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흡수·억압 방식 통일 안돼"…이재명 대통령, 남북연락채널 복구·평화통일 구상 제안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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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긴장과 대치가 장기화된 한반도 정세 속에서 대통령과 북한을 향한 메시지가 정면으로 맞붙었다. 통일 방식을 둘러싼 근본적인 물음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향후 남북 관계의 방향을 둘러싼 논쟁도 거세질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출범회의에 참석해 연설하며 "통일은 분단된 대한민국이 수십 년, 수백 년, 비록 수천 년이 지나더라도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통일은 반드시 평화적이고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는 2025년 12월 2일 오후 개최됐다.

이 대통령은 "일방이 일방을 흡수하거나 억압하는 방식으로 하는 통일은 통일이 아니다"라며 흡수통일이나 강압적 통일 구상에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에게 놓인 시대적 과제는 남북 간 적대와 대결을 종식하고 평화 공존의 새로운 남북 관계를 만드는 것"이라며 "우리가 진정성 있게 노력한다면 북측의 태도 역시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 대화의 복원을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그는 "남북의 공동성장을 위한 협력도 추진해야 한다"며 "남북이 만남을 시작해야 한다. 허심탄회한 대화 재개를 위해 남북 간 연락 채널 복구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한동안 단절된 남북 직통 연락선 재가동을 공식 의제로 띄우면서, 향후 정부의 대북 대화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통일·관계 개선의 구체적 방향에 대해 이 대통령은 생활·민생 분야 협력을 우선 제시했다. 그는 "기후환경·재난안전·보건의료 등 세계적 관심사이자 남북 공동의 수요가 큰 교류 협력 사업부터 차근차근 시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치·군사 현안을 둘러싼 난제를 피하지 않되, 우선 양측 모두의 필요가 분명한 분야에서 신뢰를 쌓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입장도 재확인됐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전쟁 상태를 종식하고 핵 없는 한반도를 추구하며 공고한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겠다"고 했다.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비핵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평화를 만드는 것이 통일 전략의 핵심 축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한 셈이다.

 

분단 구조와 한국 민주주의의 관계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분단 체제가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해 왔다"고 하면서, "일부 정치세력은 급기야 계엄을 위해 전쟁을 유도하는 위험천만한 시도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 종식과 분단 극복, 평화 정착은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남북 문제를 안보 현안에 한정하지 않고, 국내 정치 시스템과 시민의 자유 확대라는 과제와 직접 연결한 발언이다.

 

정치권에선 향후 남북 연락 채널 복구 제안과 평화통일 구상을 둘러싸고 여야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여권 일각에선 대북 제재 체제와 한미 동맹 구도 속에서 북한의 실질적 호응 가능성을 문제 삼을 수 있고, 야권에선 이 대통령 메시지를 계기로 대화 재개와 긴장 완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부의 후속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부가 제시한 협력 분야가 기후, 재난, 보건 등 비군사 영역에 초점을 맞춘 만큼, 국제사회와의 조율 및 유엔 제재 틀과의 정합성도 향후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비핵화 협상 진전 여부에 따라 남북 교류의 속도와 범위가 달라질 수 있어, 외교·안보 라인의 정책 조정도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출범회의를 계기로 대통령실과 관계 부처는 향후 남북 연락 채널 복구 방안을 검토하고, 분야별 교류 사업 구상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정기회와 차기 회기에서 대북 대화 재개와 평화체제 구축을 둘러싼 정책 방향과 예산을 두고 본격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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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대통령#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남북연락채널복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