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10년 의무복무 안 지키면 의사면허 취소”…이재명, 지역의사법 포함 세제·보건 국무회의 처리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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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공백을 둘러싼 지역 민심과 재정 부담을 앞세운 정부가 정면으로 맞붙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지역의사 의무복무제와 법인세 인상, 비대면 진료, 액상형 전자담배 규제 강화 등 굵직한 법률 공포안이 한꺼번에 의결되면서 정치권과 의료계, 재계의 공방이 예고되고 있다.

 

정부는 12월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 공포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지역의사법은 의료 인력이 부족한 지방에 일정 기간 의무 복무하는 지역의사를 제도화하는 내용으로, 공포 후 2개월 뒤 효력이 발생한다.

지역의사제는 복무형과 계약형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복무형은 지역의사 선발 전형으로 선발된 의과대학 학생이 졸업 후 특정 지역에서 10년간 근무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 전형으로 선발된 학생에게 입학금과 수업료는 물론 교재비, 기숙사비까지 지원해 인력 유치에 나선다.

 

의무복무를 끝까지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강한 제재도 뒤따른다.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우선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의사면허 자격 정지나 취소 조치가 가능하도록 했다. 의료계가 강력 반발해온 의무복무와 면허 제한을 법률에 명시한 셈이라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국무회의에서는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 공포안도 함께 의결됐다. 코로나19 유행 과정에서 한시적으로 허용돼 왔던 원격·비대면 진료에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진료 범위와 의료 안전을 둘러싼 의료계·환자단체·IT 업계의 이해관계 조정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조세 분야에서는 새 정부 세제 개편을 뒷받침할 법률 개정안들이 줄줄이 통과됐다. 법인세법 개정안 공포안이 의결되면서 내년부터 모든 과세표준 구간의 법인세율이 일괄 1%포인트씩 인상된다. 구체적으로 내년 사업소득분부터 과세표준 2억원 이하 10%, 2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 20%, 200억원 초과 3000억원 이하 22%, 3000억원 초과 구간에는 25%의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주식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체계를 도입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공포안도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고배당 상장사에 투자해 얻는 배당소득에 대해 내년부터 2000만원 이하는 14%, 2000만원 초과 3억원 이하는 20%, 3억원 초과 50억원 이하는 25%, 50억원 초과분은 30% 세율을 적용하는 분리과세가 허용된다. 고배당 투자를 유도하면서도 고액 배당소득에 대한 세 부담을 조정하는 장치로 해석된다.

 

보건 규제 강화와 관련해서는 담배사업법 개정안 공포안이 의결돼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가 처음으로 법적 담배 범주에 편입됐다. 개정안은 담배 정의를 기존 연초의 잎에서 연초 또는 니코틴이 포함된 모든 제품으로 넓혔다. 이에 따라 액상형 전자담배도 궐련형 담배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게 돼 청소년 보호와 광고·유통 규제 논의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가계 지원과 인구 정책 측면에서는 소득세법 개정안 공포안을 통해 출산·보육비 비과세 한도를 크게 넓혔다. 지금까지는 월 20만원 한도로 비과세를 인정했지만, 앞으로는 자녀 1인당 월 20만원으로 확대된다. 다자녀 가구일수록 비과세 혜택이 늘어나는 구조라 출산율 제고 효과를 둘러싼 논쟁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중앙·지방 간 협력 체계를 넓히기 위한 대통령령 개정안도 대거 처리됐다. 정부는 18개 대통령령을 고쳐 국가적 과제나 지방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이 요구되는 정책을 다루는 정부위원회에 지방 협의체 추천 인사가 반드시 참여하도록 했다. 지방대표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정책 설계 단계부터 지역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또 신규·소규모 사업자의 경영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영업기준 등을 손질하는 49개 대통령령 개정안도 심의·의결됐다. 아울러 석면안전관리교육 위탁기관과 해운산업 지원 전문기관 지정을 위한 시설·인력 요건을 완화해 관련 업계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

 

공직사회 운영과 관련해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내세운 공직사회 혁신 기조에 맞춰 우수공무원 포상제도도 손질됐다. 국무회의는 우수한 성과를 낸 공무원에게 1인당 최대 3000만원까지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업무 규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성과 중심 인사와 공무원 사기 진작을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이날 의결된 법률과 시행령을 차례로 공포·시행하면서 지역 의료 인력 확충, 세수 확대, 인구·보건 정책을 묶은 종합 패키지를 추진할 방침이다. 국회와 의료계, 재계의 후속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치권은 지역의사제와 법인세 인상 효과를 두고 다음 정기국회에서 다시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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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대통령#지역의사법#법인세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