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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 아래 걸어요”…통영, 섬과 벽화가 만들어내는 여유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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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 아래 걸어요”…통영, 섬과 벽화가 만들어내는 여유의 시간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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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 여행을 미루는 이들이 많지만 통영을 찾는 사람들은 달랐다. 바다가 품은 안개와 구름, 촉촉이 젖은 골목길은 통영의 풍경을 더 특별하게 만든다. 오늘 같은 흐린 날씨도 이 도시에서는 한 폭의 그림처럼 자연스러운 일상이 된다.  

 

요즘은 통영의 구불구불한 오르막길을 오르며 벽화 구경을 하거나, 섬마을 트레킹에 도전하는 여행자가 부쩍 늘었다. SNS엔 어느새 동피랑 벽화마을 골목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잇따라 올라온다. 루지 체험 후 푸른 바다를 내려다 봤다는 후기도 끊이지 않는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통영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통영

이런 변화는 관광 데이터에서도 보인다. 여러 갈래의 스카이라인루지 코스는 가족과 친구 단위로 즐기는 여행객들의 새로운 명소가 되었고, 국내섬 여행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욕지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욕지도 해안도로 드라이브, 출렁다리 걷기, 해안마을 트레킹은 바삐 흘러왔던 삶에 작은 쉼표가 된다.  

 

여행 칼럼니스트 이승현 씨는 “흐린 날의 통영은 마음을 내어맡기기에 오히려 더 좋다. 유난히 바람결이 부드럽고, 가끔 바다 저편에서 들려오는 뱃고동 소리마저 여행의 리듬을 바꾼다”고 표현했다. 실제로 기자가 비 내리는 동피랑 골목에 들어서자, 담벼락마다 색색의 벽화가 그날의 기분까지 한결 말랑하게 적셔주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날씨 상관없이 동피랑 골목이 주는 여유가 최고다”, “욕지도 트레킹하며 파도 소리 듣는 게 최고의 힐링” 같은 목소리가 많다. 여행의 진짜 목적이 특별한 날씨나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에서 벗어난 한가한 순간에 있음을 공감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듯하다.  

 

이제 여행은 단지 ‘해가 쨍쨍한 날 미리 맛보는 풍경’이 아니라, 흐린 날씨마저 풍경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여유에서 시작한다. 통영의 벽화 골목, 욕지도의 바다, 그리고 시원한 바람 한 자락이 바쁜 일상에 소박한 재충전을 불어넣는다.  

 

작은 걷기와 잠깐의 멈춤이지만, 삶의 리듬은 그곳에서 조금씩 정돈된다. 흐린 하늘 아래에서도 나만의 쉼표를 누려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통영은 누구에게나 잠시 머물고 싶은 도시가 돼간다.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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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동피랑벽화마을#욕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