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동성 이탈이 더 무섭다”…비트코인 8만달러선 붕괴, 글로벌 위험자산 동요 확산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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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2025년 11월 21일,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의 중심인 비트코인(Bitcoin)이 8만달러 선이 무너지며 약 7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번 급락은 미국(USA) 통화정책과 글로벌 유동성 환경 변화가 맞물리며 위험자산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인식, 대규모 매도와 레버리지 청산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결과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 중이다.

 

포브스(Forbes)는 21일 보도를 통해 이날 비트코인이 약 8만500달러까지 밀려 전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 대비 약 36%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현지시각 기준 21일 오전부터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했고, 주요 기술적 지지선이 무너지자 자동매매와 모멘텀 추종 매도가 연쇄적으로 이어진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조치는 암호화폐뿐 아니라 미국 증시 기술주, 고위험 채권 등 위험자산 전반으로 불안 심리를 번지게 하고 있다.

비트코인 8만달러선 붕괴 후 7개월래 최저
비트코인 8만달러선 붕괴 후 7개월래 최저

윌리엄 스턴 카디프(Cardiff) 창업자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하락의 핵심을 유동성 위축에서 찾았다. 그는 “비트코인이 8만500달러를 테스트한 것은 단순한 심리 문제가 아니라 유동성 이탈의 결과”라며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금리 장기화’ 인식 확산과 약 13억달러 규모의 대량 매도가 가격 하락을 촉발했다고 설명했다. 시장 참가자들이 위험을 재평가하는 과정에서 매도 압력이 강화됐다는 진단이다. 여러 분석가들은 여기에 레버리지 축소, 얇아진 유동성, 위험자산 회피 기조가 결합해 하락폭을 키웠다고 보고 있다.

 

조 디파스콸레 비트불캐피털(BitBull Capital)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조정이 단일 악재가 아니라 각종 요인이 뒤섞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ETF 자금 유출과 레버리지 청산,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심리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연쇄 청산이 기계적으로 매도를 유발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비트코인 선물 포지션이 높은 레버리지 상태로 누적된 가운데 가격 충격이 오자 강제 청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관측이 나온다.

 

매크로 변수도 비트코인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비트와이즈(Bitwise)의 캐서린 다울링 어드바이저는 연준의 금리 경로에 대한 인식 변화, 미국 노동시장 동향, AI 관련 기술주의 밸류에이션 부담, 마진콜 확대, 미국 정부 셧다운 우려 등을 동시 작용한 요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다만 “비트코인 시장에서 이 정도 규모의 가격 조정은 상당히 빈번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단기 가격 변동보다는 장기적인 펀더멘털과 채택률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암호화폐 채굴과 파생상품 시장에 밝은 럭서(Luxor)의 맷 윌리엄스는 유동성 축소와 높은 레버리지를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제시했다. 그는 특히 연말 holiday 시즌을 앞두고 전통적으로 유동성이 줄어드는 시기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9만달러대에서 공격적으로 포지션을 잡았던 투자자들의 강제 청산과 대형 마켓메이커의 파생 포지션 정리설이 시장 불안을 증폭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정리설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를 위축시키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FRNT의 데이비드 브리켈은 최근 하락을 단기 충격이 아닌 몇 주에 걸쳐 누적돼 온 요인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기술주의 밸류에이션 부담, 미국 단기자금시장의 긴축, TGA(재무부 일반계정) 축소에도 여전한 높은 자금조달 비용, 주요 기술적 지지선 붕괴에 따른 시스템·모멘텀 매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자연스러운 매수세 부재”를 초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진단은 비트코인 시장이 더 이상 풍부한 달러 유동성에만 의존해 상승세를 이어가기 어려운 환경에 들어섰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이번 급락에 대한 외신 분석은 공통적으로 매크로 환경 악화와 유동성 축소를 핵심 변수로 제시하고 있다. 다만 비트코인 가격 형성 과정에서 각 요인이 실제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정량적 근거는 충분히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거액 투자자 이른바 ‘고래’의 대규모 매도 물량이 시장에 미친 충격 크기, 기술적 지표 붕괴가 알고리즘·고빈도 자동매매에 미친 구체적 영향 범위 등은 추가 데이터 분석이 필요한 대목이다. 또한 규제 이슈, 주요 스테이블코인 자금 흐름, 글로벌 달러 유동성 등 암호자산 가격에 큰 영향을 주는 변수들이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제 금융시장은 비트코인 급락을 위험자산 전반 조정의 한 단면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미국 국채금리와 달러 강세, 유럽(Europe)과 아시아(Asia) 증시의 변동성 확대가 맞물리며 글로벌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리스크를 재정렬하고 있다. 뉴욕 현지 언론과 시장 전문 매체들은 비트코인 조정을 최근 위험선호 축소 흐름의 일부로 묶어 보도하면서, 디지털 자산이 전통 금융시장과 점차 동조성을 높여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향후 전망에 대해 외신들은 단기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holiday 시즌 특유의 얇은 유동성 환경과 높은 변동성은 추가 가격 출렁임을 예고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에는 여전히 레버리지 포지션 잔존, 각국 규제 리스크, 주요 거시지표 변동성 등 잠재적 위험 요인이 남아 있어 투자 심리 회복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반면 장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조정이 새로운 진입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시각도 공존한다.

 

전문가들은 향후 비트코인 가격 방향은 무엇보다 미국 금리 경로와 글로벌 유동성, 위험자산 전반의 조정 폭에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의 정책 스탠스 변화와 함께 ETF 자금 흐름이 안정되고 레버리지 비율이 낮아질 경우 비트코인 시장도 점진적인 수급 정상화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사회와 금융시장은 이번 급락이 디지털 자산 시장 구조와 글로벌 위험자산 지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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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윌리엄스턴#조디파스콸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