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의료제품법 1년차…식약처, 규제손질 예고하며 업계와 속도조절
의료 인공지능과 디지털의료기기가 제도권 안으로 빠르게 편입되면서 규제 당국이 산업계와의 직접 소통에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디지털의료제품법 시행 첫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허가 심사와 임상, 전자적 침해행위 보호까지 포괄하는 연속 간담회를 열고 업계 의견을 수렴한다. 급변하는 기술을 따라가기 위한 맞춤형 규제 체계가 자리 잡는 과정에서 향후 제도 손질과 산업 성장의 균형이 이번 논의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는 25일 디지털의료기기 허가와 심사 절차에 대한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의료기기 허가·심사소통단 간담회를 열고, 28일에는 디지털의료제품 규제지원센터 업무설명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두 행사는 디지털의료제품법 시행 1년차 성과를 점검하고, 내년도 규제 서비스 확대 방향을 공유하는 자리가 된다.

의료기기 허가·심사소통단은 코러스메디라는 명칭으로 운영되며, 의료기기안전국장과 의료기기심사부장이 공동 단장을 맡는다. 운영기획총괄과 자문단, 그리고 여섯 개 분과로 구성된 구조를 통해 허가·심사 전 과정에서의 현장 의견을 상시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번 코러스메디 회의는 서울 강남구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에서 진행되며, 디지털의료제품법 시행 후 산업계가 체감한 긍정적 성과와 현장의 규제 애로를 집중 점검한다.
특히 이번 소통 채널은 인공지능 의료기기와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처럼 기존 물리적 기기 중심 규제 틀과 다른 특성을 가진 제품군의 허가 기준과 심사 속도 조절을 논의하는 장으로 활용된다. 식약처는 산업계와 함께 디지털의료기기 정책과 제도가 중장기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는지, 구체적 개선 과제를 발굴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간담회에는 식약처와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한국의료기기협동조합, 범부처통합헬스케어협회 등 관련 기관과 협단체가 참석한다. 여기에 의료 인공지능 솔루션, 디지털치료제, 원격 모니터링 장비 등을 개발·수입하는 디지털의료기기 기업들이 참여해 허가 심사 과정에서의 기준 해석, 임상 근거 요구 수준, 실사용 데이터 활용 범위 등 구체적인 쟁점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디지털의료제품 규제지원센터 업무설명회는 보다 실무적인 규제 서비스 방향에 초점이 맞춰진다. 식약처는 올해 규제지원센터가 수행한 주요 지원 실적을 공유하고, 내년부터 확대할 디지털의료제품 임상시험 지원과 전자적 침해행위 보호 관련 규제 서비스 계획을 설명할 예정이다.
디지털의료제품 임상시험 지원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유효성 검증,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 따른 성능 변화 평가, 실제 진료 환경에서의 안전성 확인 같은 새로운 유형의 임상을 체계화하는 작업과 연결된다. 전자적 침해행위 보호 분야는 의료기기 소프트웨어와 의료 데이터가 사이버 공격에 노출될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보안 요구사항과 인증 기준을 어떻게 구체화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공과 밀접하다.
식약처는 올해 디지털의료기기에 대해 맞춤형 규제를 도입한 배경을 의료 AI 기술 변화 속도로 설명했다. 인공지능 진단 보조, 영상 판독 자동화, 환자 상태 모니터링 소프트웨어 등은 알고리즘 개량 주기가 짧고, 클라우드 업데이트가 빈번해 기존 하드웨어 중심 의료기기 규제 틀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 당국의 진단이다. 이에 따라 법과 하위 제도를 통해 개발 단계별 상담, 임상 설계 자문, 허가 후 관리까지 연계된 전주기 규제 지원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 왔다.
국제적으로도 미국과 유럽은 인공지능 의료기기와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를 별도 관리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반복 학습으로 성능이 달라지는 적응형 알고리즘, 원격 업데이트, 의료정보와의 연계 등에서 규제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임상 근거 기준과 변경 관리 절차를 세분화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식약처가 디지털의료제품법과 규제지원센터를 통해 국내 규제 체계를 명문화한 것도 이러한 글로벌 동향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 입장에서는 규제전담 창구의 가시성이 높아지고, 임상과 허가 요건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 가장 큰 기대 요인이다. 다만 규제 고도화 과정에서 데이터 요구 수준이 과도하게 높아지거나, 전자적 침해행위 보호 기준이 지나치게 강화될 경우 중소 디지털헬스 기업에는 비용과 시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번 간담회가 법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현실적인 적용 방안을 찾는 조정 무대가 될 전망이다.
식약처는 내년을 디지털의료기기 맞춤형 규제 체계의 안착과 내실화 시기로 보고 있다. 당국은 산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해 제도적 어려움을 줄이고, 의료 AI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의료기기가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도록 규제 서비스를 보완해 나가겠다는 방향을 거듭 강조했다. 산업계는 이번 소통 과정이 실제 제품 개발과 허가 일정, 해외 시장 진출 전략에 얼마나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