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동제약 6%대 급락 조정…GLP-1 기대 급등 후 외국인 차익 매물 부담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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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제약 주가가 단기간 급등 이후 피로감과 외국인 차익 매물이 겹치며 급락 조정을 겪고 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2만 원대 후반에 머물던 주가가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의 비만치료제 기술 도입 소식에 동반 부각되며 4만 원대 중반까지 치솟았다가, 17일 오후 들어 6% 안팎 하락세로 돌아서며 개인 투자자들의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경구용 GLP-1 비만치료제에 대한 기대가 펀더멘털 개선 속도보다 앞서가며 단기 과열 논란이 부각된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향후 외국인 수급 흐름이 재차 반전할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17일 오후 2시 4분 기준 코스닥 시장에서 일동제약은 전 거래일보다 5.99% 하락한 3만 6,850원에 거래 중이다. 이달 초 2만 7천 원대였던 주가는 불과 2주 남짓한 기간 동안 4만 5천 원대까지 올라 60%를 웃도는 수직 상승을 기록했다. 지난 12일에는 5거래일 연속 강세 끝에 5만 원에 근접한 4만 4,3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 일동제약[249420] 최근 1주일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증권)
▲ 일동제약[249420] 최근 1주일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증권)

다만 신고가 경신 이후 상승 탄력이 둔화되며 차익실현 욕구가 커졌고, 이날 장중 한때 3만 6,650원까지 밀리며 5일 이동평균선을 위협하는 등 가격 조정 폭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단기 급등 구간에서 유입된 단기 자금이 빠져나가는 과정으로 해석되며, 기술적 지표상으로도 단기 과열 구간 진입 후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랠리를 이끌었던 핵심 동력은 자회사 유노비아가 개발 중인 경구용 GLP-1 계열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ID110521156에 대한 기대감이다. 지난주 글로벌 빅파마 화이자가 유사 기전의 비만약 후보물질 도입을 위해 약 3조 원 규모 베팅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먹는 GLP-1이라는 공통 키워드에 연동돼 일동제약 파이프라인 가치가 재조명됐다. 시장에서는 경구 제형 비만약이 현재 주사제 중심의 시장 구도를 바꿀 잠재력을 지녔다는 점에 주목하며 중장기 성장 스토리를 부각했다.

 

그러나 아직 일동제약의 파이프라인이 초기 개발 단계에 있고, 실제 기술 수출 성과나 매출로 이어질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단기 주가가 펀더멘털 개선 속도보다 앞서갔다는 인식도 확산됐다. 여기에 최근 회사가 보유 중이던 디앤디파마텍 지분 매각에 나선 결정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재무적 투자 회수 성격으로 받아들여지며, 대형 기술 협력 기대감보다는 보수적 해석을 자극한 것도 투자 심리에 일부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 투자자의 태도 변화가 뚜렷하다. 외국인은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3거래일 동안 약 170만 주를 순매수하며 단기 랠리를 주도했다. 당시 외국인 비중 확대가 주가 상승에 레버리지 역할을 하며 일동제약 시가총액을 약 1조 1천억 원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15일에는 77만 주 대량 매도로 돌아서며 차익실현에 나섰고, 17일에도 장중 매도 우위를 이어가며 차익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 주요 증권사 창구를 통해 매수세를 보이며 외국인 매물을 받아내고 있지만, 외국인 매도 강도가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수급 공백 우려가 상존한다. 시장에서는 이를 대표적인 주체 간 손바뀜 과정으로 보면서도, 외국인 수급이 재차 순매수로 전환되지 않는 한 단기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동종 업계와 비교하면 일동제약은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셀트리온 같은 초대형 바이오 기업에 비해 체급은 작지만, 전통 제약사에서 연구개발 중심 기업으로 체질 개선을 시도 중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외국인 보유 비중은 약 7.55%로 삼성바이오로직스 12.69%, 셀트리온 21.23% 등에 비해 낮지만, 최근 급등 국면에서 외국인 비중이 빠르게 늘었다가 다시 줄어드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규모가 작은 제약사가 대형사보다 수급 쏠림과 차익 매매에 상대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재무 측면에서는 긴 적자 터널을 지나 6년 만의 흑자 전환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일동제약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대규모 연구개발비 투입으로 영업적자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2024년에는 연간 영업이익 131억 원을 기록하며 턴어라운드를 달성할 것으로 추정된다. 2025년 예상 영업이익은 약 260억 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두 배가량 성장할 것이란 기대도 제기된다.

 

이와 함께 밸류에이션 프레임이 바뀌고 있다는 점도 주목 포인트다. 그동안 적자 기업 평가에 주로 쓰이던 PSR 대신, 이익이 발생하는 시점부터는 PER 기반의 평가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2025년 예상 실적 기준 일동제약의 PER이 약 36배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동종 업계 평균 대비 다소 높은 수준이지만, 흑자 전환 원년과 파이프라인 확장에 대한 프리미엄이 일정 부분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같이 나온다.

 

주가 변동의 핵심 변수인 경구용 GLP-1 비만치료제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높은 성장성을 인정받는 분야다. 자회사 유노비아의 ID110521156은 임상 1상 단계에서 의미 있는 체중 감량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한 것으로 평가되며, 향후 글로벌 임상 2상 진입과 기술 수출 가능성이 중장기 주가 모멘텀으로 거론된다. 다만 바이오 섹터 특성상 임상 진행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와 지연 가능성이 상존하고, 글로벌 경쟁사들 역시 먹는 GLP-1 개발 레이스를 가속하고 있어 개발 속도와 차별성이 중요한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한편 일동제약은 오늘 약국 전용 숙취해소 음료를 출시하는 등 일반의약품 라인업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 측은 OTC 부문이 신약 개발과 R&D 투자를 뒷받침할 안정적인 현금 창출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첨단 파이프라인과 생활밀착형 제품 포트폴리오를 동시에 강화하는 전략이 중장기 재무 안정성과 성장성 간 균형을 맞추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투자 전략 측면에서 단기 트레이더와 중장기 투자자 간 시각 차도 뚜렷하다.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5일 이동평균선을 위협하는 하락 흐름을 보이는 만큼, 섣불리 저점을 단정하고 진입하기보다는 20일선 인근에서의 지지력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변동성이 커진 구간인 만큼 손절 기준과 레버리지 관리 등 리스크 관리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면 장기 투자 관점에서는 6년 만의 영업 흑자 전환과 파이프라인 확장을 구조적 변화로 평가하며, 단기 조정이 오히려 분할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공존한다. 다만 비만치료제 임상 2상 진입과 구체적인 기술 수출 계약 체결 등 가시적인 성과가 뒷받침돼야 기업 가치 레벨 업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점에는 의견이 대체로 모인다. 외국인 수급이 재차 순매수로 전환되는 시점도 중장기 매수 타이밍을 가늠할 핵심 변수로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최근 주가 급등 과정에서 신용융자 잔고 등 레버리지 비중이 확대됐을 가능성에 주목하며, 변동성 확대 구간에서 반대매매 위험이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더불어 디앤디파마텍 지분 매각 등 재무 관련 이슈가 단기적으로 주가에 추가 변동성을 줄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임상 진척 상황과 함께 수급 및 재무 이벤트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향후 글로벌 비만약 시장 성장 속도와 한국 바이오 업계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가 일동제약 주가 흐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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