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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의뢰한 적 없다"…강철원·김한정 동시 소환, 특검 수사 압박 거세져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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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자금 의혹을 둘러싼 수사와 서울시정 핵심 라인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이른바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오 시장의 최측근과 후원자로 지목된 인물들을 동시에 불러 세우며 수사 강도를 끌어올렸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로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사업가 김한정 씨를 각각 소환해 조사했다. 소환 시간은 강 전 부시장이 오전 9시 30분, 김 씨가 오전 10시 20분으로, 두 사람 모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다.  

강 전 부시장은 출석 과정에서 취재진과 만나 명태균 씨에게 여론조사를 몇 차례 의뢰했느냐는 질문에 "한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오세훈 시장에게 보고했느냐는 물음에도 "안 했다"고 답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김한정 씨도 오 시장의 부탁으로 여론조사 비용을 대신 낸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대납이란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비용 대납 구조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며 강하게 부정했다.  

 

특검팀은 두 사람을 상대로 2021년 4월 7일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태균 씨 측에 여론조사를 실제로 의뢰했는지, 의뢰했다면 조사 결과를 어떻게 전달받았는지, 더 나아가 비용이 누구의 자금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 처리됐는지 등 자금 흐름과 보고 체계를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수사 대상이 된 정점에는 오세훈 시장이 서 있다. 특검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궐선거 국면에서 명 씨 측으로부터 미공표 여론조사 13차례를 제공받고, 그 대가를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김한정 씨에게 부담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적용 혐의는 정치자금법 위반이다.  

 

강철원 전 부시장은 당시 오 시장 캠프 실무를 총괄한 핵심 인사로, 명태균 씨와 오 시장 사이 연락과 실무를 실제로 담당한 창구로 지목돼 왔다. 이에 따라 특검은 강 전 부시장을 통해 명 씨 측 여론조사지 수수 여부와 시점, 전달 경로 등 세부 정황을 재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 시장 측은 정치자금 위반 의혹과 관련해 연관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오 시장은 명태균 씨의 부정 여론조사 기법을 알게 된 뒤 관계를 끊었으며, 그런 상황에서 굳이 명 씨 측에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볼 이유가 없었다는 취지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비용 납부 과정에서도 자신은 개입한 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한정 씨 역시 자신이 부담한 비용 문제는 오세훈 캠프와 무관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여론조사비 대납이 아니라, 윤석열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명태균 씨에게 오세훈 시장이 좋은 인상을 남기도록 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명 씨를 도운 것에 가깝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정치자금법상 불법 후원 구조가 아니었다는 논리다.  

 

이보다 앞서 특검팀은 이달 8일 오 시장과 명태균 씨를 동시에 불러 약 8시간에 걸친 대질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핵심 쟁점에서 평행선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특검은 오 시장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명 씨 측 여론조사 파일 6건이 저장돼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근거로 사실관계를 따져 물었다. 여론조사 수신 경위와 발신자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오 시장은 선거 기간에는 다양한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지기 때문에 개별 파일을 일일이 확인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문제의 파일을 보낸 발신자가 명태균 씨 측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직접 연관성을 거듭 부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특검이 측근 인사들에 대한 동시 소환을 통해 자금 흐름과 지시 체계를 입체적으로 재구성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진술 내용과 디지털 포렌식 자료가 교차 검증 단계로 접어든 만큼, 향후 오 시장 추가 소환 여부와 기소 판단 시점이 수사 향배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검팀은 강철원 전 부시장과 김한정 씨 조사 내용을 토대로 추가 대질 조사와 관련자 소환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다. 정치권은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서울시정과 여야 공세 수위가 크게 요동칠 수 있다고 보고 향후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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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강철원#김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