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 법조인 첫 감사원장 후보”…김호철 카드, 중립성 논란 속 조직쇄신 시험대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된 가운데 김호철 신임 감사원장 후보자가 향후 정국의 새로운 분수령으로 떠올랐다. 윤석열 정부 시기 감사원의 표적감사 논란과 내부 갈등이 얽히면서, 재야 법조인 출신인 김 후보자가 조직 안정과 신뢰 회복이라는 난제를 동시에 떠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감사원은 최근 윤석열 정부 당시 특정 정치 현안을 겨냥한 표적감사를 벌였다는 비판에 직면해 자체 운영쇄신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태스크포스는 감사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편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권익위원회 감사, 서해 사건 감사 등 이전 정부에서 진행한 7건의 주요 감사에 대해 절차 위반 정황이 확인됐다고 주장하며 최재해 전 감사원장과 유병호 전 사무총장 등 전직 수뇌부를 고발했다.

이에 대해 감사위원인 유병호 전 사무총장은 태스크포스 활동이야말로 절차를 무시한 표적 조사라고 반박하며 맞섰다. 유 전 사무총장은 태스크포스가 내부 견해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특정 책임자를 지목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감사위원들 사이의 갈등이 공개적으로 드러나며 조직 내 반목이 위험 수위에 달했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김호철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취임할 경우, 이런 내부 잡음을 조기에 수습하고 감사원의 위상과 신뢰를 복원하는 일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감사원의 정치적 논란이 장기화될수록 향후 정부 감사의 정당성에도 의문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김 후보자의 이력에 주목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과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를 지낸 인사로, 감사원 내부 출신이 아닌 재야 법조인이라는 점에서 조직논리에 덜 구속될 수 있다는 평가가 대통령실 안팎에서 제기된다. 대통령실은 관료나 판·검사 출신이 대부분이던 감사원장 인선 관행에서 벗어나 외부 인사를 발탁한 것이 강단 있는 조직쇄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987년 이후 감사원장직은 관료, 법원·검찰, 학계 출신 인사가 주로 맡아왔다. 재야 법조인으로 분류되는 인물이 감사원장 후보로 지명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정권과 조직으로부터 독립된 시각으로 감사 행정을 재정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감지된다.
그러나 김 후보자의 과거 활동 이력은 동시에 새로운 논란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김 후보자가 이끌었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환경운동연합이 진보 성향 단체로 평가돼 온 만큼, 오히려 감사원의 정치 중립성이 더 취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진보 성향 시민사회 출신 인사가 감사원 수장을 맡을 경우 특정 정치 세력에 유리한 판단이 이뤄질 수 있다고 경계하는 분위기다.
감사위원 인선과 관련한 구조적 변수도 남아 있다. 내년부터 감사위원들의 임기가 차례로 끝나면서 후임 인사에 대한 임명권이 대통령에게 집중되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감사원장에 더해 감사위원 다수가 새로 교체될 경우, 장기적으로 감사원의 친여 성향이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견제 장치가 약화될 수 있다는 문제 제기가 뒤따르고 있다.
다만 여권은 그간 제기돼 온 표적감사 논란과 내부 고발 사태를 수습하려면 외부 인사에 의한 대대적인 쇄신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야권은 김 후보자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인사청문 과정에서 면밀히 검증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어, 국회 인사청문회가 정치권 공방의 장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감사원 안팎에서는 김 후보자가 취임할 경우 태스크포스 활동의 향배, 과거 주요 감사에 대한 진상 규명 방식, 향후 감사 방향 설정 등이 초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 결과와 감사위원 인선 구도에 따라 향후 감사원의 권한 행사가 정국 전반에 미치는 파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권은 감사원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둘러싸고 이미 정면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회는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김호철 카드의 성격을 가르는 한편, 향후 감사원 개혁 방향에 대한 본격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