 관리 이력과 정비 기록, 운전자 교육 실태 등 전반적인 관리 체계에 대한 조사도 병행할 예정이다.
사건 운전자의 구속 여부는 법원의 영장 심사를 통해 결정된다. 구속이 이뤄질 경우 A씨에 대한 신병 확보 상태에서 보강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차량 결함 여부와 운전자 과실 비율을 둘러싼 책임 공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은 “정밀 감식 결과를 토대로 사고 원인을 면밀히 규명하겠다”며 “향후 유사 사고 방지 대책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