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로 구급차 안에서 사람 죽는다"…이재명 대통령, 국무회의 별도 대책 보고 지시
응급실을 찾지 못한 환자가 구급차 안에서 목숨을 잃는 현실을 두고 청와대와 보건당국이 정면으로 마주섰다. 응급의료 체계 전반에 대한 정부의 대대적 점검과 제도 재설계가 불가피해졌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16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강하게 지적하며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그는 업무보고 모두 발언에서 "응급실 뺑뺑이로 119 구급차 안에서 죽어가는 사람이 있다"며 "이 문제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의료체계 변화의 맥락을 짚으며 현 제도를 정면 비판했다. 그는 "원래는 대한민국에 응급실 뺑뺑이 개념이 없었다. 옛날에는 병원이 진료 거부를 못 하게 돼 있었다"며 "지금은 환자가 병원을 못 찾아 다른 도시로 갔다는 얘기도 있다"고 했다. 응급환자가 인근 병원에서 거듭 거절당한 끝에 타 지역으로 이송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 대통령은 응급의료기관의 책임과 역할을 거론하며 의료현장의 관행을 겨냥했다. 그는 "일단 병원은 119구급대원이나 가족보다 치료에 낫지 않나"라며 "응급조치라도 하며 다른 병원을 수배해 전원하는 게 정상 아니냐"고 말했다. 우선 진입 병원에서 가능한 한 응급처치를 시행하고, 이후 최종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연계하는 구조가 정착돼야 한다는 취지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응급실 과밀화와 현행 조정 제도의 한계를 설명하며 대응 방향을 제시했다. 정 장관은 "전화해 환자를 분산하는 제도는 응급실 과밀화 때문이었다"며 "최종 치료가 안 되면 댐이 형성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정 대형병원과 수도권 응급실에 환자가 몰리면서, 환자 분산 체계 자체가 병목현상을 낳고 있다는 인식이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현 제도가 응급환자 보호보다 거부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거듭 지적했다. 그는 "그 제도가 긍정적으로 작동하는 게 아니라 지금은 응급환자를 거부하는 시스템으로 작동하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보건복지부의 대책을 재차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환자와 병원을 매칭하는 콘트롤타워, 광역상황실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전국 단위의 통합 지휘체계를 구축해 환자 상태와 병상 현황을 실시간으로 연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기존에 구축해 온 응급의료 정보 시스템의 실효성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나름 시스템을 만들어 놨지만 일부 작동이 안 되는 것이 현실 아닌가"라며 "현실은 여전히 구급차를 타고 환자가 돌아다니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건복지부에 응급실 뺑뺑이 해소 방안을 별도로 정리해 국무회의에서 다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이 국무회의 별도 보고를 요구한 만큼, 향후 응급의료법 개정이나 예산 증액 등 정책 후속 조치 논의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치권에선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둘러싼 공방이 거세질 가능성도 있다. 야당은 그동안 지역 의료 인프라 부족과 필수의료 인력 편중을 지적해 왔고, 여권은 응급의료체계 보완을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해 왔다. 향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중심으로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 응급실 인력·시설 기준 강화, 응급의료 전담 예산 확대 등이 본격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보건복지부 업무보고는 향후 국무회의 보고와 국회 논의로 이어지며 응급의료 체계 전반에 대한 재점검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추가 검토를 거쳐 응급환자가 더 이상 구급차 안에서 이송 병원을 찾아 헤매지 않도록 하는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