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근골격 분석 뜬다”…아킬레스건염 조기 관리까지 겨냥
아침에 첫발을 디딜 때 발뒤꿈치 근처에 찌릿한 통증이 찾아오는 사람을 겨냥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경쟁이 빨라지고 있다. 기존에는 족저근막염 진단과 재활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에는 발뒤꿈치 위쪽과 종아리 연결 부위 통증을 특징으로 하는 아킬레스건염까지 포함해, 보행 데이터와 근골격계 이상 신호를 정밀 분석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는 흐름이다. 업계는 스마트 인솔과 웨어러블 센서, 의료용 앱을 연동한 통합 솔루션이 근골격 질환 관리 플랫폼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아킬레스건염은 우리 몸에서 가장 강한 힘줄 중 하나로 꼽히는 아킬레스건에 염증이 발생해 통증과 부종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중장년층부터 러너, 등산객, 군인, 배달·물류직 종사자까지 폭넓게 나타난다. 장딴지 근육과 발뒤꿈치 뼈를 잇는 아킬레스건은 서 있을 때 무릎이 앞으로 쏠리는 것을 막고, 걷기와 달리기, 점프 등 거의 모든 하중 운동의 핵심 축 역할을 담당한다. 구조적으로 활액막이 없어 마찰에 취약하고 혈액 공급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염증이 한 번 생기면 회복 속도가 느리고 만성화하기 쉽다는 점이 특징이다.

최근 IT 기업과 의료기관의 공동 연구는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을 보행 데이터와 근전도, 온도 변화로 조기에 포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발바닥 압력과 뒤꿈치 접지 패턴을 실시간 측정하는 스마트 인솔, 발목 주변의 미세한 진동과 각도 변화를 잡아내는 관성 센서, 종아리 근육의 긴장도를 측정하는 근전도 패치 등이 결합되면서, 사용자의 걸음 수와 보폭뿐 아니라 발뒤꿈치 착지 순간의 충격량과 아킬레스건 부위 부담을 수치화하는 수준까지 올라온 상황이다. 특히 족저근막염이 주로 발바닥 중앙과 뒤꿈치 아래쪽 통증으로 나타나는 것과 달리, 아킬레스건염은 발뒤꿈치 위쪽과 종아리 연결 부위의 당김·찌릿한 통증이 특징이어서, 센서 위치와 분석 알고리즘을 구분 설계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아킬레스건염의 주요 원인은 과도한 운동과 반복적인 스트레스다. 장거리 러닝, 등산, 구기 종목처럼 반복적인 점프·착지를 동반하는 활동이 대표적이다. 발꿈치뼈와 아킬레스건이 맞닿는 지점에 골극이라 불리는 뼈 돌출이 생기면, 걸을 때마다 힘줄과 마찰이 반복돼 염증이 악화되기 쉽다. 여기에 장기간 잘못된 보행 습관과 딱딱한 바닥 신발, 하이힐, 굽이 전혀 없는 플랫슈즈 등 충격을 그대로 전달하는 신발이 더해지면 위험이 높아진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은 사용자의 일상 보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 신발 착용 시 뒤꿈치 충격량이 얼마나 증가하는지, 평지·계단·오르막 환경에 따라 아킬레스건에 가해지는 부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까지 시뮬레이션하는 기능을 개발 중이다.
실제 통증 양상은 디지털 모니터링의 핵심 타깃이다. 초기 아킬레스건염은 운동이나 외부 활동 직후 발뒤꿈치 위쪽에 당기거나 찌릿한 통증이 나타나는 패턴이 많다. 진행되면 짧은 걷기 같은 가벼운 활동에서도 통증이 지속되고 통증 범위가 종아리까지 넓어지며, 부종이나 열감을 동반하거나 종아리에 쥐가 자주 나는 양상으로 이어진다. 일부 웨어러블 플랫폼은 아침 기상 직후 첫 10분간의 걸음걸이와 체중 부하 패턴을 별도로 분석해, 특정 시간대에만 통증이 심해지는 사용자에게 아킬레스건염 가능성을 알리고 의료 상담을 권유하는 알고리즘을 적용하고 있다.
치료의 기본은 휴식이다. 의료계는 통증이 발생한 시점에서 무리한 활동을 멈추고 염증이 생긴 힘줄에 충분한 회복 시간을 부여하는 것을 1차 관리로 제시한다. 여기에 소염진통제를 통한 통증·부종 완화, 뒤꿈치를 약 2~3센티미터 높여 체중 부하를 줄이는 보존적 치료가 병행된다. 통상 2~3주 동안 이러한 보존 요법을 시행해도 호전이 없을 경우 체외충격파 등 보다 적극적인 치료 옵션을 고려한다. 극히 드물지만 만성으로 진행하며 파열 위험이 높아질 경우, 수술을 통해 염증 조직과 손상 부위를 제거하는 선택지도 있다. 디지털 치료제와 재활 앱은 이 치료 과정 전반을 데이터 기반으로 관리하면서 스트레칭 강도, 휴식 기간, 재활 운동 횟수를 개인화하려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근골격계 디지털 헬스케어 경쟁이 이미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분위기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스마트 인솔과 발목 센서를 이용해 러너의 보행 패턴을 분석하고, 아킬레스건과 족저근막, 무릎 관절에 걸리는 추정 하중을 시각화해 부상 위험을 점수화하는 서비스가 상용화됐다. 일부 기업은 정형외과 병원과 연계해, 환자가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뒤 집으로 돌아가도 웨어러블을 통해 재활 경과를 원격 모니터링하고, 의사가 온라인으로 운동 강도와 약물 사용을 조정할 수 있는 모델을 구축 중이다. 국내에서도 이와 유사한 원격 모니터링 플랫폼과 정형외과 진단 보조 AI 소프트웨어가 임상 검증 단계에 진입하면서, 발·발목 질환 관리 분야의 시장 진입이 가속되는 양상이다.
규제 측면에서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와 원격 모니터링의 경계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다. 단순 행동 추적 수준의 앱은 일반 건강관리 서비스로 분류되지만, 아킬레스건염 등의 질환 진단을 보조하거나 치료 계획을 제안하는 소프트웨어는 의료기기 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 각국 규제 당국은 위험도에 따른 등급 분류와 알고리즘 검증, 데이터 보안 요건을 강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개인의 보행 패턴과 근전도, 통증 기록은 민감한 건강정보에 해당해, 익명화 기술과 데이터 암호화, 병원 외부 클라우드 사용 기준이 산업 성장의 관건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아킬레스건염처럼 통증은 크지만 수술까지 가는 비율이 낮은 질환일수록, 조기 관리와 생활 습관 교정에 특화된 디지털 헬스케어의 실사용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의료계는 아킬레스건염이 한 번 발생하면 쉽게 만성화되는 만큼, 아침 첫발을 내딛는 순간 발뒤꿈치 위쪽 통증이 반복된다면 단순 피로로 넘기지 말고 조기에 의료진을 찾을 것을 권고한다. 산업계는 병원 진단과 연동된 웨어러블 기반 모니터링과 데이터 분석 플랫폼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