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침략’ 명시한 용기”…여야, 무라야마 전 총리 별세에 한목소리 추모
일본 전 총리 무라야마 도미이치의 별세 소식에 정치권이 이념을 넘어 한목소리로 애도를 표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지도부는 그의 리더십을 ‘침략’을 명시한 용기 있는 역사적 선언으로 평가하며, 일본 정치권에 무라야마 정신 계승을 촉구했다.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의 타계가 알려진 17일,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일본 총리로서 처음으로 과거사를 ‘침략’으로 명시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와 역사 인식을 천명한 용기 있는 지도자였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일본의 식민 지배와 주변국 침략에 대한 반성, 그리고 이에 기반한 ‘무라야마 담화’가 “한일 양국이 불행했던 과거를 넘어 상호 이해와 화해, 미래지향적 협력으로 나아갈 정신적 토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한 정치적 선언을 뛰어넘어 동북아시아 평화와 화해의 길을 제시한 역사적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와 함께 “오늘날 일본 일부 지도자들이 무라야마 전 총리의 진정한 반성과 사죄의 정신을 계승하지 못하고 과거사 문제에 퇴행적 태도를 보이는 점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치권이 고인의 뜻을 되새겨 역사 앞에 겸허히 서고, 무라야마 정신을 바탕으로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무라야마 담화의 의미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그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이 막대한 피해와 고통을 안겼다는 역사적 사실을 인정했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보상할 사안은 보상하겠다는 결의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에 핵심적 토대가 된 무라야마 담화문으로 일본의 양심을 보여줬고,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한 인물로 기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무라야마 전 총리가 “이 담화를 계승하지 않겠다던 아베 신조 전 총리를 비판하기도 했다”고 짚으며, “과거사를 직시하고 미래를 향한 그의 발자취는 오늘날까지도 일본과 주변국 화해의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은 이제라도 고인의 정신을 받아들여 잘못을 성찰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는 용기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당이 공히 ‘역사 직시’와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역설하면서, 무라야마 전 총리 별세가 한일 관계 재정립에 다시 한번 깊은 성찰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정치권은 일본 지도층이 과거 합의와 담화의 의미를 되새기고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