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지도 반출, 안전장치 요구”…국토부, 서류 보완 촉구로 결론 유보
고정밀 지리정보(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둘러싸고 국토교통부와 구글 사이의 기술·정책 협상이 또다시 유보됐다. 지도 데이터의 영상 보안처리와 좌표 정보 제한 등 기술적 안전장치를 놓고 정부가 추가 확인을 요구하면서, 데이터 국외 유출과 디지털 주권 논쟁이 산업계와 사회 전반에 재점화되고 있다. 업계는 글로벌 지도 기술 경쟁의 분기점으로 해석하며, 향후 국내외 플랫폼 생태계 변화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은 11일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지도데이터 국외반출 협의체 논의에서 구글이 신청한 ‘1대 5000 축척 수치지형도’의 해외 반출 요청에 대해 심의를 일시 보류하고, 2026년 2월5일까지 기술적 세부 보완 서류 제출을 요구하기로 했다. 구글은 2023년 9월 영상 보안시설 가림 처리와 좌표 정보 비공개 등 자사 입장을 공개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를 입증하는 구체적 서류 제출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관련 쟁점이 떠올랐다. 협의체는 "공식 입장과 실제 신청서의 기술적 조치 대목이 상이해 명확한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서류 보완 시 심의를 재개할 계획이다.

기술적 핵심 쟁점은 두 가지다. 첫째, 안보 민감구역이나 주요 시설을 위성 등 사진에서 완전 차단(마스킹)하는 영상 보안처리 기술의 실제 구현 여부다. 둘째, 지도 좌표 정보가 해외나 국내 이용자 구분 없이 비공개 상태로 서비스될 수 있는지, 즉 국내 보안기준을 맞춘 기술적 장치가 적용·검증됐는지 여부다. 한 전문가는 “구글이 AI 기반 영상 처리 기술과 서버 분산 방식을 활용한다고 밝혔지만, 국내 정부 기관의 기준과 실제 구현 방안에 추가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지도 데이터 반출 문제는 자율주행차, 물류 시스템, 보안 기반시설 관리 등 첨단 IT·바이오 융합 산업 전반의 플랫폼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구글 지도 생태계에 국내 데이터가 제공될 경우, 글로벌 서비스 내 활용 효율성·앱 개발 편의성은 높아질 수 있으나, 안보 위험과 데이터 주권 약화 문제가 동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경쟁 측면에서는 미국 내 구글, 애플, 유럽 HERE 등이 지도 빅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확대하는 반면, 한국·중국 등은 정부 주도의 데이터 통제 원칙을 유지하는 흐름이다. 2023년 현재 중국·러시아 등은 지도데이터 해외 유출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데이터 현지화(국내 데이터센터 설치) 요구와 규제 방식이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현재 한국은 위치정보법과 국가공간정보보호법, 산업통상자원부·국방부 등의 심의체계를 통해 지도 데이터 국외반출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구글은 국내 지도데이터의 반출 조건으로 영상 가림과 좌표 차단을 수용했으나, 데이터센터 국내 설치 요구는 물리적 인프라 구축에 관한 별도의 정책 사안이라며, 반출과 직접적 연관을 부인하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빅테크의 데이터 이용 편의와 국가 안보·주권 보호 간 이해충돌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도데이터 기술·정책의 상호 검증 절차와 글로벌 기준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산업계는 최종 정책 방향에 따라 국내 위치정보 산업 경쟁력, 보안 체계, 글로벌 연계성 등이 중장기적으로 좌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책적 결론은 디지털 경제 주권과 데이터 생태계의 미래 구조를 가를 중대한 변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