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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부비만에 흡연까지”…척추 퇴행 가속 척추의학계 경고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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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부비만과 흡연이 동시에 있을 때 허리 디스크 퇴행이 눈에 띄게 빨라지고 통증이 악화된다는 척추 전문의 경고가 나왔다. 복부에 쌓인 지방이 요추에 가해지는 기계적 하중을 높이고, 흡연으로 인한 혈류 감소가 디스크 영양 공급을 막으면서 구조적 손상이 중첩된다는 설명이다. 의료계는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중년 직장인층에서 이런 위험 조합이 적지 않은 만큼 척추질환 예방과 치료 전략의 핵심 변수로 관리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약물이나 시술만으로는 통증 재발을 막기 어렵고 금연과 체중 조절을 포함한 생활습관 교정이 비수술 치료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복부비만은 요추에 지속적으로 압력을 가하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복부가 앞으로 돌출되면 신체 중심축이 미세하게 앞으로 이동하고, 이를 맞추기 위해 척추는 뒤로 젖혀지는 보상 움직임을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요추 디스크는 하루 종일 압력을 견뎌야 하고, 앉았다 일어나는 것처럼 사소한 동작만으로도 부담이 커진다. 복부와 척추 주변을 안정적으로 지지해야 할 근육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작은 하중에도 미세 손상이 쉽게 누적된다.

차경호 연세스타병원 원장 겸 신경외과 전문의는 복부비만이 허리에 미치는 영향을 기계적 관점에서 설명했다. 차 원장은 복부지방이 많은 경우 같은 자세를 유지하더라도 요추에 실리는 하중이 증가해 디스크 손상 위험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체중이 늘수록 디스크 내 압력이 상승하고, 미세 균열이 생길 가능성도 커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흡연이 더해질 경우 척추 조직의 대사 환경이 급격히 나빠진다. 니코틴과 각종 유해 물질은 혈관을 수축시켜 척추 주변으로 가는 혈류량을 줄인다. 디스크는 혈관이 풍부하지 않은 조직이라 인접한 뼈와 연부조직에서 확산되는 혈류에 의존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이 공급선이 좁아지면 디스크는 점차 수분과 탄력을 잃어버리고, 탄성 섬유 구조가 무너지면서 퇴행 속도가 빨라진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문제는 더 뚜렷해진다. 회복 능력이 떨어지는 중년 이후에는 이미 노화가 진행된 디스크에 흡연으로 인한 혈류 저하가 겹치면서 조직 회복 여력이 크게 감소한다. 의료현장에서는 특별한 사고나 외상이 없었는데도 어느 날 갑자기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40대 이상 환자 가운데 복부비만과 흡연력이 동시에 관찰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전한다. 겉으로 보기에 큰 이상이 없어 보이지만, 오랜 기간 누적된 기계적·대사적 손상으로 디스크가 쉽게 무너지는 상태에 도달한 것이다.

 

허리 통증이 엉덩이나 다리 쪽으로 내려가는 방사통을 동반할 경우에는 디스크 병변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이 단계에서는 단순한 근육통 수준을 넘어 탈출하거나 돌출된 디스크가 신경을 직접 자극하거나 압박하고 있을 수 있어 영상검사 등 정밀 진단이 필요하다. 통증 양상, 다리 저림 여부, 보행 시 악화 여부 등이 진단 과정에서 중요하게 고려된다.

 

현재 임상에서 활용하는 약물치료와 주사치료는 염증을 줄이고 신경 자극을 완화해 통증을 일시적으로 가라앉히는 데 효과가 있다. 그러나 허리에 과부하를 주는 생활습관이 바뀌지 않으면 통증은 형태만 조금 바뀐 채 재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의료진은 보고 있다. 실제로 초기부터 중등도 단계에 해당하는 허리디스크 환자의 상당수는 수술 없이도 호전을 기대할 수 있지만, 전제 조건은 체중 관리와 금연을 포함한 생활습관 변화다.

 

척추 재활 관점에서 금연과 체중 조절은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로 강조된다. 금연 후 시간이 지날수록 혈관 수축이 완화되고 미세혈류가 개선되면서 디스크 주변 조직의 대사 환경이 회복될 여지가 생긴다. 체중 감소는 요추에 직접 작용하는 하중을 줄여 통증 완화와 재손상 예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특히 복부둘레 감소는 체중 수치 변화 이상으로 척추 전만 각도와 골반 기울기를 조절해 자세 안정성에 기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생활습관 교정만으로 모든 환자의 통증을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낮추기는 어렵기 때문에, 통증이 뚜렷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경우에는 비수술적 의료 개입이 병행된다.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근력 강화 운동요법, 신경차단술 등은 염증을 줄이고 신경 압박을 완화해 활동성을 되찾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이런 치료들은 약해진 디스크 자체를 원래 상태로 되돌리기보다는 통증 악순환을 끊고 척추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차 원장은 척추 치료의 핵심은 수술 여부가 아니라 척추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얼마나 잘 마련하느냐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연과 체중 감량, 규칙적인 코어 근육 운동이 비수술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기초 치료라고 설명했다. 의료계는 복부비만과 흡연이 겹친 고위험군을 조기에 가려내 생활습관 개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료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으며, 산업계와 보건당국의 건강증진 프로그램 연계 여부가 향후 척추질환 부담을 줄이는 관건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산업계와 의료현장은 생활습관 개선 중심의 허리 건강 전략이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안착할지 주시하고 있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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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경호#복부비만#흡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